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이 최근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디오구 조타를 기리기 위해 생전 착용했던 등번호 20번을 구단 전 연령대 팀에서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1892년 창단 뒤 133년 만에 나온 최초 결정이다.
리버풀은 1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디오구 조타. 우리의 영원한 20번. 조타는 이 번호를 자랑스럽고 명예롭게 달고 다녔다. 그 과정에서 우리를 수많은 승리로 이끌었다. 디오구 조타는 리버풀FC의 영원한 20번으로 남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단은 "조타의 아내 루테, 가족과 상의한 후 리버풀 여자팀과 아카데미를 포함한 모든 연령별 팀의 선수단에서 조타를 기리고 추모하는 의미로 20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한다"면서 "이번 조치는 포르투갈 출신의 조타가 지난 5년 동안 리버풀의 성공에 기여한 헤아릴 수 없는 공헌뿐만 아니라 팀 동료, 팬들에게 끼친 깊은 개인적 영향과 이들과 맺은 영원한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에드워즈 FSG풋볼 CEO는 "우리는 모두 팬들의 감정을 예민하게 알고 있었다. 우리도 똑같이 느꼈다. 조타의 아내인 루테와 그의 가족을 이번 결정에 참여시켰고, 그들에게 우리의 의도를 가장 먼저 알리는 게 매우 중요했다"면서 "이 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지정함으로써 우리는 그 번호를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이며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타는 2020년 리버풀에 합류했고, 등번호 20번을 받았다. 명예와 애정을 담은 것이었다. 리버풀이라는 구단에게 있어서 조타는 우리의 영원한 20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리버풀 역사상 한 선수를 위해 영구 결번을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조타에게 바치는 특별한 헌사다.
리버풀은 "조타가 동료, 팬들에게 어떤 의미였고, 지금도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조타가 세상을 떠난 후 이어진 추모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조타는 뛰어난 축구 선수이자 뛰어난 사람이었다"면서 "그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슬픔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느껴질 것이다. 구단은 루테와 그의 세 자녀, 부모님, 형제와 그의 가족들,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사랑을 전한다"고 전했다.
빌리 호건, 존 헨리, 톰 워너, 마이크 고든 등 구단 고위 관계자들도 "우리 클럽의 길고 유구한 역사에서 이 영예가 이전에 한 번도 수여된 적이 없다는 사실은 디오고가 리버풀 축구 클럽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그의 기억과 공헌은 숫자 20과 연관돼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조타를 잃은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전한다"고 밝혔다.
조타는 지난 3일 스페인 사모라 지방에서 교통사고로 향년 2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전 세계가 슬픔에 잠겼다. 어린 시절부터 만난 연인과 불과 11일전 결혼식을 올린 참이었기 때문이다. 슬하에 3명의 자녀도 두고 있었기에 앞으로 행복한 날들만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선수라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전 세계에서 추모 물결이 일었다.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도 조타를 추모하기 위해 수천 명의 팬들이 찾고 있다. 팬들은 경기장 인근 추모 공간을 찾아 꽃, 머플러, 유니폼, 사진 등을 놓으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조타를 기렸다.
5일에는 포르투갈 북부 대도시 포르투 인근 지역인 곤도마르의 성당인 '이그레자 마트리즈 드 곤도마르'에서 조타와 안드레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장례식엔 조타 형제의 가족, 그리고 둘이 뛰던 구단의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이 대거 참석했다. 조타의 소속팀인 리버풀에서도 아르네 슬롯 감독을 비롯해 버질 판 데이크, 다르윈 누네스, 라이언 흐라벤베르흐, 앤드류 로버트슨, 커티스 존스 등 다수의 선수들이 참석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을 비롯해 브루누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후벵 네베스(알힐랄),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 넬송 세메두(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주앙 펠릭스(첼시) 등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도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최근 조타의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여론이 반전되는 듯했으나 사건 발생 당시 조타가 과속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오기도 했다.
리버풀은 이러한 논란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 조타를 위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등번호 20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는 결단을 내리며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연합뉴스, 리버풀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