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김근한 기자) 오승환의 은퇴 투어 현장에서 의외의 장면이 나왔다. KIA 타이거즈 베테랑 타자 최형우가 직접 준비한 감사패를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에게 전달하며 눈시울을 붉힌 것이다. 과거 삼성 왕조 시절 함께 뛴 옛 동료에게 건넨 진심 어린 선물에 현장은 뭉클한 울림으로 가득 찼다.
오승환은 지난 1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전에 앞서 은퇴 투어 행사에 참석했다. KIA 구단은 오승환의 100세이브, 200세이브, 300세이브를 모두 KIA를 상대로 달성한 인연을 기념하며 특별 제작한 액자를 전달했다. 여기에 최형우는 개인적으로 준비한 감사패를 더했다.
감사패에는 "사랑하는 나의 형님. 처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늘 존경해왔습니다. 저에게 최고의 투수는 오승환입니다. 형의 모습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의 제2의 인생도 응원하겠습니다. 형의 동생 형우 드림"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다음 날인 11일 취재진과 만난 최형우는 "승환이 형이랑 같이 보낸 세월이랑 기록을 보면 다들 아실 것"이라며 "은퇴 발표를 듣고 바로 연락해 작은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사실 신발 같은 다른 아이디어도 있었는데, 아내가 남들도 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을 하자고 해 감사패로 결정했다"고 이례적인 개인 감사패 선물 배경을 밝혔다.
은퇴 투어 행사 당시 감정을 억누르기 쉽지 않았다고도 털어놨다. 최형우는 "많이 참았다. 펑펑 울면 말을 못 했을 거다. 눈물이 나오긴 했지만 계속 꾹꾹 눌렀다"며 "승환이 형 자리에서 내가 (감정적으로) 너무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울긴 했다. 하지만 감정을 주체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계속 참으면서 글을 읽었다"며 "(이)대호 형이나 다른 선배들이 은퇴할 때는 다음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엔 내 은퇴는 전혀 생각 안 했다. 존경심 하나로 무대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최형우는 오승환에 대한 존경심을 거듭 강조했다. "야구 실력은 다 알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거짓 없고 착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승환이 형은 잘난 척도 안 하고 늘 배려 깊다. 밖에서도 항상 겸손하다. 그런 점에서 더 존경심이 생겼다. 삼성에서 가장 잘 맞았던 동료라기보단 동경하던 형이었다." 최형우의 진심이 담긴 말이다.
현장에서 최형우의 눈물을 지켜본 삼성 동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최형우는 "(강)민호랑 (구)자욱이도 형 때문에 울었다고 하더라. 아마 모르게 몇 명 더 울었을 것"이라며 "팬들도, 선수들도 다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KIA는 오는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오승환의 은퇴 경기를 함께한다. 최형우가 바라는 건 은퇴 경기 오승환의 마지막 상대로 타석에 서는 그림이다.
최형우는 "그때 상황이 된다면 승환이 형이 던질 때 벤치에 있다가 대타로 나가면 좋겠다. 팬들에게 의미와 재미가 있는 그림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승부를 펼칠지는 그때 가봐야 알 듯싶다"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최형우는 "나도 언젠가는 은퇴를 할 나이가 오겠지만, 이번만큼은 내 차례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감정을 억누르고 글을 읽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존경심 하나로 준비했고, 형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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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