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손흥민이 맹활약한 가운데 그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가 새해 첫 프리미어리그 승리를 뒤늦게 챙기고 한 숨 돌렸다.
토트넘은 이제 컵대회 우승을 위한 여정에 돌입한다.
토트넘에 손흥민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게 확인된 하루였다. 손흥민은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고 파페 사르의 쐐기골을 도우면서 토트넘의 2-0 완승 일등공신이 됐다.
토트넘은 2일(한국시간) 영국 브렌트퍼드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브렌트퍼드를 2-0으로 제압헸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2025년 프리미어리그 4연패에서 벗어나며 첫 승을 따냈다. 토트넘은 지난해 12월30일 울버햄프턴과의 홈 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4경기를 연달아 졌다. 뉴캐슬, 아스널, 에버턴, 레스터 시티 등 최상위권 강팀, 강등권 약팀을 가릴 것 없이 수비가 무너지면서 연전연패했다.
브렌트퍼드전에서 모처럼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웃을 수 있게 됐다.
사임 요구에 직면한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도 비판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 7경기에서 1무 6패로 부진했으나 승점 3을 챙기면서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다. 토트넘은 8승 3무 13패, 승점 27를 기록하면서 14위가 됐다.
브렌트퍼드는 승점 31에 머무르면서 11위를 유지했다.
쉽지 않은 원정 경기였지만 손흥민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를 풀어간 끝에 승리를 챙겼다.
이날 토트넘은 4-3-3 전형을 사용했다. 안토닌 킨스키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제드 스펜스, 벤 데이비스, 아치 그레이, 페드로 포로가 백4를 구축했다. 이브 비수마, 로드리고 벤탄쿠르,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중원을 책임졌다. 주장 손흥민, 히샬리송, 마이키 무어가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브렌트퍼드는 4-2-3-1 전형으로 맞섰다. 하콘 발디마르손이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다. 킨 루이스 포터, 셉 판덴베르흐, 네이선 콜린스, 크리스토퍼 아예르가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비탈리 야넬트, 크리스티안 뇌르고르가 허리에 자리잡았다. 케빈 샤데, 미켈 담스고르, 브라이언 음뵈모가 2선에서 요아네 위사와 함께 토트넘 골문을 노렸다.
두 팀은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천천히 치고받았다.
전반 6분 토트넘은 쿨루세브스키의 빗맞은 오른발 슈팅이 골대 옆으로 흐르자 쇄도한 히샬리송이 넘어지면서 다리를 뻗었으나 간발의 차로 닿지 않아 득점이 무산됐다.
전반 27분엔 홈팀이 역습 한 방으로 선제골을 노렸다. 음뵈모가 오른쪽 측면에서 토트넘 수비 라인을 허물고 페널티라인으로 공을 몰고 들어간 뒤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지난달 토트넘에 입단한 체코 출신 골키퍼 킨스키가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전반 30분 0-0 균형이 깨졌다. 손흥민의 오른발이 빛을 발했다.
손흥민이 왼쪽 구석에서 오른발 코너킥을 골문에 바짝 붙여 감아차기로 올렸다. 안 그래도 각 팀에 손흥민 코너킥 경계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궤적이 절묘하게 골문 안쪽을 파고들자 브렌트퍼드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이를 걷어내려다가 엉켰다. 결국 수비 가담한 미드필더 야넬트의 등을 맞고 볼 방향이 꺾인 뒤 자책골로 연결되고 말았다.
손흥민은 두 팔을 불끈 들어올리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토트넘 선수들이 모두 손흥민과 서로 얼싸안고 선취골 기쁨을 누렸다.
지난달 리그컵 8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코너킥을 직접 골로 연결했던 손흥민의 솜씨가 연상되는 훌륭한 '자책골'이 됐다.
손흥민의 헌신은 공격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전반 41분 브렌트퍼드 역습 찬스에서 상대 간판 공격수 음뵈모의 질주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하게 부딪쳤고, 상대의 유망한 공격 기회를 차단하며 경고를 받았다.
후반 들어 홈팀은 동점포를 위해 라인을 끌어올리고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최근 흐름과 다르게 토트넘이 잘 막아냈고 결국 쐐기골을 터트리면서 2-0 완승을 마무리했다.
역시 손흥민이 쐐기골의 중심에 섰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몰고 전진한 손흥민은 상대 수비진 사이로 밀어줬고, 이를 후반 교체로 들어온 파페 마타르 사르가 오른발 슈팅을 골키퍼 다리 사이로 차 넣어 득점했다.
손흥민이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6골 7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프리미어리그 시즌 도움 단독 7위에 올랐다.
FA컵과 리그컵,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등 공식 대회를 모두 합하면 10골 8도움을 찍었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3골, 리그컵 한 골을 기록하고 있다. FA컵에선 도움 하나를 올린 적이 있다.
이날 경기 뒤 축구 통계 전문 풋몹은 손흥민에게 팀 내 상위권인 평점 7.7을 줬다. 소파스코어는 7.4점을 부여했다. 이날 왼쪽 수비수로 나온 스펜스가 소파스코어에서 8.3점을 얻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매체의 평점도 후했다. 좋은 플레이했음을 알리는 8점을 받았다.
영국의 '이브닝 스탠더드'도 "손흥민이 두 골을 모두 관여했다. 선제골은 사나운 코너킥이었다. 사르에게 좋은 패스를 연결해 다음 골을 만들었다"고 했다. 신문도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을 줬다.
'익스프레스'는 팀 내 최고 평점으로 손흥민에게 8점을 매겼다. 스퍼스웹도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을 줬다.
다만 이날 경기에선 브렌트퍼드의 젊은 수비수 김지수가 출전 명단에서 아예 빠져 손흥민과 김지수의 코리안 더비는 무산됐다. 김지수가 센터백이라는 점에서 손흥민과 공수 다툼이 주목됐으나 브렌트퍼드를 이끄는 덴마크 출신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김지수를 교체 명단에서도 제외했다.
이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악몽을 잠시 잊고 자신의 생애 첫 우승 여정을 이어나간다.
당장 7일 오전 5시 리버풀과 리그컵 준결승 2차전 원정 경기를 유서 깊은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서 치른다. 토트넘 지난달 9일 홈 1차전에서 1-0으로 이긴 적이 있지만 리버풀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는 등 전략이 막강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토트넘은 지난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한 번도 공식대회 정상에 오른 적이 없고 이는 다른 팀의 조롱거리, 우수한 선수들이 토트넘 이적을 꺼리는 이유가 되곤 했다.
이어 10일 오전 2시35분엔 FA컵 32강전을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구단 애스턴 빌라와 치른다. 애스턴 빌라가 울버햄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패하는 등 주춤한 터라 토트넘이 못 이길 상대는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