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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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 "'정지영 사단' 없어…韓 배우, 할리우드보다 뛰어나"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3.11.06 17:5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은 그간 연출해 온 작품 속에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소년들'에서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의 재수사를 시작한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아 열연한 설경구의 활약을 언급한 정 감독은 "황준철 캐릭터는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설경구를 생각했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공공의 적'에서 형사 강철중을 연기했던 설경구의 모습, 또 '소년들'에서 17년 세월의 폭을 표현해야 하지 않나. 젊은 시절과 17년 후 나이 들었을 때를 잘 연기해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그 배우가 설경구였다"고 밝혔다.




'부득이한 이유로 설경구가 함께 하지 못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냐'는 말에는 "기다리려고 했다"고 단숨에 답하며 시나리오 단계부터 강하게 갖고 있던 설경구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말했다.

정 감독은 "예전부터 설경구와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 '박하사탕'으로 설경구가 영화에 데뷔했을 때 촬영 현장을 간 적이 있다. 이창동 감독이 설경구에게 나를 소개해주는데, 그 때 신인이었던 설경구가 나를 반가워하지도 않더라. 나중에 이창동 감독에게 들어보니, 캐릭터에 너무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했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당시를 회상했다.

설경구는 정 감독이 언급한 이 에피소드에 대해 "그 때는 나도 내 눈 앞의 연기를 하기 바빠서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캐릭터에 몰입해 있던 설경구의 모습을 그제야 이해하게 됐다는 정 감독은 "설경구에게서 그런 모습을 계속 봤었다. 나중에는 너무 캐릭터에 몰입해 있으면 주변 사람도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본인이 노력해서 배우와 인간의 삶의 균형을 잡았다고 하더라"며 설경구를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소년들'에서 우리슈퍼 사건의 진범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에도 사건의 조작을 묵인하고 진실을 은폐하는데 일조한 오재형 검사 역으로 적은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조진웅에 대해서는 "설경구와 붙었을 때 긴장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블랙머니'를 같이 했던 조진웅에게 부탁했는데, 기꺼이 응해줬다. 다행이고 고마웠다"고 미소 지었다.

여기에 사건의 진범 이재석 역으로 등장하는 서인국의 출연에 대해 묻자 "나도 의외였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중요한 인물이기에 고민을 했었다. 우리 프로듀서가 서인국 쪽에 제안을 했는데 하겠다고 했다더라. 나도 놀랐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이재석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악역인지 선역인지 따지기 전에 아마도 서인국은 이 작품을 통해서 자기가 복합적인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을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배우가 진짜 좋은 배우 아닐까. 이미지를 생각해서 따지면서 '이건 이래서 하기 싫어' 이런 마인드를 가지면, 결국은 좋은 배우가 못 된다고 본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다양한 작품을 연출해 오며 정지영 감독의 작품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배우들의 존재로 인해 일명 '정지영 사단'이 존재한다는 설에 대해서는 "그런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감독은 "이번에 설경구와 처음 작업한 것처럼, 내 마음은 송강호, 최민식과 다 함께 하고 싶다"고 웃으며 "다만 (이전에 나와 함께 했던) 조진웅이나 박원상 같은 배우가 또 출연한 것은, 이 역할은 알려진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정지영 사단'을 만들어서 한다든가 그런 것은 전혀 없다. 내 필요에 의해서 구걸을 하는 것이다"라고 넉살을 부렸다.




"한국의 배우들이 할리우드 배우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정 감독은 "한국 배우들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캐릭터를 파악하는 것부터 구현하는 능력까지, 세계에서 연기를 제일 잘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다른 외국 영화들을 많이 봐도 그렇다. 한국에 좋은 배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다 만나고 싶은데,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 않나"고 웃어 보였다.

꾸준히 현역으로 활동해 온 40년을 지나 앞으로의 활동도 계속될 예정이다. 

앞서 차기작으로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일찌감치 밝혔던 정 감독은 "고쳐야 할 부분도 있지만, 현재까지 1차 캐스팅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까지는 나온 상태다"라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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