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백3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다. 장단점이 나왔다. 선수들이 보여준 자세는 훌륭했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 한일전 패배 후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꺼냈던 발언이 조금씩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대비해 동아시안컵 내내 국내 선수들 위주로 실험했던홍명 백3 전술이 유럽파 선수들에게도 접목되자 세계적 강호들과도 충분히 겨뤄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7일과 10일 미국에서 열린 두 차례 A매치 친선전서 미국, 멕시코를 상대로 1승1무라는 호성적으로 마쳤다.
미국은 FIFA 랭킹 15위로 23위인 한국보다 8계단 더 높다. 멕시코는 13위로 10계단 위다. 대표팀은 미국을 2-0으로 꺾었고, 멕시코와 2-2로 비겼다. 멕시코전 후반 추가시간 실점만 아니었다면 2연승으로 마칠 수도 있었다.
고무적인 건 홍 감독이 지난 7월 내내 실험했던 백3 전술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는 강팀으로 분류되는 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는 언더도그 입장에 높이는 것을 고려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안컵 기간 동안 홍 감독의 백3 변화는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국내 선수들 위주로 선발 됐다는 점을 감안하고도 경기력이나 결과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종전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 무릎을 꿇으며 축구 팬들의 거센 비판과 마주했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나온 발언이 위에 언급했던 말이다.
한일전 3연패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쓰고도 홍 감독은 "선수들은 준비한 대로 충분히 잘했다. 물론 결과, 실점 장면 모두 아쉽지만, 그 외에는 선수들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과가 중요하지만, 백3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장단점이 나왔고 앞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말대로 유럽파 선수들이 소집된 9월 A매치는 달랐다. 선수들도 홍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면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골키퍼 조현우와 김승규를 번갈아 기용하며 빌드업 체계를 점검했고,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최종 수비라인은 안정감이 더해졌다. 옌스 카스트로프가 합류한 중원 구성도 탄탄해졌으며, 손흥민을 후반 교체 카드로 사용하려는 전략도 어느정도 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쉬운 부분도 여전히 있었지만 9개월 남은 월드컵까지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는 희망을 봤다. 미국-멕시코 2연전을 통해 홍 감독은 지난 일본전 패배가 실패가 아닌 성공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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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