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와 벨기에 KRC 헹크 사이에서 벌어진 오현규 이적 불발 사태에 대한 논란이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헹크 구단과 벨기에 현지 언론이 일제히 슈투트가르트의 이번 협상 태도를 두고 '비프로페셔널한 협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오현규가 한국 대표팀에서 맹활약을 펼친 후 헹크 구단이 슈투트가르트를 저격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독일 구단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후 독일 언론 '빌트'가 투트가르트의 결정을 두둔하는 듯한 보도를 내놓아 해당 사건에 또 다시 불을 붙였다.
오현규는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슈투트가르트와 강하게 연결됐고, 실제로 협상은 빠르게 진척됐다.
헹크는 이미 이적료 합의에 도달했으며, 오현규는 독일 현지에서 메디컬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가 학창 시절 겪었던 무릎 십자인대 부상 이력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슈투트가르트 측의 문제 제기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벨기에 언론으로부터 잇따랐다.
벨기에 매체 'HNL'가 "슈투트가르트가 메디컬 테스트를 빌미로 이적료 인하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 현지 기자 펠릭스 아놀드도 "메디컬 테스트 이후 슈투트가르트는 완전 이적 대신 임대 후 완전 이적 옵션을 제시했다. 이는 최초 합의와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적료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던 헹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에 헹크 디렉터 디미트리 드 콩테는 최근 구단 채널을 통해 "슈투트가르트는 합의 후에도 이적료를 낮추려 시도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빌미로 협상을 흔드는 방식은 납득할 수 없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프로다운 협상이 아니었다"며 결국 거래는 무산됐고, 이는 오현규에게 부당한 낙인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헹크는 슈투트가르트가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발표한 것에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하지만 오현규는 경기장에서 존재감으로 응답했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 내슈빌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A매치에서 그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특히 그는 86분 동안 최전방에서 끊임없는 압박과 몸싸움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고, 유효 슈팅 2회, 1골, 1도움이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오현규에게 평점 8.4를 부여하며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손흥민과의 호흡 가능성을 시험하며 새로운 전술적 옵션으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의 활약보다 화제를 모은 것은 득점 직후 무릎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로, 많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오현규는 경기 종료 후 인터뷰를 통해 "특정 팀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내 무릎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자연스레 슈투트가르트를 향한 반박으로 해석됐다.
이후 헹크의 분노가 구단 공식 SNS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오현규가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골을 넣자, 헹크는 "오현규 1-0 메디컬 테스트"라는 문구와 함께 사진을 게시하며 슈투트가르트를 정면으로 저격했다.
하지만 독일 언론 '빌트'는 헹크 구단의 농담 섞인 저격을 유쾌하지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이 상황을 짚으며 "과연 슈투트가르트가 이 농담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전했다.
'빌트'는 12일 '벨기에 클럽, 슈투트가르트 조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헹크 스트라이커 오현규의 이적은 마감일에 무산됐고, 이제 벨기에 클럽은 슈투트가르트를 조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오현규가 슈투트가르트의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이적이 결렬됐다고 설명하며, 당시 9년 전 당했던 십자인대 부상이 재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우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슈투트가르트는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었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현재 오현규가 건강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장기적 리스크를 고려한 것"이라며 슈투트가르트의 이번 결정을 옹호하는 듯한 논조를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매체는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를 포기했지만, 앞으로 그의 커리어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그가 유럽 무대에서 계속 증명한다면, 이번 결렬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매체 전반의 논조는 슈투트가르트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이다.
이는 벨기에 현지 언론들이 '협상 과정에서 이미 합의된 금액을 7~8년 전 의료 기록을 문제 삼은 것은 명백히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언급하는 것과 정반대의 입장이다.
독일 언론들은 슈투트가르트의 재정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하다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어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두 구단이 이번 사태로 얻은 결과 역시 전혀 다르다.
슈투트가르트의 무리한 협상 전략으로 헹크와 오현규에는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동시에 선수는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했고, 헹크는 득점력을 갖춘 공격수를 지켜냈다.
반면 슈투트가르트는 단기적인 재정적 안정을 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 무대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자원을 스스로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연합뉴스/대한축구협회/헹크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