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이 결국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팀이 다득점으로 리드하는 상황에서도 이강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이강인 대신 19세 유망주인 데지레 두에를 교체로 투입하며 이강인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강인의 결승전 결장은 최근 불거진 그의 이적설에 힘을 더했다.
스페인 축구대표팀 사령탑 출신 엔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PSG는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인터밀란(이탈리아)과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5-0 대승을 거두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PSG가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프랑스 리그1(리그앙)과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PSG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2년 전 맨체스터 시티처럼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유러피언 트레블을 달성했다.
반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패배한 인터밀란은 이탈리아 세리에A에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준우승에 그치며 아쉬움과 함께 시즌을 마쳤다.
그동안 유럽 축구 역사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구단은 단 8개에 불과했다. PSG는 셀틱(스코틀랜드),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이상 네덜란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바르셀로나(스페인), 인터밀란(이탈리아), 바이에른 뮌헨(독일), 그리고 지난 2022-23시즌 트레블에 성공했던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이후 9번째 트레블 구단이 됐다.
프랑스 슈퍼컵 우승까지 더하면 유럽 축구 역사에서도 많이 찾아보기 힘든 '쿼드러플'을 달성한 PSG다.
이강인도 PSG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시즌 후반기 들어 출전 기회를 자주 받지 못했던 이강인이지만, 전반기의 활약 덕에 그 역시 PSG의 우승 멤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강인은 전반기 내내 최전방 공격수부터 중앙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다방면 미드필더로 활약해 팀에 보탬이 됐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리그 페이즈와 브레스트(프랑스)와의 16강 플레이오프까지 출전했던 이강인은 후반기 들어 시작된 토너먼트에서는 기회를 받지 못했다. 16강에서 만난 리버풀과의 2차전에서 경기가 연장전으로 흐르자 교체 출전한 것 외에는 8강 애스턴 빌라전과 준결승 아스널전, 그리고 인터밀란과의 결승전에 모두 결장했다.
쿠프 드 프랑스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던 이강인은 이번에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PSG는 이강인을 빼고 4-3-3 전형을 구축했다.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골문을 지켰고, 누노 멘데스와 윌리암 파초, 마르퀴뉴스, 아슈라프 하키미가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주앙 네베스가 미드필드를 구성했고,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우스망 뎀벨레, 그리고 데지레 두에가 공격을 이끌었다.
인터밀란은 3-5-2 전형을 사용했다. 얀 좀머가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고, 알레산드로 바스토니, 프란체스코 아체르비, 뱅자맹 파바르가 백3를 구축했다. 페데리코 디마르코와 덴젤 둠프리스가 측면에, 헨릭 미키타리안과 하칸 찰하놀루 니코 바렐라가 중원에 배치됐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와 마르쿠스 튀람이 최전방에서 투톱으로 뛰었다.
초반부터 최전방 스리톱을 앞세워 인터밀란을 강하게 압박한 PSG는 전반 12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내며 일찍이 리드를 가져왔다.
비티냐가 왼쪽 측면에서 보낸 전진 패스를 두에가 받아 반대편으로 보냈다. 이를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에 가담한 하키미가 골문 바로 앞에서 가벼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인터밀란의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PSG는 전반 20분 추가골을 터트려 격차를 벌렸다. 역습 상황에서 뎀벨레가 반대편으로 크게 전환한 공을 두에가 잡았고, 오른발 슛을 날렸다. 이것이 두에를 저지하려던 디마르코의 몸에 맞고 굴절돼 인터밀란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PSG는 전반전에만 무려 13개의 슈팅을 날리며 인터밀란을 압도했다. 인터밀란이 2개의 슈팅을 시도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되는 기록이었다.
후반전도 PSG의 흐름이었다. 선제골 장면에서 기점 패스를 보냈던 비티냐가 이번에는 오른쪽 측면으로 패스를 찔렀다. 비티냐의 패스를 받은 두에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쏴 팀의 세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이어 후반 28분 겨울 이적시장에서 합류한 신입생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네 번째 골을 기록하며 사실상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점수 차가 3-0으로 벌어진 이후 두에 대신 브래들리 바르콜라를 투입했던 엔리케 감독은 승기를 잡은 뒤 뤼카 에르난데스와 곤살루 하무스, 세니 마율루와 워렌 자이르-에머리를 모두 내보내며 교체카드를 소진했다. PSG 벤치에는 이강인을 비롯해 이브라힘 음바예, 베랄두, 프레스넬 킴펨베 등이 앉아 있었지만 이 선수들은 결국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니콜라 잘레프스키, 얀 아우렐 비세크, 마테오 다르미안, 카를로스 아우구스토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던 인터밀란은 네 번째 실점 이후 의욕을 잃었다.
그러나 PSG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PSG는 후반 41분 바르콜라의 패스에 이은 마율루의 골로 축포를 쐈다. 마율루의 득점을 마지막으로 90분 동안 무려 다섯 골을 쏟아낸 PSG와 인터밀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PSG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엔리케 감독은 쿠프 드 프랑스 결승전에 이어 이번에도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으면서 최근 불거진 이강인과의 결별설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강인은 최근 이번 시즌을 끝으로 PSG를 떠날 예정이며, 나폴리와 접촉 중이라는 내용의 이적설에 휩싸인 상태다. 팀이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강인 대신 19세 마율루를 선택한 엔리케 감독의 모습은 이강인의 이적설에 힘을 싣는 꼴이 됐다.
사진=이강인 SNS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