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자랑하는 '핵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캡틴 구자욱의 방망이만 살아난다면 대전으로 향하는 길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지난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 1차전에서 SSG 랜더스를 5-2로 이겼다. 기선 제압에 성공,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
삼성의 1차전 승리 원동력은 투타 조화였다. 먼저 선발투수로 출격한 베테랑 우완 최원태가 6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게임을 지배해줬다.
최원태는 2025시즌 27경기 124⅓이닝 8승7패 평균자책점 4.92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준플레이오프 1차전 등판 전까지 가을야구 통산 17경기(6선발) 25이닝 승리 없이 2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1.16으로 부진했던 것도 삼성의 승리 확률을 낮게 봤던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원태는 유쾌한 반전을 만들었다. 완벽투로 커리어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머쥐었다. 삼성 타선도 이재현이 KBO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초의 1회초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쏘아 올린 뒤 살아났다. 김영웅의 2점 홈런, 르윈 디아즈의 1타점 2루타 등 주축 타자들이 나란히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삼성은 지난 6~7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2차전 2경기에서 4득점에 그쳤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4위를 차지, 1승의 어드밴티지를 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했지만 타선 침체 속에 1차전을 1-4로 졌다. 2차전 3-0 승리 역시 타자들이 잘 쳐서 얻은 점수가 아닌 NC 외국인 투수 로건의 제구 난조, 밀어내기 2득점의 결과였다.
삼성 타자들은 일단 준플레이오프 시작과 동시에 타격감 회복에 성공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50홈런을 때려냈던 르윈 디아즈가 1차전 장타 포함 3안타를 몰아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옥에 티가 있었다면 주장 구자욱의 침묵이다. 구자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기간 7타수 무안타에 이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방망이가 터지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3경기 11타수 무안타는 구자욱의 이름값과 존재감을 고려하면 믿기 힘든 수치다.
박진만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 종료 후 "우리는 타격이 살아나야만 삼성다운 야구를 할 수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라면서도 "구자욱만 살아나면 될 것 같다"고 캡틴의 부활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구자욱의 타격 페이스가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삼성이 1-0으로 앞선 1회초 무사 3루 찬스 때 올해 가을야구 마수걸이 안타 생산도 충분히 가능했다.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잡히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구자욱은 2025시즌 SSG 상대 16경기 타율 0.304(56타수 17안타) 2홈런 7타점으로 강했다. SSG가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투수로 내세운 김건우에게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나쁘지 않았던 만큼 사령탑이 원하는 모습을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삼성은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로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68.8%를 잡았다. 2차전까지 이긴다면 안방 대구에서 원투펀치 아리엘 후라도, 원태인 카드를 내세워 스윕을 통한 시리즈 조기 종료도 노려볼 수 있다. 강점인 타선이 조금 더 힘을 내준다면 업셋(Upset)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사진=인천, 김한준·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