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에서 뛰고 있는 황희찬이 소속팀에서의 입지를 완전히 잃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던 황희찬은 이번 시즌 부진과 부상, 팀 전술 변화 등이 겹치며 고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중반 개리 오닐 감독 경질 이후 새롭게 합류한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 체제 아래에서 출전 시간이 현저히 줄어드는 상황에 처했다.
페레이라 감독 역시 최근 그 이유를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며, 황희찬의 처지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페레이라 감독은 10일(한국시간) 펼쳐진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과의 맞대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황희찬은 짧은 공간에서 빠르고, 움직임이 지능적인 선수다. 마무리 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올 시즌엔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동시에 쓰지 않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한 명의 스트라이커만 기용하는데, 현재는 라르센이 골을 넣고 있다"며 황희찬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공격수는 자신감을 회복하려면 경기에 출전하고 골도 넣고, 스스로 중요하다고 느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기회를 줄 공간이 없다"며 "황희찬은 박스 안에서 활동하는 스타일로, 지금 시스템에서는 스트라이커 외 자리에 어울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황희찬의 출전 상황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이번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20경기에 출전해 2골에 그쳤고, 평균 출전 시간은 고작 32분 남짓이다.
심지어 선발 출전은 1월 15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최근 두 달간은 세 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 4월 레스터 시티전에서는 페레이라 감독이 6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하고도 황희찬을 투입하지 않았을 정도다.
이는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12골 3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는 울버햄프턴 구단이 같은 해 12월, 그와 2028년 여름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구단은 그를 '핵심 자원'으로 평가했고, 실제로 마르세유로부터 약 2100만 파운드(약 391억원)에 달하는 이적 제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했다.
당시 프랑스 리그1 명문 마르세유는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 주도로 황희찬 영입에 강한 관심을 보였고, 감독 본인이 직접 황희찬에게 연락해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하지만 황희찬 본인과 울버햄프턴 구단 모두 잔류를 택했고, 이는 구단과의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그가 팀 내에서 겪고 있는 상황은 황희찬의 이적설로 다시금 이어지고 있다.
영국 울버햄프턴 지역 언론 '몰리뉴 뉴스'는 8일(한국시간) 보도에서 "황희찬은 이번 여름 울버햄프턴을 떠날 수 있는 후보 중 하나"라고 전했다.
특히 이 매체 역시 "황희찬이 지난 시즌 12골을 넣으며 구단의 핵심 자원이었지만, 이번 시즌 라르센의 활약 속에서 체계적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체는 "울버햄프턴은 지난해 마르세유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지금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황희찬은 더 이상 페레이라 감독의 구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황희찬을 향한 유럽 클럽들의 관심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1월에도 웨스트햄이 황희찬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울버햄프턴은 시즌 중 핵심 자원들의 부상으로 인해 전력 공백을 우려해 이적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황희찬의 퍼포먼스는 반등되지 않았고, 결정적인 장면에서 실수도 이어졌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울버햄프턴 내부에서도 '이제는 이적이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물론 황희찬의 이적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구단은 과거 1400만 파운드(약 260억원)를 들여 RB 라이프치히에서 황희찬을 완전 영입했고,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매각하길 원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폼과 출전 시간, 통계 수치를 감안하면 구단이 기대하는 이적료를 제시할 클럽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남은 시즌 3경기에서 황희찬이 출전 기회를 얻고 다시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향후 거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페레이라 감독은 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도 로테이션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로테이션 자원을 잘 사용하지 않는 원칙적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축구는 자격이 있어야 뛰는 것이지 선물처럼 주는 것이 아니다. 경쟁력을 갖춘 선수를 기용하겠다"고 못박은 만큼, 이는 황희찬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더욱 낮음을 시사한다.
한편 울버햄프턴은 현재 페레이라 감독 체제 아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 성적을 바탕으로 페레이라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선정하는 '이달의 감독'을 수상했고, 최근 맨시티에게 패배하기 전에 연승을 이어온 바 있다.
황희찬에게 이번 여름은 중요한 기로다. 팀 내 입지를 회복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현재로선 이적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경험이 있는 공격수로서, 새로운 환경에서 반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가오는 여름 이적 시장이 그의 커리어에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