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앞서 두 번의 우승 기회를 놓친 손흥민이 이번에는 우승할 수 있을까.
토트넘 홋스퍼가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오르면서 손흥민에게 다시 한번 무관에서 탈출할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이 발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토트넘 동료들이 이뤄낸 쾌거다.
지난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2020-21시즌 리그컵 결승전에 진출했으나 두 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던 토트넘은 다시 한번 무관의 사슬을 끊어내려고 한다. 이영표가 뛰던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동안 우승 트로피가 없는 토트넘은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트로피 진열장에 새로운 우승컵을 하나 추가하겠다는 생각이다.
손흥민에게도 동기부여가 상당하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인터뷰를 통해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열망을 밝혔다.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다음 시즌까지지만, 이번 시즌을 끝으로 손흥민이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어 손흥민이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토트넘을 떠날지도 관심이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9일(한국시간) 노르웨이 보되에 위치한 아스프미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되/글림트와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도 3-1로 이긴 토트넘은 합계 5-1로 크게 앞서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토트넘은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를 합계 7-1로 물리치고 올라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오는 22일 오전 4시 스페인 빌바오의 산마메스 경기장에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토트넘은 이제 1승만 더 올리면 프리미어리그에서 16위로 쳐지는 등 최악으로 치닫던 올 시즌을 웃으며 마칠 수 있다.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손에 쥐어지는 것은 덤이다.
손흥민이 지난달 입은 발 부상으로 인해 보되 원정길에 동행하지 않은 가운데 토트넘은 방심하지 않고 주축 선수들을 모두 선발로 내보내며 안정적으로 승리를 노렸다. 손흥민의 빈자리는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히샬리송이 채웠다.
수비에 집중하는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전 중반까지 이어지던 팽팽한 경기 흐름을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깼다.
손흥민 대신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한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머리로 떨군 공을 도미닉 솔란케가 문전에서 밀어 넣어 선제골을 뽑아낸 것이다.
이어 후반 24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페드로 포로가 올린 크로스가 그대로 보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추가골이 됐다. 약간의 행운이 따른 득점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포로가 페널티지역에서 상대 공격수에게 발을 걸었다는 판정과 함께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취소됐다. 토트넘은 원정 팀들에게 까다롭기로 유명한 보되 원정에서 2-0 완승을 따내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같은 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또 다른 준결승 2차전에서는 맨유가 빌바오를 4-1로 물리쳤다.
발바오가 전반 31분 미켈 야우레기사르의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넣어 역전 드라마에 시동을 거는 듯했다.
그러나 교체 투입된 메이슨 마운트가 멀티골을 뽑아내며 맨유의 해결사로 나섰다.
마운트는 후반 27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레니 요로가 넘긴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터닝슛을 쏴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어 후반 34분에는 카세미루가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프리킥을 헤더로 연결해 빌바오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40분 스트라이커 라스무스 호일룬이 아마드 디알로의 컷백 패스를 문전에서 오른발로 마무리해 쐐기를 박았다.
후반 추가시간 골키퍼의 패스 실수를 낚아챈 마운트가 터트린 장거리 원더골은 맨유의 결승행을 축하하는 축포였다.
마운트의 추가 득점으로 쐐기를 박은 맨유는 합산 스코어 7-1로 4년 만에 유로파리그 결승에 올랐다. 통산 세 번째 유로파리그 결승전 진출이다.
지난 2016-17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맨유는 2020-21시즌에도 결승에 올랐으나 비야레알(스페인)에 무릎을 꿇어 우승이 좌절된 바 있다.
결승전에서 격돌하게 된 토트넘과 맨유 모두 무관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망신을 당하게 된다.
두 팀은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기준 각각 16위와 15위에 머물러 있다. 토트넘은 11승5무19패, 맨유는 10승9무16패를 거뒀다. 두 팀 모두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리그를 사실상 포기한 만큼 유로파리그에서는 반드시 트로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공교롭게도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던 두 팀이 나란히 리그에서 부진한 상태로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격돌하게 됐다.
무엇보다 손흥민이 이번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 긴 무관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손흥민은 프로 무대와 국가대표팀을 통틀어 한 번도 성인 무대에서 우승한 적이 없는 터라 UEL 우승 트로피가 간절하다.
손흥민은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도합 15시즌을 뛰면서 어떤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못했다.
태극마크를 달고는 연령별 대회로 분류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게 손흥민의 유일한 우승 기록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