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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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 캡틴 이금민 울린 단어는 '희망'…"관중들이 기뻐하는 경기, 그만큼 큰 희망이 없어요" [현장인터뷰]

기사입력 2025.06.03 14:51 / 기사수정 2025.06.03 14:51



(엑스포츠뉴스 용인, 김환 기자) 지소연이 빠진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맏언니이자 주장 이금민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언제나 밝은 미소와 함께 당찬 모습을 보였던 이금민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희망'이라는 단어였다.

이금민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즐거워하는 축구를 통해 여자축구의 미래가 조금이나마 밝아진 것 같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했다.

2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이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금민은 "무승부라는 결과는 아쉽지만, 어린 선수들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발견했다. 감사한 경기였다"는 소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경기력에서는 흠 잡을 데가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이금민도 동의했다.

이금민은 "같은 생각이다. 짧은 소집 기간 동안 백4에서 백3로 바꿨는데, 모든 선수들이 이 변화에 잘 적응해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상대팀 선수들도 모두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인데, 너무 잘 싸워줬다. 득점을 하지 못해 아쉬운 경기였다. 더 좋은 경기로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조기 소집 해제된 여자 축구대표팀의 기둥 지소연의 공백을 메우는 게 과제였다. 신상우호는 지소연이 빠진 와중에도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금민은 "(지)소연 언니가 있었다면 더 좋은 경기를 했을 것"이라면서도 "없을 때 선수들이 더 큰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인지하고,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는 와중에도 경기를 즐겼다고 생각한다. 공백은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시너지를 내지 않았나 싶다"라고 평가했다.

맏언니이자 주장으로서 지소연의 공백을 더욱 크게 실감했을 이금민이다.

이금민은 "어린 선수들이 너무 많이 올라왔고, 능력 있는 선수들과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맏언니지만 아직도 재롱을 부리고 있다"고 웃은 뒤 "지금 나이가 되니까 더 감사하다. 밑에 있는 선수들을 이끌어주고, 가운데에서 밸런스를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사명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여자축구의 희망을 본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금민이 눈물을 흘렸다. 

이금민은 "매번 희망을 보기는 하는데, 관중들이 즐거워하는 경기를 했다는 거에 너무 감사하다. 관중이 막 바글바글하지는 않지만, 오신 분들이 열심히 경기장을 메워서 열심히 응원해 주신다. 그분들을 위해 관중이 즐거운 경기를 했다는 것만큼 큰 희망이 없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이제 또 하나의 시작이지 않나. 월드컵과 아시안컵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포함해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 매번 시작이고, 매번 황금기였지만, 이번에는 큰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금민은 금세 웃음을 되찾았다.



포지션이 공격수에서 미드필더로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이금민은 "어렸을 때, 그리고 몸이 지금보다 좋았을 때에는 빠른 선수였지만 해외 생활을 하면서 감독님들이 나를 미드필드에 기용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중원에서 공을 지키고, 공을 전달하는 역할을 자주 하면서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 그래도 수비형 미드필더는 오랜만에 소화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스프린트가 안 된다. 주력이 좋은 어린 선수들이 위에서 뛰어줘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금민은 지소연이 자신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이금민과 최유리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면서 "우리는 아직 지소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금민은 "(지)소연 언니가 없는 대표팀은 상상이 안 된다. 지소연 선수가 있어서 우리가 더 힘을 얻고 뛰는 거고, 그 시너지를 갖고 선수들에게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언니를 보내고 싶지 않다. 본인의 의사지만, 우리는 아직 상상이 안 된다. 우리가 동의한 적은 없다. 소연 언니가 오래 남아서 우리도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또 "중간에 있는 우리가 어린 선수들의 분위기를 맞춰줘야 하고, 경기장에서는 언니들의 부담감도 덜어줘야 한다. 더 열심히 뛰고,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려고 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지소연의 시대에 살고 있고, 지소연의 시대에 살고 싶다. 이금민의 시대, 최유리의 시대라는 것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금민은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묻자 "너무 고맙게도 어린 선수들의 태도가 좋다. 많이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왔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건방을 떠는 게 아니라 이 자리가 얼마나 간절한지, 대표팀에 들어와서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게 얼마나 간절한 건지 아는 것 같다"며 "지금도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그걸 더 느끼면 좋겠다. 선수들이 여기에 와서 사명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너무 잘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더 이야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용인, 김환 기자 / 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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