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랑이란 게 참 복잡해.”, “바로 그게 문제야. 사랑이란 게 그 자체는 완벽한데 사람 손에만 가면 개떡같이 변해.”
뮤지컬 ‘원스’ 속 가이(GUY)와 걸(GIRL)의 사랑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하지만 결국 현실의 벽과 마주한다. 꽉 닫힌 해피엔딩도, 그렇다고 눈물을 쏟게 하는 슬픈 새드엔딩도 아니다. 사랑은 참으로 복잡한 것이고 그래서 더 여운을 남긴다.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동명의 음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원스’가 돌아왔다. 2012년 브로드웨이에 올라 토니상 8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가져갔다. 2014년 한국 초연, 2015년 내한 공연 이후 10년 만의 재연이다.
오케스트라 없이 배우들이 16종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연기해야 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인 만큼 적합한 배우를 찾기 어려워 재연을 선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제작사 신시컴퍼니에 따르면 3차 오디션까지 진행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배우를 선발했고 개인 레슨부터 합주까지 약 10개월간 음악 연습을 진행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원작 영화 ‘원스’(2007)는 거리의 버스커이자 진공청소기를 고치며 생계를 이어가는 남자와 피아노를 사랑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체코 이민 여성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교감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날 것의 스토리텔링, 실제 듀엣으로 활동하는 글랜 핸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꾸밈없고 진솔한 연기, 마음을 건드리는 음악이 어우러져 20만 달러의 제작비로 2000만 달러 이상(2025년 기준 3월 기준 한화 약 291억원)의 수익을 내는 등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대로 옮겨온 ‘원스’는 영화 속 줄거리의 줄기는 살리되 뮤지컬만의 색깔을 입혔다.
더블린의 소박한 펍에서 모든 배우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고 하나가 된다. 관객들도 다름없다.
공연 시작 전 프리쇼를 진행한다. 관객들은 무대에서 판매하는 와인이나 주스를 사서 배우들의 바로 옆에서 이들이 선보이는 애피타이저 공연을 맛볼 수 있다.
영화의 대표 OST ‘Falling slowly'를 비롯해 ’Leave', 'If you want me' 등 영화 속 명곡과 ‘Gold', 'Sleeping', 'The moon' 등 새롭게 추가한 곡들이 극을 풍성하게 한다.
이별하고 뉴욕으로 떠난 연인에게 미련이 남은 가이와 남편과 사이가 소원해져 어린 딸,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은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자기의 자리로 돌아간다.
영화에서처럼 걸은 가이에게 뜻을 말해주지 않은 채 체코어 ‘밀루유 떼베’를 남겨 여운을 남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감정들을 담았다.
영화 ‘원스’의 로맨틱하고 애틋한 감정선을 기대한 이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유머 코드나 일부 넘버들이 영화의 결과는 조금 다르다.
걸을 맡은 배우들은 체코어를 할 때는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말하지만 아일랜드인 가이와 대화할 때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말하는 것처럼 발음한다.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말투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극의 재미를 살리는 웃음 포인트가 될 수는 있겠으나 영화 속 여주인공의 느낌과 전혀 달라 영화팬들에게 어색하게 다가올 듯하다.
‘원스’의 초연 멤버 박지연은 그 사이 연기와 노래 모두 탄탄해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만큼 농익은 연기를 선보인다.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오가는 음색과 폭넓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윤형렬은 초연 오디션 탈락의 아쉬움을 잊고 가이로 발탁돼 열연하고 있다.
남녀 주인공은 물론 배우들의 어울림, 그리고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만돌린, 아코디언, 베이스, 드럼으로 연주하는 음악들이 ‘원스’의 특기다.
5월 31일까지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한다. 윤형렬, 이충주, 한승윤, 박지연, 이예은, 박지일, 이정열, 김민성, 최수지 등이 출연 중이다.
사진= 신시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