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한국의 공중 공격을 묶은 일본이 꼽은 비결은 수비진의 높은 평균 신장이었다.
일본은 지금까지 줄곧 한국과의 경기에서 공중볼 경합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에서는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들을 꽁꽁 묶으면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이날 일본은 후방에 세 명의 센터백을 배치하고, 양쪽 윙백이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는 식으로 한국의 공격을 막았다. 한국은 힘이 좋은 최전방 공격수 주민규를 앞세워 공중볼과 세컨드볼을 노리는 공격 방식을 시도했지만, 주민규는 상대 일본 수비진과의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높이를 활용한 한국의 공격은 후반전 190cm가 넘는 장신 공격수 이호재가 투입된 이후부터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어 후반전 중후반 오세훈까지 들어가 최전방에서 '트윈 타워'를 형성해 일본 수비진을 괴롭혔다. 주민규보다 거의 10cm나 더 큰 이호재와 오세훈은 일본 수비진을 상대로 뛰어난 공중 장악 능력을 보여줬다.
후반 39분경 일본 골문 앞에서 오세훈이 헤더로 떨군 공을 이호재가 강력한 시저스킥으로 연결한 게 두 선수가 좋은 호흡을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호재의 슈팅이 일본 수문장 오사코 게이스케의 선방에 막히면서 득점에는 실패했고, 이를 포함해 수차례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해 0-1로 패배해 우승이 좌절됐다.
일본 언론은 평소 공중볼에서 밀렸던 일본이 이번 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무실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이 수비진의 큰 키에 있다고 짚었다.
일본 축구 매체 '게키사카'는 16일 "원정 한일전이라는 중압감이 있는 경기에서 후반전에는 반코트 경기에 몰려 한국이 파워 플레이를 걸어오는 가운데, 일본은 백3의 중앙에 배치된 아라키 하야토를 중심으로 끈질기게 견디며 일본 대표팀 역사상 처음으로 동아시안컵 연속 제패를 이뤄냈다"고 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한국으로부터 도망치는 방법은 평균 키 187cm가 넘는 수비진이었다"며 수비진의 키가 전체적으로 컸기 때문에 공중볼을 앞세운 한국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일본의 백3로 선발 출전한 선수들을 살펴보면 안도 도모야(190cm), 아라키 하야토(185cm), 고가 다이요(182cm) 모두 주민규보다 키가 크거나 비슷했다. 여기에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했지만 한국의 공격을 막는 데 집중한 모치즈키 헨리 히로키 역시 192cm의 장신이었고, 후반전 투입된 우에다 나오미치도 186cm로 힘이 좋은 수비수였다.
'게키사카'는 "일본은 대표팀 역사에서 거의 없는 평균 신장 187cm 이상의 백5로 맞서 한국의 맹공을 견뎌냈다"며 "월드컵까지 1년이 남은 시점에서 월드컵을 향해서도 어필할 수 있는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내세운 백3의 중앙에서 수비의 중심을 잡았던 아라키는 경기 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백5는 높이도 있었고,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라키와 함께 출전했던 고가는 "상대도 최전방에 키가 큰 선수가 있었고, 그 선수를 활용한 공격이 예상됐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우선적으로 경합하는 상황에서는 철저하게 수비해줬다"면서 "롱볼이 기점이 되어 실점하는 형태를 만들지 않고 90분을 마친 것은 좋았다"며 한국의 공중 공격을 막아낸 점에 기쁨을 표했다.
사진=용인, 고아라 기자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