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창원, 김근한 기자) NC 다이노스 좌완 투수 구창모가 무려 711일 만에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긴 부상과 군 복무 공백을 딛고 치른 복귀전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구창모는 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50구 4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구창모는 지난 2023년 9월 27일 KIA전 이후 711일 만의 1군 무대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개시가 비로 70분 지연된 탓에 몸이 다소 굳어 속구 최고 구속은 143km/h까지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변화구와 완급 조절로 위기를 넘겼다.
1회초는 삼자범퇴로 가볍게 출발했고, 2회초에는 나성범에게 2루타를 맞아 첫 안타를 허용했으나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초에는 1사 만루 위기에서 최형우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NC는 불펜진을 총가동해 경기 초반 두 점의 리드를 경기 후반까지 지켰다. 9회초 마무리 투수 류진욱이 박찬호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마지막 2사 1, 3루 위기를 막고 팀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경기 뒤 NC 이호준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연패를 끊기 위해 선수단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했다. 견고한 수비와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승리를 지켜낸 가장 큰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천재환 선수의 호수비가 컸다"며 "구창모 선수가 복귀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으며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고, 뒤이어 나온 투수들 역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라고 기뻐했다.
구창모도 "복귀전 등판 날짜가 정해지고 긴장을 조금 했다. 건강하게 잘 복귀한 것에 의미를 먼저 두고 싶다. 비 때문에 경기 개시 시간이 계속 밀려서 아무래도 몸이 굳더라. 그래서 오늘 구속이 잘 안 나왔는데 첫 등판이라 무리하지 않고 맞춰 잡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3회 만루 위기 때 팀이 이길 수 있도록 꼭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형우 선배님 타석 때 힘을 더 줬다. 투구수 때문에 5이닝까진 못 던지더라도 여기서 막고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잘 막아내서 팀이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된 것 같아 만족한다"고 돌아봤다.
올해 전반기 상무야구단 소속으로 공을 던지다 왼쪽 어깨에 공을 맞아 복귀가 늦어진 사연도 전했다. 구창모는 "그때 공을 안 맞았으면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 돌다가 전역 후 바로 1군에서 던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구단이 관리를 잘해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며 "2군에서도 복귀가 미뤄졌을 때 코치님과 트레이닝 파트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했다. 나중에 커피나 피자를 쏘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구창모는 후반기 초반부터 1군에 합류하겠단 이호준 감독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도 아쉬워했다.
구창모는 "이호준 감독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컸다. 팀이 힘들 때 빨리 복귀해 보탬이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 한 명 때문에 팀 성적이 좌우된 건 아니겠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왔으면 더 도움이 됐을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포수 김형준과 오랜만에 맞춘 호흡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내비쳤다. 구창모는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는데 리드가 더 좋아진 것 같다. (김)형준이 사인대로 던졌을 뿐인데 결과가 잘 나왔다"며 고갤 끄덕였다.
이에 김형준도 "오랜만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역시 구창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 투구는 아니었지만, 로케이션으로 충분히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건강한 창모 형의 공을 받을 수 있어서 기뻤고,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함께 많은 승리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구창모는 다음 등판에서 점차 이닝과 투구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구창모는 "오늘 3이닝 50구를 던졌으니 다음에는 4이닝 정도 소화할 것 같다. 코치님과 상의해야겠지만, 점점 이닝을 늘려가며 정상적으로 준비하겠다"며 "몸 상태도 크게 무리한 건 없다. 자고 내일 일어나봐야 알 듯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구창모는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구창모는 "나보다 팬들이 더 많이 화도 나셨을 텐데 끝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제는 더 이상 실망을 드리지 않고 계속 함께 야구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NC는 구창모의 무실점 호투를 발판으로 2-1 승리를 거두며 4연패 탈출과 함께 리그 7위 자리를 되찾았다. 부상과 군 복무로 오랜 시간 공백기를 보낸 구창모의 복귀전 쾌투는 단순히 한 경기의 성과가 아니라 후반기 막판 반등과 내년 시즌 희망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사진=NC 다이노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