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가고시마, 김환 기자) FC서울의 신입생 문선민이 김기동 감독과 더욱 끈끈해질 수 있었던 계기는 다름아닌 골프였다.
게임이 취미인 것으로 유명한 문선민이 키보드와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골프채를 들었다. 골프에 눈을 뜬 것이다.
마침 축구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친다는 김기동 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에 입단하면서 골프는 문선민에게 단순히 하나의 취미가 아니라 김 감독과 본인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됐다.
5일 일본 가고시마 소재 호텔에서 만난 문선민은 약간 핼쑥해진 얼굴로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해 패인 볼의 그림자와 덥수룩해진 수염이 눈에 띄었다. 그는 "연습경기가 끝나면 면도를 하려고 했는데 못 했다. 오늘 할 계획"이라며 웃었다.
외형만큼이나 바뀐 것이 문선민의 취향이다. 문선민은 개인 방송을 켜서 게임을 할 정도로 온라인 세상을 좋아하는 선수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골프를 치고,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즐겁다고 한다.
문선민은 "내가 새로 온 선수이고, 감독님께서도 골프를 좋아하시고 나도 골프에 최근 입문했기 때문에 기회가 생긴 것 같다. 같이 골프 라운딩을 돌면서 축구 이야기나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다"면서 "막상 나가니까 재밌었다. 선수들, 지인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밌더라. 너무 온라인에만 있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선민과의 일문일답.

-전지훈련은 어떤가.
국내에 들어와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이번 1차 전지훈련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2차 전지훈련에서는 우리가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합을 맞춰야 하는 기간이다. 그런 부분에서 잘 맞춰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컨디션은.
아무래도 동계훈련이기 때문에 항상 피곤한 것 같다.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이 조금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수도권으로 돌아왔는데.
수도권으로 오기는 했지만 서울의 인프라를 느껴볼 새 없이 바로 전지훈련을 와서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난다.
-서울의 구성원이 되고 느낀 가장 다른 점은.
대체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많다. 내가 (기)성용이 형 다음으로 고참급인데, 실감이 안 난다. 어린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게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어린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나.
장난을 많이 치는 스타일이다. 무게감이 있는 선배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선배가 되고 싶어하는 게 내 스타일이고 성향인 것 같다.
-누가 잘 받아주나.
아직 다 어색하다. 그나마 (손)승범이가 룸메이트였다. 지금은 따로 방을 쓰고 있다.

-연습경기 경기력이 좋았다던데 감독님이 따로 하신 말씀은.
개인적으로 잘하는 것보다 팀 전체가 잘해야 한다. 감독님께서는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신다. 물론 공격적인 면에서는 칭찬을 해 주셨지만 수비적인 면이나 활동량을 계속 강조하고 계신다.
-감독님이 집중적으로 주문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것은 감독님의 철학이나 디테일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이야기할 수 없는 것 같다. 말할 수는 없지만 개별적으로, 그리고 디테일하게 나와 (김)진수, (정)승원이를 불러서 세부적으로 알려주신다. 내가 이걸 말하면 전력 노출이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김기동 감독에 대한 기대가 많았는데 겪어보니 어떤지.
감독님께서 많이 힘들 거라고 하셨고, 실제로 많이 힘들다. '경기장에서 잘 뛰는 모습을 보여드릴테니 운동량을 조금 줄여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하노이에서 감독님과 골프를 쳤다던데.
아무래도 내가 새로 온 선수이고, 감독님께서도 골프를 좋아하시고 나도 골프에 최근 입문했기 때문에 기회가 생긴 것 같다. 같이 골프 라운딩을 돌면서 축구 이야기나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다.

-골프에 입문한 계기는.
전북에 있었을 때 (이)동국이 형이나 선배들이 '지방에 있을 때 골프를 치면 그린피가 싸서 좋다'고 이야기했다. 막상 나가니까 재밌었다. 선수들, 지인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밌더라. 너무 온라인에만 있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커리어 기로에 서 있는데 남다른 각오가 있다면.
서울에서 대우를 해 주고 그만큼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그 기회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게 내 역할이다. 그런 부분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경기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격 포인트를 많이 쌓았던 시즌의 비결을 돌아보면.
운도 따라줬던 것 같다. 2018년에는 월드컵을 다녀 온 해였다.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과거보다는 지금과 미래를 보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다.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나.
월드컵까지는 바라보지 않아도 다시 한번 국가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려면 소속팀에서 잘해야 하기 때문에 팀에 많이 기여를 하고 기회가 되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승을 많이 한 선수로서 우승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멘털리티가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이기고 있다면 그 분위기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지고 있다면 어떻게 뒤집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멘털리티가 중요하다.

-우승을 많이 하는 팀의 분위기는 어떤가.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어떤지를 설명하기가 힘들다. 자신감이 바탕이 되어 있다. 선수들에게서 승리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개인적인 목표는.
첫 목표는 공격 포인트 10개다. 10개를 달성하고 15개, 20개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목표를 바로 잡는 것보다 점점 잡는 스타일이다.
-서울이 어떤 축구를 할 것 같나.
주도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에도 서울은 항상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했었다.
-K리그 이적생들 중에서 관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그런 부담감을 원하지는 않는다. 좋은 경기를 많이 해서 초반부터 승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공격수니까 공격 포인트를 쌓고 싶다.
-수비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처음보다는 좋아졌다고 말씀하셨다. 감독님께서 내가 못 뛴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나는 생각보다 많이 뛴다. 전북에서도 그랬고 11km는 뛰었다고 말씀드리니 '네가 언제 11km를 뛰었냐'고 하셨다. 이번에 얼추 비슷하게 나왔다.
-회복은 잘 되나.
나이가 드니까 회복이 더디다. 쉴 때는 잠을 자거나 사우나를 가거나 마사지를 받는다. 회복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다.
-감독님의 기대는.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있으신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로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대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려야 한다. 부상을 안 당하고 몸을 잘 만들어서 경기장에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이다.
-기성용 선수가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경기장 안에서는 다르지만 내가 생각보다 내향적이다. 돌아보면 확실히 색깔이나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정)승원이, (이)한도, (김)진수 등 새로운 선수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기존 선수들도 자신들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우승에 대한 자신감은.
서울이 지난해 4위를 하는 걸 보고 우승할 만한 힘이 있다는 걸 느꼈다. 개인적으로 감독님께 배우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서울에서 우승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서울 이적을 택한 것도 있다.
-시즌 후 어떤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가.
이름보다는 내 등번호가 팬들에게 각인됐으면 좋겠다. 27번을 선호한다. (민)지훈이가 27번의 주인인데, 번호를 주는 대신 밥 한번 사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가고시마, 김환 기자 / FC서울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