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김근한 기자) 만약 현재 시점에서 조상우가 KIA 타이거즈에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한 느낌이다. 지난 겨울 불펜 FA 최대어로 예상됐던 조상우를 데려온 트레이드가 심재학 단장이 둔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KIA는 7회 전상현-8회 조상우-9회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철벽 계투진으로 불펜진 안정화에 성공했다.
KIA는 올 시즌 초반 디펜딩 챔피언다운 위용을 못 보여주고 있다. 개막전부터 '리그 MVP'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줄부상 악령이 찾아왔다. 마운드 위에서도 지난해 핵심 불펜으로 성장한 좌완 곽도규가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시즌 초반 불펜진도 불안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그나마 최근 조상우의 반등으로 안정감을 되찾았다.
조상우는 지난해 12월 현금 10억 원과 2026년 신인 1라운드 및 4라운드 지명권과 맞바꾸는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조상우는 지난해 군 복무 뒤 복귀한 2024시즌 44경기(39.2이닝)에 등판해 1패 6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 3.18, 36탈삼진, 20볼넷을 기록했다. 지난해 돌아온 조상우는 전반적인 세부 지표가 떨어지는 추세 속에 속구 평균 구속도 145.5km/h로 다소 하락했다. 이름값보다는 최근 폼을 두고 트레이드 결과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조상우는 올 시즌 15경기(13이닝)에 등판해 2승 2패 7홀드 평균자책 1.38, 17탈삼진, 6볼넷, WHIP 1.31로 안정감을 되찾았다.
특히 지난 27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조상우는 올 시즌 처음으로 151km/h 강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8회 초 한 점 차 리드 속에 등판한 조상우는 선두타자 홍창기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지만, 김현수를 1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조상우는 문보경까지 2루수 땅볼로 잡고 실점 없이 홀드를 적립했다.
27일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조상우는 "8회 올라가서 홍창기 타석에서 바로 승부 안 하고 어렵게 승부를 가다가 볼넷을 내준 게 아쉽다. 오스틴 타석에선 변화구를 노리는 느낌이 있어서 속구로 가보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구속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구속이 조금 안 나왔다고 타자들을 못 잡는 게 아니다. 그래도 조금씩 밸런스가 좋아지는 게 느껴져서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조상우는 타이거즈 부동의 마무리 정해영을 앞에서 8회 셋업맨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조상우는 "개인 기록보다는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 프로 입단 뒤 보직에 상관 없이 계속 던졌기에 세이브 기록 같은 건 크게 생각 안 한다. 어떤 이닝이든 나가서 잘 막으면 똑같다"라고 강조했다.
조상우는 트레이드 이적과 예비 FA라는 큰 부담감이 있는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조상우는 "FA는 시즌이 끝난 뒤 생각할 일이다. 일단 안 아프고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 따라올 일이라 지금은 의식하지 않는다"며 "트레이드로 와서 개막 초반 다들 안 좋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이제 생각했던 공이 다들 나오고 잇다. 나도 시즌을 치를수록 몸 상태나 구위가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조상우는 "트레이드 뒤 적응도 살짝 걱정했는데 너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잘 챙겨준 덕분에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 특히 (이)우성이와 친하게 지낸다"며 "광주 생활도 좋은데 밖에서 나를 그렇게 많이 알아봐 주시는 건 아닌 듯싶다(웃음). 광주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너무 살이 찌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라고 미소 지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KIA 타이거즈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