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손흥민의 '미국 슈퍼스타' 생활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장 한복판에서 또 하나의 강렬한 장면을 남겼다.
LAFC로 이적한 손흥민이 연고지를 같이 하는 MLB 구단 LA 다저스의 홈경기에서 시구자로 초정받았다.
축구장에서 수없이 골망을 흔들어온 그는 이번에는 야구장에서 마운드에 서서 정교한 제구를 과시했다.
시구를 받아낸 투수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좌완 블레이크 스넬이었고, 그는 손흥민의 공에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네 공이 그냥 들어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2025 메이저리그 경기 개막 시구자로 참여했다.
이 행사는 손흥민이 지난 7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LA 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와 LAFC는 같은 연고지를 공유하는 스포츠 구단으로서 이미 손흥민 영입 직후부터 환영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다저스는 손흥민의 LAFC 입단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날,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 입단 소식을 공유하며 "쏘니, LA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곧바로 시구 일정이 확정됐다. 다저스는 이달 14일 구단 공식 SNS를 통해 "2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손흥민이 시구자로 나선다. 쏘니(Sonny)가 LA에 온다"고 예고하며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날 손흥민을 상징하는 등번호 '7번'과 'SON'이 새겨진 다저스 유니폼 상의에 청바지 차림으로 마운드에 오른 손흥민은 투구판을 힘차게 밟고 공을 뿌렸다.
낯선 스포츠임에도 공은 바운드 없이 정확히 포수 미트에 꽂혔다. 포수 역할을 맡은 이는 바로 다저스의 간판 투수 블레이크 스넬이었다.
시구 후 LAFC 공식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손흥민과 스넬은 시구 전부터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영상 속 손흥민은 시구 전부터 스넬에게 "네가 내 공을 잡아줘야 한다"면서 장난 섞인 말을 건냈다. 이에 스넬은 "위쪽으로 보내면 잡아줄게. 근데 밑으로 던지면...(장담 못해)"라면서 이를 유쾌하게 받아냈다.
이후 정확한 시구를 던진 손흥민에게 스넬은 "정말 좋았다, 정말 대단했다"고 감탄했고, "나는 글러브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여기에 있었는데 네 공이 그대로 들어왔다"며 손흥민의 제구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에 손흥민은 연신 "정말 고맙다"면서 "네 덕분에 너무 편안하게 던졌다"라고 답하며 미소를 보였다.
이후 장면에는 시구를 끝낸 후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손흥민이 카메라를 향해 "감사합니다! 끝나니까 이제야 마음이 좀 편안하네요"라면서 안도감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다저스 공식 중계 화면과 현장 장내 아나운서 역시 그의 투구를 두고 "완벽한 스트라이크"라고 칭찬했고, 이어 현지 전광판에는 "감사합니다, 쏘니"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경기 전 LAFC가 공개한 연습 장면에서 손흥민은 "거리가 조금 멀지만 살살 던지니 괜찮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라며 자신감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시구를 마친 손흥민은 마이크를 잡고 메이저리그 전통의 구호인 "It’s time for Dodger Baseball(이제 다저스의 시간)"을 외치며 경기 시작을 알렸다. 그 순간 다저스타디움은 환호로 가득 찼다.
미국 현지 매체들도 손흥민의 시구에 주목했다.
'NBC4 로스앤젤레스'는 시구 장면을 두고 "연습의 결실(Practice makes perfect)"이라 표현하며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손흥민이 시구 전부터 꾸준히 투구 연습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결정적인 순간 그의 연습은 빛을 발했다. 긴장한 듯 모자 착용을 잊기도 했지만, 결국 완벽한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다저스 팬들을 열광시켰다"고 보도했다.
또한 손흥민이 시구 후 다저스의 전통 구호를 외친 장면을 "LA 스포츠 팬들에게 두 세계가 충돌한 순간"이라고 언급했다.
'ABC7 로스앤젤레스' 역시 "이제 손흥민은 공식적으로 앤젤리노(Angeleno:LA 시민을 일컷는 말)가 됐다"고 소개했으며, 'ESPN'은 최근 방탄소년단(BTS) 뷔가 LA에서 시구에 나섰던 사실을 함께 언급하며, "두 한국 스타의 시구를 비교해보라"며 유쾌한 뒷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번 시구는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에서의 10년을 마무리하고 MLS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는데, 이후 주목받고 있는 '손흥민 효과'가 또 다시 증명된 셈이다.
그는 데뷔전에서 교체 투입 직후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팀에 기여했고, 첫 선발 경기에서는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어 지난 24일 FC 댈러스전에서는 전반 6분 만에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데뷔골을 터뜨려 '이주의 골'까지 수상했다.
MLS 사무국은 손흥민의 합류 효과를 두고 "투자 가치가 이미 증명됐다"고 평가하며, 구단 콘텐츠 조회 수와 유니폼 판매량 급증을 수치로 공개했다. LAFC 단장 존 토링턴 역시 "손흥민의 유니폼은 현 시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포츠 유니폼"이라며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현재 부상에서 재활 중인 다저스의 한국인 내야수 김혜성은 이날 1군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손흥민과 직접 만나지 못했다.
사진=LAFC/LA다저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