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김근한 기자) 수비는 기본, 타격은 덤. 이게 원조 화수분 야구였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명진이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는 멀티 포지션 능력으로 화수분 야구 부활의 선봉장에 나섰다. 2루수로 시작해 3루수를 거쳐 유격수 수비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그림에 두산 이승엽 감독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명진은 올 시즌 3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 23안타, 1홈런, 16타점, 출루율 0.327, 장타율 0.385를 기록했다.
2020년 신인 2차 6라운드 전체 59순위로 팀에 입단한 오명진은 지난해까지 1군 총 9경기 출전에 그쳤었다. 하지만, 오명진은 2025시즌 스프링캠프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시범경기 타율왕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물론 개막 초반 시련은 있었다. 개막 초반 12경기 안타 3개에 그쳤던 오명진은 2군으로 내려가 재정비 기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명진은 1군 복귀 뒤 곧바로 연속 멀티히트 경기와 함께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5월 초 강승호의 2루수 복귀로 3루수 수비로 자리를 옮긴 오명진은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으로 내야 주전 자리를 제대로 꿰찼다. 거기에 오명진은 최근 유격수 수비까지 소화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6일 취재진과 만나 "오명진 선수가 시작은 2루수로 했는데 3루수를 거쳐 유격수 수비까지 너무 훌륭하게 잘 메우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불안한 우려가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그런 게 없다. 부상 없이 이런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실력으로는 무조건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선수"라며 고갤 끄덕였다.
오명진은 2루수, 3루수, 유격수뿐만 아니라 1루수 수비도 간간이 맡을 정도로 내야 전 포지션 소화 능력을 뽐내고 있다. 거기에 외야 수비까지도 자청할 정도다.
이 감독은 "내야 전 포지션에다가 본인은 외야 수비까지 가능하다고 하던데 그건 욕심이 아닐까 싶다(웃음). 개인적으로 잦은 포지션 이동을 선호하지 않는데 부상과 부진으로 계속 여러 군데 수비를 오가게 됐다. 모든 포지션에서 수비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선수가 흔치 않다. 지난해 이유찬이 맡았던 역할을 올해 오명진이 잘 소화하고 있다. 팀에 없어선 안 될 소금 같은 역할"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산 구단과 팬들이 오명진의 성공적인 1군 안착을 응원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과거 화수분 야구로 유명했던 두산의 전통대로 어디 포지션에 갖다 놔도 기본 이상을 해주는 수비 능력으로 주전 자리에 오르는 그림인 까닭이다. 또 외부 영입이 아닌 순수 내부 육성으로 주전 야수를 만드는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도 오랜만에 나온 그림이다.
무엇보다 팀 내에서 가장 악바리처럼 야구하기로 유명한 오명진이다. 오직 야구에만 미친 선수가 주전으로 도약하는 그림은 팀 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역 시절 그 누구보다도 독하게 야구를 했던 이승엽 감독이 극찬할 만큼 오명진은 시즌 초반부터 언제 올지 모르는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 과연 오명진이 과거 두산 화수분 야구 공식대로 자신의 야구 인생을 성공적으로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