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오현규를 가지고 논 독일 명문 슈투트가르트의 황당한 행보는 오현규의 소속팀 헹크(벨기에)도 당황하게 만들었다.
헹크가 지난 1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디미트리 데 콩트 디렉터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디렉터는 오현규의 이적시장 마지막 상황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적시장 마지막 날 전날인 9월 1일부터 오현규는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와 극적으로 연결됐다. 주축 공격수 닉 볼테마데가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로 이적하면서 대체자로 오현규를 낙점한 것이다.
양 구단은 이적료 합의를 마쳤고, 오현규는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독일로 향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는 돌연 오현규가 고등학생 때 당했던 십자인대 부상 이력을 문제 삼아 이적을 취소했다.
1년 전 헹크 입단 시 메디컬 테스트를 문제없이 통과했기 때문에 오현규의 슈투트가르트 테스트 탈락은 충격이었다 .
오현규는 속상한 마음을 뒤로 하고 9월 A매치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제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친선 경기에 선발 출전해 1-1로 팽팽하던 후반 30분 극적인 역전 골을 터뜨리며 분풀이했다.
오현규는 골을 터뜨린 뒤, 자신의 왼쪽 허벅지를 걷어 올리고 무릎을 가리키며 자신의 무릎은 멀쩡하다는 세리머니를 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에 모두 다 털고, 마음의 정리도 다 하고 왔기 때문에 100% 대표팀을 임할 자신이 있었다"라면서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내 무릎과 관련해 아쉽게 된 부분이 없지 않다"라며 "그 팀을 저격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내 무릎은 항상 건강하고, 건강한 선수 못지않게 건강한 상태라는 걸 좀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헹크도 오현규의 득점이 터지자, SNS를 통해 "오현규 1-0 메디컬 테스트"라는 재치 있는 문구로 SNS에 올리기도 했다.
디렉터는 구단을 통해 "내가 이 자리에 오른 10년 동안 가장 극적인 일이다. 그날 오현규를 출전시키지 말라는 요청이 있었고 큰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독일 측에서 슈투트가르트의 이적료가 무리가 제안받았던 것보다 낮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계약서 사본이 왔다.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게다가 메디컬 테스트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슈투트가르트는 합의 후에도 이적료를 깎으려고 시도했다. 그런 압박을 이해할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디렉터는 벨기에 매체 'HBVL'과의 인터뷰에서도 해당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오현규 사건은 내가 헹크에서 10년간 있으면서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일이다. 미친 하루였다"라며 "슈투트가르트가 2800만유로(약 457억원)를 제안했고 오현규 출전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를 출전시키지 말라고 요청해 그를 부상에 노출시키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요시프 에바리 영입도 조정해야 했다. 그는 처음에 이적을 꺼렸다. 주전을 보장해 주길 원했는데 우리가 공격수 2명을 팔아 오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오현규의 이적이 무산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에바리는 가족과 함께 건너와 있었고 오현규 등번호 9번을 입고 사진까지 찍었다"라고 전했다.
콩트 디렉터는 "오현규 사가는 옳지 않다. 그들의 행동과 소통 방식, 메디컬 테스트 관련 이야기까지 프로답지 못하다. 슈투트가르트 측에도 분명히 전달했다"라며 항의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유력지 '빌트'는 오히려 자국 구단인 슈투트가르트를 옹호했다.
빌트는 '장기적 위험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이라며 슈투트가르트의 행동을 옹호했다.
빌트는 "슈투트가르트는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였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오현규가 지금은 건강하지만 슈투트가르트는 장기적 리스크를 고려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를 포기했으나 앞으로 그의 커리어를 계속 면밀하게 지켜볼 것"이라며 "오현규가 유럽에서 계속 증명한다면 이번 협상 결렬은 계속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슈투트가르트가 향후 오현규를 다시 영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