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7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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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 쓰시죠" 강력 추천 후 남몰래 '기도'…"너무 잘해 포옹해 버렸어요" [대구 현장]

기사입력 2024.03.30 18:45

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바라만 봐도 배부르다.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과 코치진은 요즘 이 투수를 떠올리기만 하면 웃음이 나온다. 우완투수 조병현이다.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이 감독과 송신영 수석코치는 입을 모아 조병현을 칭찬했다.

SSG는 지난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6-4로 승리하며 3연패를 끊어냈다. 6-4로 점수가 팽팽하던 8회말, 조병현을 구원 등판시켰다. 조병현은 강민호를 1루 땅볼, 오재일을 루킹 삼진, 김동진을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며 삼자범퇴를 선보였다. 2021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홀드를 챙겼다.

이튿날인 30일 이 감독은 "송신영 수석코치가 조병현을 두 번이나 추천했다. (고)효준이를 쓰려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병현이를 이야기하길래 '지금 내자는 이야기야?'라고 두 번이나 물어봤다"며 "송 코치가 '쓰시죠'라고 하더라. 어차피 타이트한 상황에도 기용해 봐야 하니 과감하게 한번 써봤다. 병현이가 너무 잘 던져줬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난 더그아웃 앞에 있어서 몰랐는데 송 코치가 뒤에서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송 코치는 대범한 스타일인데 기도했다고 해 깜짝 놀랐다. 앞으로도 기도 많이 하게 만들어야겠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어떤 마음으로 조병현의 투구를 지켜봤을까. 이 감독은 "믿었다. 나도 코치 생활을 해봤지만, 코치가 감독에게 그렇게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들 효준이를 예상했을 텐데 병현이가 나와 놀랐을 것이다. 송 코치를 믿은 만큼 병현이도 믿었다. 필승조까지 올라가야 하는 선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병현이가 잘해줘 (투수진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이제 계산이 서는 것 같다"며 "병현이가 잘하면 (이)로운이나 (한)두솔이도 자극을 받아 더 잘하려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올 시즌을 앞두고 SSG 감독으로 부임한 후 조병현의 이름을 자주 들었다. 이 감독은 "주위에서 추천을 많이 해줬다. 김유진 단국대 감독님은 '대표팀에 같이 가보니 좋더라.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이라며 가장 먼저 조병현을 추천하셨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야구단 박치왕 감독님도 '그 친구 아마 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그래서 나도 조병현이 어떤 선수인지 궁금했다. 씩씩하게 자기 공 던지는 게 정말 마음에 든다. 어린 선수들은 그런 맛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코치들이 전력분석이나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 자기 공을 구사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고 흐뭇해했다.

송신영 코치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송 코치는 "배영수 투수코치와 8회 투입할 투수를 상의하면서 병현이로 가자고 했다. 배 코치가 감독님께 병현이를 추천했다"며 "감독님께서 내게 두 번이나 병현이 투입을 물어보셨다. 예상치 못했던 선수라 확인차 물어보신 듯하다"고 돌아봤다.

송 코치는 "병현이의 구위나 최근 컨디션이 좋아 결정을 내렸다. 우리 불펜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다. 그래서 조금 더 일찍, 타이트한 상황에 추천했다"며 "병현이를 말씀드린 후 불펜에 연락해 이승호 코치에게 불펜 투구가 괜찮았는지 물어봤다. 만약을 대비해 (문)승원이를 바로 투입할 수 있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2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생애 첫 홀드를 챙긴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2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생애 첫 홀드를 챙긴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조병현은 믿음에 응답했다. 송 코치는 "삼진 2개를 잡아내는 투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투구를 마치고 돌아오는 병현이를, 나도 모르게 껴안고 있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조병현의 마음가짐은 어땠을까. 그는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고 홀드를 기록할 수 있어 긴장됐지만 후회 없이 던지자는 마인드로 임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안타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상대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를 믿고 자신 있게 던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마운드에 올라가 몸을 풀면서 내 공을 보니 느낌이 좋았다. 상대와 승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타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포수 (이)지영 선배님 글러브를 보고 세게 던졌다"고 전했다. 그는 "첫 홀드라 너무 기분 좋았다. 계속 이기는 상황에 나가 홀드나 세이브를 가리지 않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병현이 SSG를 웃게 한다.


사진=​​SSG 랜더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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