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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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리거→맨유 FW→퍼거슨 흑역사→국대 영웅…노숙자 축구 선수 '그'가 돌아왔다

기사입력 2024.01.17 09:55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이름조차도 생소한 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월드컵 8강에도 올랐던 가나를 2-1로 잡으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B조 선두로 올라섰다.

카보베르데 승리 중심에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공격수 베베가 있었다. 그는 경기 내내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3위 카보베르데가 아프리카 강팀 중 하나로 평가받는 가나를 잡는 쾌거를 일궈냈다.

베베는 어린 시절 노숙자 보호소에서 생활하며 어렵게 축구에 발을 들였다.

2009년 포르투갈 3부리그 CF 이스트렐라 다 아마도라에서 첫 프로 데뷔를 가진 후 포르투갈 1부리그 프레미이라리가 구단 비토리아 기마랑이스의 눈도장을 받고 2010년 1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20세에 승승장구했다.





이후 단 5주만에 그의 인생은 매우 큰 변화를 맞이했다. 프리시즌 기간 기마랑이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경이 직접 이적을 제안한 것이다. 베베는 곧장 맨유로 향했다. 

그러나 꿈꾸던 성공가도는 아침 이슬처럼 사라져버렸다. 그의 안일함이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영국의 언론 매체 '미러'는 16일(한국시간) 베베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베베가 맨유를 합류했을 때의 상황과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퍼거슨은 베베를 재빨리 데려오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이었다. 당시 포르투갈 최고의 팀이라 평가받던 SL 벤피카와 스페인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도 베베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베베 영입 비화를 밝히며 "레알과 벤피카가 베베를 낚아채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결정은 재빨리 내려야 한다"며 베베를 충분히 지켜보지 않고 데려온 이유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단 5주만에 포르투갈 3부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의 가장 강력한 팀으로 손꼽히던 맨유의 부름을 받은 베베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맨유에서의 관심은 모두 농담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냥 날 갖고 노는 줄 알았는데 이것이 진지한 제안으로 이어졌다. 3부리그를 전전하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맨유로 간다고?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명장 퍼거슨의 눈은 틀렸다. 베베는 2010년 맨유에 입단한 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4년간 임대만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맨유 1군 무대서 단 7경기 출전에 그친 것이었다. 그는 7경기 2골을 넣었다.

입단 직후 맨유 21세 이하(U-21) 팀에서는 17경기 출전 6골 1도움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매우 아쉬운 마무리다. 베베 또한 실력이 없어 맨유에서 실패한 것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자신을 방해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난 맨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나는 '이미 맨유에 왔다. 난 이미 잘하고 있고 매일 열심히 훈련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것은 내 잘못이다. 올드 트래퍼드(맨유의 홈구장)에서 뛰는 것은 매우 벅찬 일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뛰어야 한다는 압박이 매우 강했다"고 술회했다.

너무 늦게 깨달은 탓일까. 전형적인 실패한 유망주의 전철을 밟으며 여러 팀을 떠돈 베베는 맨유와의 계약이 끝난 후 4년간 5개 구단에서 뛰었다. 지난 2018년 스페인 라요 바예카노에 정착한 후 2023년엔 6개월간 같은 리그의 레알 사라고사로 임대를 떠나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교훈은 배웠다는 사실 자체다. 현재 베베가 몸담고 있는 카보베르데 국가대표팀이 2023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조 1위에 올라있다. 카보베르데는 지난 2013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네이션스컵에서 역사상 첫 8강 진출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카메룬에서 열린 네이션스컵에서도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카보베르데가 역사상 첫 2개 대회 연속 토너먼트 진출의 대기록을 작성할지 주목받는 가운데 맨유의 잊혀진 유망주 베베의 활약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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