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지카와 큐지 감독이 이끄는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가 지난 9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전 승리로 올해 센트럴리그 자력 우승 확정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사진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야구의 '레전드' 후지카와 규지 감독이 이끄는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가 통산 7번째 센트럴리그 우승을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한신은 지난 9일 일본 오사카의 교세라돔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경기에서 6-2로 이겼다. 2025시즌 62승39패, 승률 0.614로 요미우리 자이언츠(50승49패)에 11경기 차 앞선 센트럴리그 단독 1위를 질주했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데일리 스포츠'는 "한신의 우승 매직 넘버는 이제 '30'이다"라고 보도했다. 한신은 2025시즌 잔여 경기 숫자와 2위 요미우리와 격차를 고려하면 올해 센트럴리그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
후지카와 한신 감독은 "선수와 팬이 함께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단번에 상대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신의 선전이 놀라운 건 사령탑 후지카와 감독 때문이다. 한신과 일본 야구의 레전드인 후지카와 감독은 은퇴 후 코치 등 지도자 경력 없이 곧바로 한신 지휘봉을 잡자마자 팀을 센트럴리그 정상에 올려 놓을 기세다.

일본 국가대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베이징 올림픽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후지카와 큐지. 사진 연합뉴스
1980년생인 후지카와는 1998년 NPB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한신에 지명됐다. 길고 긴 담금질을 거쳐 2005년부터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불펜투수로 발돋움했다.
후지카와는 2005년 80경기 92⅓이닝 7승 1패 1세이브 46홀드 평균자책점 1.36의 특급 성적을 찍었다. 150km 초중반대 돌직구를 앞세워 탈삼진 136개를 기록, 무시무시한 구위를 뽐냈다. 2007시즌에는 71경기 83이닝 5승 5패 46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1.63으로 구원왕에 올랐다. 2008시즌 63경기 67⅔이닝 8승 1패 38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0.67로 펄펄 날았다.
후지카와는 꾸준히 NPB를 대표하는 수호신으로 명성을 떨쳤다. 2011년에는 또 한 번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한 뒤 이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2013~2014년 시카고 컵스, 2015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몸담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9경기 1승 1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5.74로 인상적이지 못했다.
후지카와는 2016년 한신으로 복귀, 2020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NPB통산 782경기 60승 38패 243세이브 163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성적을 남겼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2라운드에서 일본 후지카와 큐지를 상대로 결승 2타점 2루타를 쳐냈던 이종범. 사진 연합뉴스
후지카와 감독은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하다. 일본 국가대표로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한국 타자들을 상대했다. 특히 2006년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2라운드,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종범에게 결승 2타점 2루타를 헌납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후지카와는 당시 한국과 일본이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초 1사 2·3루에서 투입됐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이종범에게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일본을 2-1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후지카와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도 한국 앞에 눈물을 흘렸다.. 일본이 2-1로 앞선 7회말 이닝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후 이대호에게 볼넷, 고영민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2사 후 대타 이진영에 동점 1타점 적시타를 허용,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일본은 후지카와 무너진 2경기에서 모두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는 2-6으로 패한 뒤 미국과의 동메달 결정전까지 지면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본선 준결승에서 일본의 후지카와 큐지를 상대로 동점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던 이진영. 사진 연합뉴스
후지카와는 은퇴 후 유튜브 채널 운영, 야구 해설 및 평론가로 활동했다. 지난 3월에는 한국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024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 서울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 고척스카이돔을 찾기도 했다.
한신은 지난해부터 구단 특별보좌관으로 일했던 후지카와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후지카와의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선택이다.
후지카와는 한신 지휘봉을 잡은 뒤 코칭스태프 구성에 난항을 겪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1962, 1964, 1985, 2003, 2005, 2023시즌에 이어 한신에 통산 7번째 센트럴리그 우승을 안겨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