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개막 엔트리 승선에 실패한 김혜성(LA 다저스)이 반전을 만들 수 있을까.
김혜성의 소속팀 다저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내야수 김혜성과 우완투수 바비 밀러를 트리플A팀으로 보내고, 지오바니 가예고스, 에디 로사리오, 데이비드 보트, 마이클 차비스, 달튼 러싱을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냈다.
앞서 다저스는 두 차례 로스터를 정리했다. 지난 3일에는 8명을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냈고, 나흘 뒤에는 오스틴 고티어를 포함해 5명을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냈다. 컷오프 과정에서 살아남은 김혜성은 마지막까지 개막 엔트리 승선을 노렸지만, 끝내 기회를 받지 못했다.
다저스는 18~19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의 정규시즌 개막 2연전 '도쿄시리즈'를 소화한다. 15일과 16일에는 각각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 타이거즈와 연습경기를 치른다. 개막 로스터 26명과 대기 인원인 '택시 스쿼드' 5명까지 총 31명이 도쿄로 향한다. 도쿄행 티켓을 얻지 못한 김혜성은 다저스 산하 트리플A팀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2025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혜성은 2017년 2차 1라운드 7순위로 KBO리그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통산 953경기 3433타수 1043안타 타율 0.304 37홈런 386타점 21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67을 기록했다. 2021년(유격수 부문), 2022~2024년(2루수 부문)까지 4년 연속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국제대회에서도 눈도장을 찍었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을 시작으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출전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 게임에 출전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저스를 상대로 각각 4타수 1안타, 3타수 1안타 1득점의 성적을 올렸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혜성은 지난 1월 4일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19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월드시리즈 2연패 도전을 위해 중앙 내야를 강화하고 싶었던 다저스가 김혜성 영입전에 뛰어들었고,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혜성은 기존 유틸리티 야수들과 경쟁을 펼치게 됐지만, 팀에 빠르게 적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여기에 다저스가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보내면서 김혜성의 주전 경쟁에 청신호가 켜진 듯했다.
하지만 김혜성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타격이었다. 김혜성은 시범경기 동안 29타수 6안타 타율 0.207 1홈런 3타점 2도루 6득점 출루율 0.303 장타율 0.310을 기록했다.
2월 6경기에서 14타수 1안타 타율 0.071로 부진하다가 3월 15타수 5안타 타율 0.333 1홈런 3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선수와 팀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미국 현지에서 김혜성이 빅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김혜성의 시범경기 첫 홈런이 터진 지난 2일 "다른 나라, 다른 수준의 리그에서 경쟁하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김혜성은 훌륭하게 경쟁을 하고 있으며,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날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김혜성의 개막 엔트리 승선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결국 사령탑은 김혜성 없이 개막 엔트리를 꾸리기로 했다. 로버츠 감독은 12일 현지 취재진과 만나 "김혜성은 (마이너리그에서) 계속 타석에 들어설 것"이라며 "지난 4경기는 정말 좋았다. 타석에서 훨씬 편안해 보였고, 수비도 좋았다. 다만 김혜성이 여기에 남아 타석을 더 소화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김혜성이다. 새로운 타격폼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하고, KBO리그보다 훨씬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강속구에 적응해야 한다. 타격이 받쳐줘야 빅리그 로스터 진입을 노릴 수 있다. 김혜성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