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근한 기자) 대리 처방 악몽으로 날린 지난 1년, 그리고 올해 2군에서 보낸 111일 인내의 시간.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간 승리를 보여주는 한 청년이 있다. 바로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지훈의 얘기다.
2020년 신인 2차 5라운드 전체 49순위로 팀에 입단한 박지훈은 그해 1군에 데뷔해 10경기를 소화했다. 2021시즌 34경기 출전 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지훈은 2023시즌 22경기에 출전으로 1군 무대 경험을 조금씩 쌓았다.
그렇게 한창 경험을 쌓아야 했던 박지훈에게 악몽과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박지훈은 오재원 대리 처방 사건에 피해자로 휘말려 지난해 1년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박지훈은 2025시즌을 앞두고 다시 1군 무대 복귀에 도전했다.
박지훈은 지난 4월과 5월 1군에 있었지만, 주로 대수비와 대주자로만 출전해 타석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다. 2군행 통보를 받은 111일 동안 이천에 머물렀던 박지훈은 지난 16일 극적인 1군 콜업 기회를 잡았다.
지난 16일부터 곧장 선발 출전에 나서기 시작한 박지훈은 7경기 연속 안타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3루수 자리에서 안정적인 수비도 뽐냈다. 9월에만 무려 월간 타율 0.542(24타수 13안타)를 찍었다.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만난 박지훈은 "2군에서 기다린 기간이 길다 보니까 이대로 시즌이 끝나는구나 싶었지만, 내년을 위해 잘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1군 콜업 소식을 듣고 올라왔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 나도 솔직히 놀랐다"고 전했다.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은 박지훈의 성실함과 인내심을 높이 평가했다. 조 대행은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보지 않는다. 박지훈처럼 기회를 얻기 위해 시간을 탄탄하게 쓴 선수는 드물다. 보지 않아도 그럴 거라고 느낄 만큼 성실한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2군에서 보낸 그 시간이 지금의 보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박지훈은 어떤 자리에서든 팀에 보탬이 되려는 마음으로 준비해왔고, 그 결과가 1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박지훈의 진가"라며 "저렇게 열심히 하고 팀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구단과 팬 모두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조 대행의 칭찬에 대해 박지훈은 "개인적으로 포기 안 하는 건 1등이라고 자부한다. 꾸준히 하는 것이 힘든데, 어릴 때부터 그 부분을 신경 많이 썼다. 그런 부분이 감독대행님이나 코치님들에게 잘 보였을 듯싶다"며 "핸드폰을 봐도 야구 관련 뉴스 보고, 이야기할 때도 야구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야구선수로서 이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박지훈은 특유의 성실함과 인내심으로 지난해 대리 처방 파동 피해자로 날렸던 1년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박지훈은 "야구선수가 야구를 잘하는 건 당연한 건데 여태껏 많은 걸 보여드리지도 못했다. ㅈ난해 안 좋은 일도 있으면서 되게 힘들었는데 그냥 진짜 버틴 느낌이다. 버티다 보니까 어떻게든 또 풀리더라"며 "정말 인내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 기간이 당시엔 너무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면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성장의 발돋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박지훈은 1군에서 곧바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비결에 대해 주변의 많은 도움을 꼽았다.
박지훈은 "퓨처스리그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이 크게 올라와 있었다. 1군 무대에서도 그렇게만 하자고 생각했다. 1군에 올라와서 외국인 투수들도 계속 만났는데 똑같은 투수라고 여겼다"며 "(김)인태 형, (강)승호 형, (박)계범이 형까지 다들 조언을 해주시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갔다"고 고갤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자신 있는 내야 수비는 부담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박지훈은 "내야 전 포지션 가능하니까 수비에 대한 부담은 없다. 경기 들어가기 전엔 긴장되지만, 3회 정도 지나면 긴장이 풀린다"고 미소 지었다.
박지훈은 최근 안재석과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함께 맡아 팀 타선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지난 22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선 두 선수가 6타점을 합작해 9-2 대승을 만들었다.
박지훈은 “6경기 남은 상태에서 팀 동료들이 많이 지쳐 있지만, 내가 늦게 올라왔기 때문에 체력이 더 남아 있다. 더 파이팅 있게 뛰겠다"며 "무엇보다 리드오프 자리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안)재석이에게 고맙다. 재석이가 앞에 있으니까 뒤에 있는 내가 훨씬 마음이 편하고 타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두산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박지훈은 "2군에 오래 있으면서 멀리서 오셔서 응원해 주셨다. 팬분들이 나를 잊지 않고 기다려 주셨기에 내가 야구선수라는 걸 잊지 않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남은 시즌 경기에서 잘하고 내년에 더 좋은 활약을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처럼 박지훈은 대리 처방 사건 악몽 이후, 2군에서 긴 시간을 보냈음에도 포기하지 않은 태도로 9월에 마침내 기회를 날카롭게 살려냈다. 그의 인간 승리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대구, 김근한 기자/엑스포츠뉴스 DB/두산 베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