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또다시 잔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작년엔 여름 이상 고온에 문제가 심각했지만 올해는 3월 초부터 잔디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3일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잔디가 완전히 뿌리내리지 않았다는 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고, 양 팀 선수들이 조금만 경합을 벌여도 경기장이 파이기 일쑤였다.
공의 이동거리가 5m도 되지 않는 짧은 패스조차 잔디에 걸려 통통 튄 탓에 서울과 김천 모두 실수가 나올 것을 우려해 패스 플레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전반전 도중 서울의 주장 제시 린가드가 중앙선 인근에서 튀어나온 잔디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등 선수들은 부상 위험에 노출됐다.
경기 도중 선수들은 물론 경기장 바깥에 있던 부심까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잔디를 밟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포착됐다. 그만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심각했다.
체감상 지난달 22일 열린 서울과 FC안양의 경기 때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아 보였다. 서울과 안양의 경기 당시 상암동은 체감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정도로 추웠는데, 3일 기온은 영상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잔디 상태는 2월 말보다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양 팀 감독들 모두 경기가 끝난 뒤 한숨을 내쉬면서 잔디 상태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천의 정정용 감독은 "생각했던 부분들이 경기장 환경에 의해 변수가 생겼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 "우리 팀이 원하는 게임 모델 중 한 가지가 후방 빌드업이 많은 축구다. 이런 부분에서 (환경 때문에) 사실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게 있다"며 잔디 때문에 원하는 축구를 시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 경기가 지상파로 중계된 걸로 안다. 축구 발전을 위해 다이나믹하고 빠른 템포로 공격을 시도하고 싶어도 두 팀 모두 쉽지 않았을 것 같다"며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어도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기동 감독의 의견도 같았다. 김 감독은 "상암만이 아니라 다른 구장들도 마찬가지다. 리그가 일찍 시작해서 날씨가 추우니 선수들이 부상에 노출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잔디가 좋지 않은 대로 경기를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긴다"면서 "잔디가 뿌리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하니까 선수들의 부상이 나올 수도 있다. 린가드는 잔디에 발목이 걸리기도 했다"며 잔디 상태를 지적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1월에 해도, 2월에 해도 상관이 없다. 다만 제반시설이 명확하게 갖춰지는 게 중요하다. 유럽처럼 경기장에 열선이 깔려 있어서 잔디 상태가 좋다면 겨울에 해도 상관은 없다"며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 경기를 하려면 제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입장에서도 한숨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요르단 국가대표 수비수 야잔은 경기 소감을 전하면서 "더 중요한 것은 좋지 않은 잔디 상태였다. 잔디가 좋지 않았던 부분이 아쉽다"며 잔디 상태를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두 경기를 원정에서 치르고, 다음 홈 경기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잔디 상태가 개선되길 바란다. 특히 경기장의 오른쪽 부분이 좋지 않았다. 그쪽 잔디 상태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다음 홈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나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달 25일 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는 야잔의 "결국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황을 알기 때문에 경기장을 옮긴 것으로 안다"는 발언은 관계자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유럽 생활을 오랫동안 한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은 꾸준히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최근에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은 80억을 벌어서 2억인가 썼다고 들었다"면서 "해외에서는 잔디가 기본이기 때문에 (잔디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한다. 대표팀 경기를 하는데 어떻게 그런 잔디에서 할 수가 있나. 그게 다 중계가 되고, 우리나라를 보여주는 거다. 그거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창피하지도 않은가. 그러면서 무슨 축구 발전을 이야기하나"라며 강하게 말하기도 했다.
잔디 문제는 겨울을 나야 하는 한국에서는 계속 고민해야 할 숙제다. 비단 서울월드컵경기장만이 아니라 K리그 구장 전체를 두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3일 서울과 김천의 경기는 애써 외면했던 잔디 문제가 다시 드러난 경기였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