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홍명보 감독이 11년 전 자신에게 악몽을 안겼던 알제리와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알제리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을 통과해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FIFA 랭킹 38위인 알제리는 조추첨식 때 포트3에 위치하게 된다. 한국이 포트3로 떨어지지 않는 한, 본선 조별리그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알제리는 10일(한국시간) 알제리 오랑의 밀루드 하데피 스타디움에서 열린 소말리아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G조 9차전서 3-0으로 승리했다.
공식적으로는 소말리아의 홈 경기이지만, 소말리아의 정세가 불안정한 관계로 알제리에서 진행됐다. 공식적으로 원정 경기였음에도 홈 경기처럼 이번 경기를 치른 알제리는 가볍게 소말리아를 꺾었다.
모하메드 엘 아미네 아무라가 전반 7분 선제골을 넣었고, 맨체스터 시티 출신 공격수 리야드 마레즈가 전반 19분 추가골을 넣었다. 이후 후반 12분 아무라가 멀티골을 작성하며 3골 차 대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알제리는 7승1무1패, 승점 22가 됐다. 한 경기를 남겨두고 2위 우간다와의 격차를 4점으로 벌리면서 월드컵 본선에 직행했다.
아프리카 예선은 6개 팀씩 9개 조로 나뉘며, 각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그리고 2위를 차지한 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른 후,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알제리는 G조 1위를 차지하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에 나서게 됐다.
국내 축구 팬들에게 알제리는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를 충격에 빠뜨린 국가로 각인돼 있다. 조별리그 일정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알제리는 '1승 제물'로 여겨졌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슬람 슬리마니, 소피앙 페굴리, 나빌 벤탈렙, 야신 브라히미 등 유럽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을 앞세운 알제리는 한국을 철저하게 유린했다. 전반에만 3골을 퍼부은 끝에 한국에 2-4 참패를 안겼다. 당시 한국에선 22살 손흥민이 후반 초반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만회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월드컵 마수걸이포를 폭발하고 '손흥민 시대' 도래를 알렸다.
결국 한국은 두 점 차로 졌고 알제리는 여세를 몰아 벨기에와 함꼐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한국을 지휘했던 홍명보 감독은 알제리전 패배가 조별리그 탈락의 결정타가 돼 감독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알제리가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면서 역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고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는 홍명보 감독과의 재회 가능성도 떠오르게 됐다.
현재 홍명보호는 FIFA 랭킹 23위로 이대로 조추첨식을 진행한다면 포트2에 배정된다. 38위인 알제리는 포트3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별리그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월드컵 본선 포트4에 갈 것이 예상되는 이탈리아까지 포함해 아르헨티나, 한국, 알제리, 이탈리아가 한 조에 들어가는 '죽음의 조'도 가능하다.
알제리는 12년 전과 비교해 전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리야드 마레즈, 아이사 만디, 벤탈렙 등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몇몇 남아 있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아프리카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는 것만 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홍명보 감독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알제리와 12년 만에 재회하게 될지 흥미롭게 됐다.
한편, 2026 월드컵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본선 48개국 중 총 20개국이 티켓을 거머쥐었다. 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 이번 대회를 공동 개최하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3개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이란, 요르단, 우즈베키스탄(이상 아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콜롬비아, 에콰도르(이상 남미), 뉴질랜드(오세아니아), 모로코, 이집트, 튀니지, 알제리(이상 아프리카)가 내년 6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탑승권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