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 이른바 '흥부 듀오'의 파괴력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를 뒤흔들고 있다.
손흥민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합류한 이후 LAFC가 단순한 플레이오프 진출권 경쟁 팀에서 단숨에 리그 정상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최근 MLS 사무국이 발표한 파워랭킹에서 LAFC는 동부 선두 필라델피아 유니언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서부 콘퍼런스 팀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면서, 그 힘을 인정받았다.

MLS 사무국은 1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치데이 36~37 통합 파워랭킹을 발표했다.
그 결과 유니언이 1위, LAFC가 2위를 차지했다. 유니언은 LAFC와 달리 동부 콘퍼런스 소속이기에, LAFC는 서부 콘퍼런스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며 올 시즌 플레이오프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현재 LAFC는 MLS 서부 콘퍼런스 정규 순위 1위인 샌디에이고 FC, 2위 벤쿠버 화이트캡스 FC, 3위 미네소타 유나이티드 FC에 이어 4위를 기록 중이지만 리그 후반주 상승 궤도에 오른 활약상을 인정받은 셈이다.
사무국은 LAFC를 2위에 올리면서 "28일 세인트루이스전 3-0 승리에서 손흥민이 두 골, 부앙가가 한 골을 기록했다. 이 승리로 홈 플레이오프 시드를 확보했고, 이제는 서부 2위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을 막을 수 있는 팀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원정에서 손흥민은 전후반에 걸쳐 멀티골을 터뜨리며 3-0 완승을 주도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그는 합류 후 불과 8경기에서 8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MLS 데뷔 시즌 단 8경기 만에 8골 고지를 밟으며, 두 자릿수 득점까지 단 두 골만 남겨둔 상태다. 데뷔골은 8월 24일 댈러스전 프리킥으로 나왔으며, 이후 5경기에서 7골을 몰아쳤다. MLS 사무국도 "손흥민의 세인트루이스전 멀티골은 팀 승리의 핵심이었다"며 극찬했다.
손흥민과 영혼의 투톱을 이루고 있는 부앙가 역시 손흥민 합류 후 득점력이 폭발했다.
이미 세 시즌 연속 20골을 돌파하며 MLS 역사상 최초의 대기록을 세운 그는 최근 두 시즌 동안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그는 손흥민과의 호흡을 통해 더욱 날카로운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6경기에서 무려 17골을 합작했다. 이는 MLS 역대 듀오 최다 연속 득점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종전 기록은 내슈빌SC 소속 하니 묵타르와 샘 서리지가 세운 15골이었다. 이 과정에서 부앙가는 두 차례 해트트릭, 손흥민은 한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미국 현지 언론도 흥부 듀오의 활약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과 부앙가처럼 폭발적인 듀오는 MLS 역사에 없었다"며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LAFC는 어떤 팀에도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손흥민은 단순히 기량을 더한 것에 그치지 않고, 부앙가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손흥민의 창의적인 움직임과 부앙가의 속도가 결합하면서 LAFC는 엄청난 추진력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손흥민과 부앙가는 빠르게 MLS 최고의 공격 듀오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들의 조합은 2022년 가레스 베일이 이끌었던 첫 MLS컵 우승 이후 또다시 정상 도전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 개인의 가치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는 MLS 사무국이 선정하는 '이주의 팀' 명단에 합류 이후 네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특히 최근 세인트루이스전 활약은 현지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프리미어리그 시절 못지않은 결정력'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손흥민은 전형적인 타깃맨이 아니라 '가짜 9번'에 가까운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창출하며, 기존 MLS 수비수들이 경험하지 못한 유형의 공격수로 평가된다.
실제로 LAFC는 손흥민 합류 전까지만 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불투명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정규 리그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LAFC의 순위 상승은 가파르다. 현재 15승 8무 7패, 승점 53으로 서부 4위에 올라 있으며, 3위 미네소타(승점 55)보다 두 경기를 덜 치렀고, 2위 밴쿠버(승점 57)보다 한 경기가 적다. 남은 4경기를 모두 승리할 경우 승점 12점을 추가할 수 있어, 2경기를 더 치루고 승점 4 차이로 선두에 올라있는 샌디에이고와의 우승 경쟁에까지 가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LAFC는 오는 6일 펼쳐지는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와 2025시즌 MLS 홈 경기를 이후 손흥민 없이 2경기를 치뤄야 한다.
10월 A매치 일정인 10월 2~3주 차에 펼쳐지는 토론토와의 홈 경기와 13일 펼쳐지는 오스틴과 순연 경기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물론이고 부앙가 역시 A매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경기의 결과는 예상 불가다.
정규리그 종료 이후 펼쳐지는 MLS컵에서도 LAFC는 우승후보로 점쳐진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간 뛰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팀 트로피와는 인연이 적었다.
그러나 미국 무대에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합류 석 달 만에 MLS컵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결국 LAFC의 가을 무대는 손흥민과 부앙가의 어깨에 달렸다. 두 선수는 이미 정규리그에서 팀을 정상권으로 이끌었고, 이제는 단판 승부가 펼쳐지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물론 LAFC가 직면한 경쟁은 만만치 않다. 동부 콘퍼런스에는 리오넬 메시가 건재하게 버티고 있는 인터 마이애미가 존재하고, 서부 콘퍼런스 1위 샌디에이고는 손흥민 합류 이후 유일하게 LAFC를 잡아낸 팀이다.
MLS는 정규시즌 종료 후 각 콘퍼런스 상위 7개 팀과 8~9위의 단판 플레이오프 승자를 합쳐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1라운드는 3전 2선승제로 치러지며, 이후 단판 승부로 결승까지 이어진다.
치열한 일정 속에서 손흥민과 부앙가의 화력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가 LAFC 우승 도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MLS/LAFC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