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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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의사 질문했는데 '동문서답'...정몽규 회장은 왜 벤투 얘기를 꺼냈나

기사입력 2024.02.16 17:30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임원회의 이후 미디어 앞에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임원회의 이후 미디어 앞에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말 그대로 동문서답이다. 사퇴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정몽규 회장은 내용과 다른 대답을 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6일 축구회관에서 KFA임원회의를 진행했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김정배 상근부회장, 최영일 부회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이윤남 윤리위원장, 김태영 사회공헌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김진항 대회운영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핵심 안건은 축구대표팀 사령탑 교체 여부였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패배해 4강 진출에 그친 점을 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취채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취채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회의 결과 KFA는 클린스만 감독과 결별하기로 결정했다. 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나온 정몽규 회장은 "오늘 오전 집행부, 임원진들과 보고받은 내용을 두고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최종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고, 앞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이후 정몽규 회장은 현장에서 미디어와 문답을 주고받았다. 정몽규 회장에게 나온 질문 중 하나는 정몽규 회장의 거취 문제였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정몽규 회장 본인이 사퇴할 의사는 없는지, 그리고 4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질문 내용은 명확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임원회의 이후 미디어 앞에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나가고 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임원회의 이후 미디어 앞에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나가고 있다. 사진 김한준 기자


하지만 정몽규 회장의 답변은 말 그대로 '동문서답'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질문과는 전혀 관계없는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을 선임하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벤투 감독을 선임할 당시의 프로세스와 클린스만 감독 선임 프로세스가 동일하다는 게 정몽규 회장의 답변 내용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이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고, 벤투 감독의 경우에도 1순위 후보와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루거나 거절하게 3순위 후보로 결정난 것이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에도 (후보가)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다 최종적으로 뮐러 위원장이 5명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뮐러 위원장이 5명의 후보들을 인터뷰했고, 우선수위 1, 2번 두 명과 2차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으로 결정했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임원회의 이후 미디어 앞에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임원회의 이후 미디어 앞에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김한준 기자


정몽규 회장의 답변은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굳이 연관성을 따지자면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당시 전력강화위원회가 아닌 정몽규 감독의 독단적인 선택으로 새 감독을 데려온 게 아니냐는 말을 의식해 이런 내용의 답변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실상 책임 회피에 가까운 답변으로 볼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있었다는 내용이 돌아다니자 아시안컵 우승 실패 이후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동시에 정몽규 회장 역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역시 이전 감독과 같은 프로세스로 선임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돌려말했다.

4선 도전 여부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변은 없었다. 정몽규 회장은 "연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나는 2018년도 축구협회 총회 때 회장 임기를 4연임까지 제한하도록 협회 정관을 바꾼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이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다"라고 했다.

사진=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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