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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낙마' 클린스만호, 믿을 건 '카잔의 기적' 조현우…어깨 무겁다 [아시안컵]

기사입력 2024.01.19 16:41 / 기사수정 2024.01.19 16:41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에 앞서 동료들과 패스 게임을 하며 헤더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승규. 도하|연합뉴스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에 앞서 동료들과 패스 게임을 하며 헤더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승규. 도하|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예상치 못한 악재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덮쳤다. 

부동의 주전 골키퍼인 김승규(알 샤바브)가 대형 부상을 당하면서 경험 많은 조현우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9일 "김승규가 전날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이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소집해제를 결정했다. 김승규는 소집해제 후 조기 귀국할 예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김승규는 울산HD를 통해 프로에 데뷔해 K리그에서 경험을 쌓다가 J리그 빗셀 고베에서 해외 무대를 밟았다. 잠시 울산으로 돌아온 김승규는 2020년 가시와 레이솔로 돌아가 뛰다 2022시즌 도중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샤바브로 이적했다. 그동안 10년 이상의 경험이 축적된 김승규는 어느덧 베테랑 골키퍼가 됐다.

조현우와 김승규. 엑스포츠뉴스DB
조현우와 김승규. 엑스포츠뉴스DB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히 소집됐다. U-17 대표팀을 시작으로 U-20 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거쳐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A대표팀에 합류해 국가대표팀에 데뷔했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에 골키퍼 장갑을 끼고 출전, 패배 속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는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고,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조현우에게 NO.1 자리를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김승규의 국가대표팀 커리어가 반전을 이룬 건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였다. 후방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공격을 조립하는 스타일을 선호했던 벤투 감독은 골키퍼들에게도 빌드업을 요구했고, 이에 기본적인 선방 능력은 물론 다른 후보들에 비해 발기술이 좋다는 평가를 받던 김승규에게 기회가 왔다.

김승규는 조현우와 경쟁 끝에 벤투호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했다.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은 김승규는 A매치가 열릴 때마다 꾸준히 대표팀 골문을 지켰고,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전 경기 선발 출전해 한국의 16강 진출에 큰 지분을 차지했다. 

2022년 6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 경기. 실점 후 아쉬워하는 김승규. 엑스포츠뉴스DB
2022년 6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 경기. 실점 후 아쉬워하는 김승규. 엑스포츠뉴스DB


벤투 감독 이후 새로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김승규를 신뢰했다.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조현우가 선발 출전했으나, 우루과이전과 베트남전을 제외하면 클린스만 감독은 줄곧 김승규의 이름을 선발 명단에 적었다.

김승규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 명단에도 당연히 포함됐고,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대회 개막 일주일 만에 김승규가 부상을 당해 더 이상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악재다. 김승규는 당장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도 선발로 출전해 한국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바레인전에서 김승규는 패스 성공률 88%, 다이빙 세이브 2회, 펀칭 1회 등을 기록하며 한국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상대와 충돌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상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었으나, 자체 훈련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하며 대회 도중 낙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클린스만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역대 최강의 라인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번 아시안컵 대표팀은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를 안고 결전지 카타르로 향했다.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1차전을 승리로 마무리하며 좋은 분위기로 시작했던 대회에서 김승규의 부상 낙마라는 변수가 발생해 조별리그 2차전부터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5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대표팀 정승현, 김민재, 김승규, 손흥민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15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대표팀 정승현, 김민재, 김승규, 손흥민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대회가 시작된 만큼 추가 발탁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가오는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부터 조현우 혹은 송범근을 기용할 수밖에 없다.

큰 대회 경험을 고려하면 클린스만호의 선택을 조현우로 좁혀진다. 지난 2017년 11월 14일 세르비아와의 친선 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특히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조현우는 독일의 파상 공세를 막아낸 선방 쇼를 선보이며 한국의 2-0 승리이자 독일의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조별리그 탈락이란 수모를 안겼다. 이날 그는 총 6개의 세이브로 마누엘 노이어(3회)보다 더 많은 세이브를 기록했다. 

