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한스 디터 플리크 감독의 상황이 2년 반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2022년 12월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에 참가했던 플리크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참패를 당해 조별리그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어 지난 2023년 9월 독일 홈구장에서 일본과 평가전 리턴 매치를 치렀다가 1-4로 무너지자, 독일 국가대표팀 역사상 처음으로 경질된 감독이라는 오명과 함께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독일 최고의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트레블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칭송받았던 지도자의 몰락이었다.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던 플리크 감독은 지난해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의 후임을 물색하던 바르셀로나의 러브콜을 받고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플리크 감독이 직전 독일 대표팀에서 처절한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가 새 감독을 잘못 뽑은 게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플리크 감독은 첫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었다. 시즌 초반 엄청난 페이스로 바르셀로나를 리그 선두로 이끌더니, 잠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 스페인 라리가 선두 자리를 내준 뒤에도 금세 따라잡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플리크 체제 바르셀로나의 상승세는 리그에 그치지 않고 코파 델 레이(국왕컵)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어졌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 코파 델 레이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인터밀란(이탈리아)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지금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플리크 감독은 2020-21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지휘했을 당시처럼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시즌에 트레블을 달성할 수도 있다. 리그에서는 여전히 선두를 달리는 중이고,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단 세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플리크 감독의 성공을 지켜본 바르셀로나는 플릭 감독에게 일찍 재계약을 제안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바르셀로나는 지난해 플릭 감독과 2년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기간을 1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 바르셀로나 성향으로 유명한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29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가 플리크 감독과 그의 사단에게 1년 계약 연장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계약 연장에는 급여 인상 조건이 포함될 전망이다.
바르셀로나가 플리크 감독 사단의 계약 기간을 1년만 연장하는 이유는 플리크 감독이 사령탑 유지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플리크는 언제나 단기 계약을 맺길 원해왔다. 60세의 이 감독은 수년간 자신의 감독 경력을 연장하지 않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며 "그는 가족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바르셀로나와의 계약이 끝난 뒤 은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도 플리크 감독의 의사를 존중해 1년 계약 연장만 체결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문도 데포르티보'의 설명이다.
다만 바르셀로나는 현재 팀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경쟁에서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플리크 감독의 계약 연장 발표를 늦출 생각이다.
불과 2~3년여 전 감독 커리어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플리크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의 명성을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리그 5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2위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 차를 4점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내달 1일에는 홈구장에서 인터밀란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첫 번째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