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늘날 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함께 문화를 만들고 공유하는 커다란 놀이터가 됐습니다. 과거 대중문화의 중심이 방송사와 기획사였다면, 이제는 개인이 직접 자신의 무대를 만들고 기획하며 연출까지 해내는 시대입니다. <조회수 뒤의 얼굴을 마주하다>는 화려한 영상 뒤에 숨어 있는 이들의 고민, 성취, 성장 과정을 들여다 봅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며 새로운 대중문화 지형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의 이들을 소개합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개그맨 이상훈에게 개인 유튜브 채널 '이상훈TV'는 그저 영상을 올리는 공간이나 조회수를 쌓는 플랫폼이 아니다. 그는 그곳을 웃음과 일상의 즐거움을 자유롭게 펼쳐 보이는 무대이자, 자신의 취미 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놀이터로 여긴다.
본업인 개그맨으로서 소신과 뚝심을 지켜온 그는 무대 밖에서도 자신만의 취미와 관심사를 존중하며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상훈TV'는 그렇게 직업과 취미, 현실과 놀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그의 또 다른 도전의 기록이다.
피규어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 '이상훈TV'를 지난 2018년 2월 처음 개설한 이상훈은 어느덧 8년 차 유튜버로 성장했다. 구독자 60만 명을 바라보는 채널을 운영 중인 그는 최근 엑스포츠뉴스 창간 18주년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유튜버로서의 의미를 소신 있게 전했다.
◆ "취미에서 시작"…유튜브, 업(業)이 아닌 놀이터
그는 인터뷰 초반부터 "유튜브를 사실 업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고, 늘 취미의 연장선이라 여겼다. 만약 직업이라 여기며 조회수나 수익에만 연연했다면 진작 그만뒀을 것"이라며 자신의 철학을 분명히 했다.
이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니까 꾸준히 할 수 있다. 만약 이 자체가 본업이 되거나 수익성만 쫓아가게 되면 분명 딜레마가 생길 것"이라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상훈의 초기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애초에 구독자 10만 명을 채우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국내 레고 커뮤니티나 피규어 커뮤니티가 마니악하다 판단, 서브컬처나 키덜트 문화를 주도하겠다는 욕심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이와 같은 행보가 부정적으로 비칠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는 자신 있게 콘텐츠를 이어갔다. 다행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지금의 '이상훈TV'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하게 구독자가 빠르게 늘어서 정말 놀랐고, 또 감사했다. 제 채널은 특히 3040대 남성 구독자가 많다. 남성 비율이 95%에 달한다. 그만큼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더 소통하고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개인 취미 공간을 넘어, 같은 취향과 감성을 공유하는 이들과의 '놀이터'로 키워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 공감과 소통, 그가 유튜브를 대하는 방식
물론 좋은 시선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상훈은 "성인 남자가 장난감을 만지고 피규어를 모은다는 자체에 대해 예전에는 인식이 그렇게까지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는 "어릴 적 장난감을 만지며 쌓인 기억이 있었기에, 성인이 되어 돈을 벌게 됐을 때 그 추억과 습관대로 갖고 싶은 걸 가지게 된 것"이라며 "다만 시장 자체의 규모 차이가 크다 보니 인식은 조금 더 부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세월과 함께 달라진 인식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장 자체를 사업이나 수익 모델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이상훈TV'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 구독자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상훈은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사업적인 욕심은 내려놓았다. 피규어에 대한 애정과 진짜 좋아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무엇보다 '이상훈TV'를 통해 함께 나누는 과정이 제 삶의 큰 힐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돈보다 소신, 유튜브를 대하는 태도
구독자가 늘고 수익 모델이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 고민은 조회수를 쫓기 위한 갈등이 아니라, 끝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 7년 여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그는 "유튜브를 찍는 장소와 장비만 달라졌을뿐 구도도, 구성도, 기본적인 리뷰 콘텐츠도 모두 그대로"라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까 너무 발전이 없는 것 같다. 변화 없이 똑같은 콘텐츠만 이어가다 보니까 이렇게 계속해도 되는 것일까, 변화를 줘야 하는 게 맞는 것일지 딜레마가 생긴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상훈TV'가 주목받기 시작하던 시점, 다양한 기업들의 제안들 속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찾아왔다. 하지만 이상훈은 선뜻 손을 잡지 못했다면서, "그 당시에는 제 고집일 수도 있지만 돈 냄새를 풍기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했다. '잘 된다고 돈 벌려는구나' 하는 시선이 두려웠다"라고 고백했다.
오히려 그는 기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왔다. 유튜브 수익금은 물론, 개인 소장 피규어와 레고를 자선 경매에 내놓아 발생한 판매 수익금까지 기부하며 의미를 더했다.
이상훈은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여기서 생기는 수익이 많든 적든 지키기로 한 약속이다. 1년에 한 번 그해 결산과 같은 의미로, 꾸준하게 약속을 지키고 있다. 금액이 많지 않더라도 제 나름의 성의를 표하자는 원칙을 스스로 지켜오고 있다"고 선행을 통해 채널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음을 강조했다.
◆ 자극보다 진심, 유튜브에서 지켜낸 철학
이상훈에게는 또 하나의 약속이 있다. 바로 '자극적'으로 가지 않겠다는 것. 그는 "소위 말하는 '어그로' 끄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무궁무진하다. '이렇게 하면 조회수가 잘 나온다', '이렇게 해야 뜬다'라는 말을 제가 안 들어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시도로 제 채널이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었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는 '개그맨'이자 '방송인'으로서 소신이 분명하기 때문. 그는 "제 본업은 개그맨이고, 저는 방송을 하는 사람이다. 제 이미지에 타격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단기적인 자극보다 꾸준함과 신뢰를 지켜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상훈TV'가 유튜브계의 '아침마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조회수도 꾸준히 나오고, 볼 사람들은 보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은 또 봐주실 거라 생각한다. 순간적인 시청률이나 조회수가 아니라,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제 콘텐츠를 봤을 때 '저 사람 진심이구나' '오래가는 이유가 있구나'라는 인식이 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상훈은 '이상훈TV'가 그의 삶을 기록하는 공간, 인생 앨범과도 같은 공간이라고 의미를 뒀다. 그는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제 매 순간이 다 기록돼 있다. 머리를 염색한 날, 컨디션이 좋은 날, 살이 빠졌다가 다시 찐 순간까지 모두 담겨 있다. 이 모든 과정을 구독자들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고, 제 스스로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인생을 돌아볼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며 단단한 의지를 엿보였다.
사진=리코브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