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알렉 감보아가 20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호투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엑스포츠뉴스 부산, 최원영 기자) '효자 외인'이 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투수 알렉 감보아는 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팀의 3-1 승리와 3연승에 큰 공을 세웠다.
사자 군단에 복수도 성공했다. 찰리 반즈의 대체 외인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감보아는 지난달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투구 전 상체를 90도로 숙였다가 일어나 공을 던지는 특이한 루틴 때문에 삼성에 크게 일격을 당했다. 리그 44년을 통틀어 9번째 삼중도루를 허용하는 수모를 곱씹어야 했다. 4⅔이닝 5피안타 3사사구 9탈삼진 4실점, 투구 수 89개(스트라이크 60개)를 기록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감보아는 당일 삼성전부터 곧바로 투구 루틴을 수정했고, 무서운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난 3일 키움 히어로즈전서 7이닝 무실점, 8일 두산 베어스전서 6⅔이닝 2실점, 14일 SSG 랜더스전서 6이닝 1실점으로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를 달성했다. 더불어 개인 3연승을 질주했다.
이번 삼성전서도 쾌투를 선보이며 4연속 QS와 개인 4연승을 완성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감보아를 영입한 뒤 "반즈의 대체 외인이니 1선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내비쳤는데, 감보아가 수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알렉 감보아가 20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알렉 감보아가 20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이날 총 투구 수는 98개(스트라이크 55개)였다. 패스트볼(64개)을 중심으로 슬라이더(26개), 커브(8개)를 섞어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7km/h를 찍었다. 좌완 파이어볼러다운 활약이었다.
5회초 돌발 상황이 발생했지만 이 역시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 1사 2, 3루서 감보아는 삼성 양도근에게 3루 땅볼을 유도했다. 3루수 김민성과 3루 주자 박병호가 잠시 충돌했고, 김민성은 1루로 송구를 마쳤다. 심판진은 박병호의 수비 방해를 지적하며 3루와 1루에서 모두 아웃을 선언했다. 그대로 이닝이 끝났다.
그런데 심판진이 모여 대화를 나눈 뒤 판정이 번복됐다. 수비 방해로 3루 주자 박병호가 아웃된 후 규정에 따라 볼 데드 상황이 되기 때문에 1루에서 양도근은 세이프라는 것. 2사 1, 2루서 경기가 재개됐다. 5회초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던 감보아도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변수 속에서도 감보아는 잘 버텼다. 재개 후 삼성 김성윤에게 투수 땅볼을 끌어냈다. 1루 송구가 살짝 빗나갔지만 1루수 고승민이 공을 잘 잡아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 롯데가 요청한 비디오 판독 결과 아웃으로 정정됐다. 무사히 3아웃을 채웠다.
6회초 투구를 앞두고는 마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 잠시 경기가 지연됐다. 정비 후 피칭에 나선 감보아는 6회초를 4타자 만에 정리했다.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알렉 감보아가 20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알렉 감보아가 20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이닝을 마친 뒤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승리 후 김태형 롯데 감독은 "선발투수 감보아가 퀄리티스타트로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감보아는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팀원들 모두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삼성은 좋은 팀이고 비도 계속 내려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다"고 입을 열었다.
20일 부산은 종일 날이 흐렸다. 경기 중 장대비가 내렸다가 그치고 다시 비가 오는 등 악천후가 계속돼 선수들도 집중력을 보다 높여야 했다.
감보아는 "이런 상황들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라운드에 나왔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그라운드 스태프들이 정비를 빠르게 해주셔서 투구를 잘 이어갈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팬들도 잊지 않았다. 감보아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알렉 감보아가 20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이닝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사진=롯데 자이언츠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