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천, 김유진 기자) 배우 이병헌이 오랜 연기 인생 속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이 된 남다른 감회를 털어놓았다.
4일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이병헌 특별전 '더 마스터: 이병헌'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병헌과 신철 집행위원장, 이정엽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이날 신철 집행위원장은 이병헌을 소개하며 "이병헌 배우를 수식하는 단어가 '더 마스터'인데, 저는 보면 볼수록 '더 몬스터'라는 생각이 들더라.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는 느낌이었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이에 이병헌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저의 특별전을 한다고 한 순간부터 계속 민망함을 느끼고 있다"고 멋쩍어하며 "특별전을 하는 것이 제게는 이런 일이 언제 또 있을까 하는 기분이 들 만큼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가 특별전을 할 만큼 (연기를) 잘 해놨었나' 하는 그런 부끄러움도 느껴진다"고 말을 이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배우 기념 책자 발간 및 사진전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이병헌의 30년 연기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또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비롯해 '번지점프를 하다'(2001), '달콤한 인생'(2005), '그해 여름'(2006), '악마를 보았다'(2010),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내부자들'(2015), '남한산성'(2017), '남산의 부장들'(2019),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등 이병헌의 대표작 10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이런 날이 다가왔다는 것이 배우로서 뿌듯하고 보람이 느껴진다"고 미소 지은 이병헌은 특별전에서 선보일 10편의 영화에 대해 "제게 의미가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활발한 스크린 활동은 물론, 지난 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의 프론트맨과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빌런 귀마 역의 목소리 연기를 하며 글로벌 인기를 체감 중인 소감도 말했다.
이병헌은 "처음 '오징어 게임' 대본을 봤을 때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너무 실험적이었기에 쫄딱 망하거나 아주 성공하거나 둘 중의 하나,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편으로는 지금의 세상을 딱 축소시켜 놓은 것이 '오징어 게임'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오징어 게임'에서 보여주고 있는 인간성의 부재에 대해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전 세계 관객들도 이 안에 푹 빠져서 작품을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것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보여졌을 때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신난다. 케이팝의 현재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놀라고 있는 중이다"라고 기뻐했다.
끊임없이 이야기 되는 '극장의 위기설'에 대해서도 "사람들과 만났을 때 극장의 위기에 대한 얘기는 빠지지 않고 나누는 소재가 됐다. 분명한 것은 확실한 위기라는 생각은 든다"고 조심스레 말을 더했다.
이병헌은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든 좋은 이야기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면 그 순간은 할리우드에 직접 가는 것 이상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작품이 또 잘 만들어졌다면 그 성과 또한 어마어마하게 달라지는 상황들이 이미 생겼다. 지금은 아직 과도기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약해 온 이병헌은 "'내가 아직 연기를 많이 했구나' 현실적으로 많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무언가 괴리가 좀 느껴지는 기분도 있는데, 앞으로 10년 후와 20년 후, 30년 후에도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저의 더 커다란 특별전을 보여드릴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여전한 연기 열정을 내비쳤다.
이날 현장에는 외신을 포함해 취재진들이 자리를 꽉 채우며 이병헌의 활발한 행보를 바라보는 높은 관심을 전했다.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을 모두 받지 못하고 마무리하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낸 이병헌은 "제가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는 모든 질문에 다 대답을 드리고 나면, 스스로 굉장히 허무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약간은 신비롭게 보여지고 싶으니까 잘 남겨놓았다가, 저의 연기 40년 혹은 50년을 기념할 때 나머지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드리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고 재치 있게 얘기하며 거듭 인사했다.
3일 개막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13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상영작은 41개국 217편(장편 103편·단편 77편·AI(인공지능) 영화 11편· XR(확장현실) 영화 26편)이며, 부천시청(어울마당·판타스틱큐브)·한국만화박물관·CGV소풍·부천아트벙커B39와 온라인 상영관 웨이브(wavve)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