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05-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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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경기 '밤 10시 30분' 킥오프라니…'사우디 진짜 새벽에 축구하네요'→왜 이럴까 [제다 현장]

기사입력 2025.04.27 00:46 / 기사수정 2025.04.27 00:48



(엑스포츠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나승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오후 10시가 넘어도 마치 초저녁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가 열리는 시간대만 봐도 그렇다. 첫 경기가 사우디 현지 시간 기준으로 오후 7시 30분에 치러지며, 두 번째 경기가 오후 10시 30분에 열린다.

단판이기 때문에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까지 간다면 경기가 끝나는 시간은 오전 0시를 훌쩍 넘기게 된다. 그래도 사우디 사람들에게 이 시간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시간대나 마찬가지다.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인기를 끌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는 27일(한국시간) 오전 4시 30분 사우디 제다에 위치한 프린스 압둘라 알파이살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4-2025시즌 ACLE 8강전서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상대한다.



이 경기가 바로 사우디 기준 오후 10시 30분에 시작하는 경기다. 한국에서는 잘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대에 사우디에서는 축구 경기가 열리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로 늦은 시간에 축구 경기가 열리는 건 흔치 않다. 엄청난 무더위로 인해 낮잠 문화(시에스타)가 있는 스페인에서도 오후 10시에는 시작해 자정이 넘어가기 전에 끝낸다.

사우디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는 걸까. 단순히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한 번 사우디에 와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 때문이다.

앞서 ACLE 8강에 오른 광주FC의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사우디에 방문한 취재진은 짧게는 4일, 길게는 6일 정도 제다에 머물고 있는데 이 기간 동안 한낮 온도가 35도 아래였던 걸 본 적이 없다. 사우디의 더위는 한국 여름 날씨와 비슷했지만 체감상 햇빛이 훨씬 더 뜨거워 야외에서는 도저히 오래 있을 수 없었다.

광주FC 경기가 열렸던 지난 25일에는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경기장 밖에서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였다. 이런 날씨에 정오나 오후 2시, 4시에 경기를 한다는 건 선수 건강을 위해서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경기가 시작한 오후 7시 30분 때도 취재진은 엄청난 습도, 더위와 싸워야 했다.



조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던 건 해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던 오후 9시경. 그마저도 땀만 나오지 않는다 뿐이지 더위는 여전했다.

사우디 사람들은 이 생활패턴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까지 모두 마치고 숙소 근처로 돌아온 때가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는데, 이 때 근처 식당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모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잠에 취해있을 시간에 아이 손을 잡고 식사를 하러 가는 부모의 모습은 실로 문화충격이었다. 심지어 주차장 한 켠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저녁 같은 야식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식당에도 자정을 넘긴 시간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대기 줄도 있었다. 비로소 왜 해가 떠 있을 때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는지 이해가 됐다. 뜨거운 해가 있을 때가 아닌 해가 진 이후가 비로소 이들이 일상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대였던 것이다.





알나스르와 요코하마의 경기 시간이 오후 10시 30분에 배정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덜 더운 시간에, 최대한 많은 관중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한다.

한편, 알나스르-요코하마전이 열리기 전 제다 시내에 요코하마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날 열린 광주 경기를 봤다는 요코하마 팬들은 위로를 건넸고, 지난해 광주에게 3-7로 졌던 기억까지 꺼내들며 서로를 다독였다. 취재진은 요코하마라도 알나스르를 꺾고 동아시아 팀의 저력을 보여주길 기원했다.

사진=알나스르, 엑스포츠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나승우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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