(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리버풀에서 부진에 빠져 있는 독일의 축구 스타 플로리안 비르츠를 옹호했다.
바이엘 레버쿠젠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선수로 꼽히며 향후 10년 넘게 독일 축구를 책임질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비르츠가 리버풀 이적 후 고꾸라지자 비르츠의 대선배이자 독일 축구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클린스만이 직접 나서서 비르츠를 감싼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역대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1억 1600만 파운드(약 2211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리버풀에 입단한 비르츠는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9경기에서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하면서 '009(0골 0도움 9경기)'라는 수치스러운 별명을 얻었는데,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커리어 내내 최악의 모습을 보이다 결국 팀을 떠난 제이든 산초의 시즌 초반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도 클린스만은 비르츠의 재능이 확실하다면서 비르츠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비르츠를 응원했다. 다만 클린스만이 선수 시절에는 독일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으로서는 지도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인지 그의 말은 그다지 많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리버풀 지역지 '리버풀 에코'는 13일(한국시간) "독일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은 리버풀에서 자신을 증명하려고 하는 플로리안 비르츠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비르츠가 결국에는 안필드(리버풀의 홈구장)에서 자신이 왜 독일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인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며 클린스만의 인터뷰 내용에 주목했다.
'리버풀 에코'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최근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22세의 선수가 비싼 이적료와 함께 빅클럽으로 이적했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비르츠는 리버풀에서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매일 더 편안함을 느끼고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은 또 "비르츠는 결국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다만 그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우리는 이걸 기다려줘야 한다"며 비르츠를 향해 신뢰를 보냈다.
그는 계속해서 "누구나 적응하는 방식이 다른 법"이라면서 "예를 들면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닉 볼테마데는 7경기에서 4골을 터트렸다. 비르츠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단지 그에게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며 비르츠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인 거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레버쿠젠을 떠나 리버풀에 입단한 비르츠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이적료를 기록하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비르츠가 이미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시만 하더라도 비르츠의 이적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비르츠를 향한 의심은 그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시작됐다.
비르츠는 새로운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커뮤니티 실드에 선발 출전해 1도움을 올리며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이후 프리미어리그 7경기와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 690분을 소화하는 동안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에 팬들은 과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당대 최고의 재능으로 꼽혔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이후 반복되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산초보다 비르츠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그를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산초는 한때 7경기에서 0골 0도움을 올리며 '007'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현재 비르츠의 별명은 9경기 0골 0도움을 뜻하는 '009'다.
하지만 클린스만의 생각은 달랐다. 클린스만은 리버풀이 비르츠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비르츠가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는 "비르츠가 어디서 뛰는지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리버풀은 월드클래스 선수들로 가득한 팀이기 때문"이라며 "비르츠는 레버쿠젠 시절 주로 왼쪽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들거나, 중앙에서 뛰거나, 10번 역할을 수행했다. 시간이 지나면 리버풀도 비르츠를 위한 최적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고, 비르츠는 결국 리버풀의 핵심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클린스만은 그러면서 "아르네 슬롯 감독이 비르츠에게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할 것인지는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슬롯 감독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보유한 공격 자원들을 보면 매주 어떤 선수를 선발로 기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고, 매 경기에 나서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감독에게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은 아울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리버풀은 시간이 없다. 모든 대회에서 승리가 절대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비르츠는 이것을 알고도 리버풀로 이적했고, 매일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힘든 시기가 있겠지만, 이것 역시 비르츠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며 "리버풀이 비르츠를 원했고, 레버쿠젠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이것이 유일한 해답이었다. 이제 비르츠는 새로운 환경에서 한 경기, 한 경기씩 자신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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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