다만 월드컵 이후 조현우는 대표팀에서 2번 골키퍼로 밀려났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패스 연결을 중시하는 전술상 선방 능력에 비교 우위가 있는 조현우는 김승규에게 1번을 내줘야 했다. 벤투 감독 부임 당 조현우의 출장 경기 수는 명단에 든 51경기 중 13경기에 그쳤다. 물론 조현우도 김승규와 함께 2019 UAE 아시안컵을 함께 한 경험이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서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조현우와 UAE 파울루 벤투 감독이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뉴욕대학교 아부다비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대비 훈련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서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조현우와 UAE 파울루 벤투 감독이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뉴욕대학교 아부다비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대비 훈련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지난해 2월 시작된 클린스만호에서도 조현우는 모두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출장 경기 수는 2경기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출장한 경기는 지난해 10월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친선 경기다. 그의 통산 A매치 기록은 24경기 25실점.

그러나 대안은 조현우로 좁혀진다. 상대적으로 송범근의 큰 무대 경험이 더 적기 때문이다. 송범근은 대표팀 발탁 자체는 지난 2018년 9월 벤투 감독 부임 직후 첫 경기였지만, A매치 데뷔전은 무려 4년 뒤인 2022년 7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홍콩과의 2차전이었다. 

송범근은 연령별 대표팀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 등 국제 대회 경험은 있지만, A대표팀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출전 경험은 단 한 경기도 없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김승규, 조현우 다음 3번 골키퍼로 형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12월 4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조현우가 K리그1 배스트11 골키퍼상을 받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12월 4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조현우가 K리그1 배스트11 골키퍼상을 받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조현우는 K리그 무대에선 꾸준히 베스트 11에 들 만큼 대구와 울산에서 정상급 기량을 펼쳐왔다. 2020년 울산으로 이적하면서도 조현우는 리그 최고의 골키퍼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는 7시즌 연속 K리그1 베스트11 골키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중요한 무대에서는 선방 능력이 뛰어난 골키퍼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조현우의 선방 능력은 K리그는 물론 월드컵 무대에서도 이미 검증돼 있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우려 점은 조현우의 빌드업 능력과 경기 감각이다. 김승규는 한창 사우디 프로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표팀에 합류했다. 반면 조현우는 지난해 12월 12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을 마친 뒤, 한 달간 공식 경기 기록이 없는 상황이다. 경기 감각이 온전할지 의문인 상황이다. 

더불어 그간 조현우의 약점으로 꼽힌 빌드업 능력을 어떻게 커버할지도 관건이다. 현재 중앙 수비진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 혹은 김영권(이상 울산HD)이 나설 공산이 크다. 중앙 수비진과 한 칸 앞에 있는 박용우(알 아인),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등의 빌드업 참여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 조현우가 12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 조현우가 12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2차전 상대인 요르단은 약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슈팅 14개, 유효슈팅 8개를 기록했고 이중 절반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이강인과 함께 프랑스 리그`1에서 활약 중인 무사 알 타마리(몽펠리에)와 역시 멀티 골을 터뜨린 마흐무드 알 마르디(알 후세인)가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은 수비진에 김민재, 박용우, 이기제, 손흥민, 조규성 등 많은 선수들이 1차전부터 경고를 받았다. 경고 2장 누적 시, 다음 1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주어지고 8강전까지 이 경고가 유효하다. 공격력이 강한 요르단을 막는 수비진이 경고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토너먼트 진출의 주요 포인트가 됐다. 

특히 수비의 핵심 멤버인 김민재, 박용우가 이를 언제, 어떤 타이밍에 풀어내는지가 관건이다. 상대적 약체로 꼽히는 말레이시아전에 김민재가 토너먼트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는 차원에서 요르단전에 경고를 받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나아가 이번 대회에서 이란, 일본과 함께 1경기 4득점을 기록한 요르단의 공세를 경기 감각은 떨어지지만, 경험 많은 조현우가 막아내 조기 16강 진출로 이끌 수 있을지 아주 주목된다. 조현우의 어깨가 아주 무거워졌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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