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가 올해 정규시즌 경기에서 득점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효자 외인이 확실하다.
지난 22일 서울 잠실야구장. 두산 베어스는 9회말까지 한화 이글스에 0-2로 끌려가고 있었다. 9회 마지막 공격서 선두타자 오명진이 2루타를 쳐 무사 2루를 이뤘다.
다음 타자는 외인 제이크 케이브였다. 케이브의 타구는 야속하게도 1루수 정면으로 굴러갔고, 1루 베이스 앞으로 달려 나와 공을 잡은 한화 김태연이 케이브를 태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케이브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뒤로 넘어지면서 몸을 비틀어 오른쪽 다리로 1루 베이스를 찍었다.
물론 결과는 아웃이었다. 케이브의 투지와 절실함은 분명 돋보였다.
두산은 22일 경기서 1-2로 석패했다. 대신 23일 맞대결서 13-2로 대승을 거뒀다. 중심에 케이브가 있었다. 4타수 3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케이브는 1회 1사 1루서 한화 선발 황준서의 4구째, 125km/h 스플리터를 강타해 비거리 120m의 우월 투런 홈런을 터트려 결승타를 장식했다. 팀에 2-0 선취점을 안겼다. 후속 양의지가 좌월 솔로포를 쳐 올 시즌 리그 18번째 연속 타자 홈런을 완성했다.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가 올해 정규시즌 경기에서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가 올해 정규시즌 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케이브는 이유찬의 투런포에 이어 솔로포를 때려냈다. 한화 엄상백의 4구째, 146km/h 패스트볼을 노려 비거리 135m의 대형 우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유찬과 함께 리그 19번째 연속 타자 홈런을 선보였다. 또한 케이브는 6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를 추가했다. 팀의 대승에 큰 공을 세웠다.
올 시즌 KBO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케이브는 여러 차례 허슬플레이를 펼치며 솔선수범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순간에도 늘 전력 질주했고 몸을 날렸다. 두산의 '허슬두' 정신에 완벽히 부합했다.
성적도 훌륭하다. 3월 월간 타율 0.214(28타수 6안타) 3타점, 5월 타율 0.246(114타수 28안타) 2홈런 9타점으로 주춤하는 듯했으나 금세 반등했다.
앞서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외인 타자가 매일 잘하기는 힘들다. 쉽지 않다. 아마 컨디션이 떨어지기도 하고 체력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며 "하지만 케이브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잘하기 위해 영상도 찾아보고 젊은 선수들과 연습도 더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 조성환 감독대행이 올해 정규시즌 경기를 앞두고 대화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가 올해 정규시즌 경기에서 홈으로 슬라이딩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이어 "케이브가 본인의 성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케이브에게 '네가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공부할 수 있는 귀감이 된다. 지금처럼 늘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다. 어차피 결과는 우리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으니 경기 안에서 계속 집중해달라. 젊은 선수들이 정말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조 대행은 "케이브가 뛰는 걸 보며 우리 선수들이 느낀 점이 많았을 것이다. 아주 감사하다"고 칭찬했다.
케이브는 지난달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6월 월간 타율 0.321(78타수 25안타) 2홈런 12타점, 7월 타율 0.385(52타수 20안타) 4홈런 14타점을 자랑했다. 시즌 성적은 84경기 타율 0.310(332타수 103안타) 10홈런 51타점이 됐다. 또한 우익수 수비 능력 역시 수준급이다.
현시점에서 다시 조 대행에게 케이브에 관해 물었다.
"교과서다. 정말 좋은, 인생의 책 한 권이 놓여있는 듯하다. 선수들에게 케이브의 플레이를 하나하나 놓치지 말고 눈에 담으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케이브의 모든 것을 다 기억했으면 좋겠다."
최고의 극찬이었다.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가 올해 정규시즌 경기에서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