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2023년 3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공개됐다. 작품에는 'JMS, 신의 신부들(정명석)',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박순자)',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김기순)', '만민의 신이 된 남자(이재록)' 총 8부작으로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부르는 사이버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특히 1~3부인 'JMS, 신의 신부들' 편이 화제가 되며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총재인 정명석이 주목받고 그의 행보가 파헤쳐졌다. JMS 측은 넷플릭스와 연출 조성현 PD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으며 시청자들은 연예계 JMS 신도들을 색출해 내기도 했다.
2년 뒤, 조 PD는 '나는 생존자다'로 다시 한번 충격을 안길 예정이다. 작품의 이름처럼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을 재조명하며 '살아남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한다.
'나는 신이다'는 대역을 활용한 재연, 성폭력 녹취, 여성의 나체, 사체 사진이 적나라하게 등장해 선정성 논란이 있었을 만큼 직설적이었다면 '나는 생존자다'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며 폭로, 고백, 탐사의 모습을 취해 비교적 시각적 괴로움은 덜하다. 그러나 사건의 무게감과 마음의 불편함은 시즌1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생존자다' 3~4화에서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성폭력을 입은 피해자의 증언부터 JMS의 2인자이자 '성령 상징체'라고 불리는, 더 나아가 JMS의 대리인 행세까지 한 정조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다큐에서는 JMS가 얼마나 많은 곳에 존재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하물며 '나는 생존자다' 제작 스태프부터, 변호사 경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섭리 안보리', '국방부'라는 이름으로 정명석을 수호하기 위한 조직이 존재한다.
특히 정명석의 성범죄 증거 인멸을 도운 경찰 신도가 등장해 자신은 "신도가 아니다", "주수호(정명석이 하사한 이름)가 아니다"라면서 사실을 부인한다. 탈 JMS 신도들은 사상 확인을 하기 위해 "정명석 XXX"와 같은 사용한다고 일러준다. 조 PD는 주수호를 쫓으며 '정명석 욕'을 해보라고 하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피한다. 사이비 교주를 위해 직업의 윤리와 명예를 모두 저버렸지만 욕 한 마디 하지 못해 의혹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그야말로 실소가 새어 나오는 '웃픈' 장면이다.
여전히 JMS의 어마어마한 행적들은 미간을 찌푸리게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희망은 느껴진다. 정명석은 최근 재판에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형을 선고 받았 정조은은 징역 7년을 받았다. 주수호는 직위 해제됐으며, JMS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메이플은 반려자를 만나 결혼했다.
조 PD는 앞서 진행된 '나는 생존자다' 제작발표회에서 이를 언급하며 "가장 기쁜 소식이다. 다른 것들이 위로를 주진 못하지만 (피해자들이) 일상의 행복을 되찾는다면 이런 고통을 다시 겪더라도 보람있지 않을까"라고 고백했다. 이것이 바로 조 PD가 목숨을 걸고 이 시리즈를 만들어 가는 이유이자,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나는 생존자다'는 JMS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1~2화에서는 부산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인신매매, 납치 후 폭력, 성폭행 등 어마어마한 인권 유린 사건이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담겼다.
"죄송하다"는 사과만을 바라는 피해생존자들과 사과 없이 생을 마감한 원장 박인근, 그리고 자신과는 관계 없다며 외면한 채 해외에서 여유로운 삶을 보내고 있는 박인근의 가족들. 그리고 단 한명의 가족만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목소리를 냈지만, 오로지 그의 잘못이 아닌 정부의 잘못도 있다는 답답한 발언을 이어간다.
다만 정부는 드디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었다. 지난 5일 법무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사건 관려 상소를 일괄 취하한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국가적인 비극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와 '지존파' 사건을 다룬다. 조 PD는 '나는 생존자다'에서 다루는 사건들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처참한 네 가지 사건은 과거 종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며 "과거를 기록하는 다큐가 아니라 다가올 세상과 참사에 대한 경고"라고 밝혔다.
우리는 '나는 생존자다' 전부, 혹은 JMS 후속편을 못 볼 수도 있었다. JMS 측은 MBC와 넷플릭스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14일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넷플릭스를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은 관할 법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하됐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교단 측의 주장과 같은 내용이 사건 영상에 포함돼 있거나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단계 장벽을 이겨내고 대중 앞에 공개된 '나는 생존자다'가 '나는 신이다'에 이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넷플릭스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