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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삼성 팬들 기억한다"…이종열 단장, 그가 약속하고 싶은 것 [단독인터뷰]

기사입력 2023.10.17 14:00 / 기사수정 2023.10.17 15:37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한여름 잠실야구장이었다. 해설차 경기장을 방문했다. 원정 팬들이 앉는 3루 쪽에는 해가 강렬하게 비쳤다. 그럼에도, 그 무더위에도 삼성 팬분들이 관중석을 지키시는 모습을 봤다. 무척 감동이었다. 그분들에게 무엇인가 해드릴 수 있는 단장이 되려 한다. 그게 내 목표다."

이종열 삼성 라이온즈 신임 단장의 출사표다.

삼성은 지난 16일 이종열 단장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삼성을 최신 야구 트렌드에 맞는 강한 팀이자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판단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인사에게 단장직을 맡겼다. 프로선수 출신 단장 선임도 최초다. 1983년 제2대 단장이었던 김삼용 단장은 실업야구 선수 출신으로 4개월 만에 퇴임했다. 이종열 단장 선임은 삼성의 강한 쇄신 의지를 드러내는 결정이다.

변화가 필요했다. 삼성은 2010년 2위 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2015년에도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6, 2017년 각각 9위로 추락했다. 2018년엔 6위였고 2019, 2020년엔 각 8위에 그쳤다.

2021년 KT 위즈와의 타이브레이크(1위 결정전) 끝에 정규시즌 2위가 되며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나 두산 베어스에 패해 그대로 탈락했다. 이어 지난해 7위, 올해 8위로 부진했다. 특히 올 시즌 최하위 키움과는 불과 2게임 차였다. 창단 첫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 결국 2016년부터 팀을 이끌었던 홍준학 전 단장이 7년 만에 물러났다.

이종열 단장은 지난 16일 구단 직원들과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 단장은 17일 엑스포츠뉴스와 통화에서 "푸른색이 나와 정말 잘 어울리더라. 딱 맞춘 듯하다"며 웃은 뒤 "부담감이 있지만 그만큼 동기부여가 된다. 다행히 해설하며 계속해서 삼성을 봐온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오는 19일 박진만 삼성 감독과 만나 향후 팀 운영 계획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단장은 "휴가 기간이라 감독님과는 통화만 했다. 만나면 1군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구성 등에 대해 대화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감독님의 의견이니 이야기를 듣고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전력 보강에 관한 구상은 있다. 하지만 감독님의 생각이 우선이다. 모든 것은 대화 후 결정될 듯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의 힘을 보여줬다. 중간계투진이 약하다고 하는데 다른 팀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고 본다"며 "기존 선수들을 조금 더 살펴보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다. 필요하다면 선수 영입도 할 것이다. 트레이드 역시 당연히 고려한다"고 말했다.



부임 후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선수 육성'이다. 그는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현장의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 개개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모두 듣고 종합해 본 뒤 방향성을 잡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것과 내가 밖에서 본 것이 다를 수 있으니 비교해 맞춰보려 한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선수 육성을 위해서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선수를 발굴하는 게 프런트, 그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게 스태프의 역할이다.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좋은 스태프진부터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단을 위해 바이오 메카닉스(동작을 역학적으로 분석해 힘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 미국 드라이브라인의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단장은 "바이오 메카닉스의 경우 국민대의 도움으로 기본적인 데이터를 받기로 했다. 나도 그간 바이오 메카닉스를 이용한 타격코칭론을 강의하고 있었다"며 "타격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2군 타격코치와 상의할 것이다. 투수진은 감독님, 코치님과 상의해 연구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는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다. 어떻게 적용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장으로서 롤모델로 테오 엡스타인을 꼽았다. 엡스타인은 2002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연소인 만 28세의 나이로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직에 올랐다.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보스턴에 8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선물했다. 보스턴은 2007년에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엡스타인은 2011년 시카고 컵스 사장으로 선임됐다.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깼다. 2016년 컵스를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이 단장은 "엡스타인은 남들과 관점이 달랐던 것 같다. 대부분 투수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는 야수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며 "주위에서 '삼성은 이것만 고치면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와 더불어 또 다른 면도 보려 한다"고 밝혔다.

모든 것을 실행하려면 그룹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 단장은 "열심히 도와주시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삼성은 부진한 성적에도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올 시즌 총관중은 84만5775명이었다. 10개 구단 중 5위다. 2022년 65만452명과 비교하면 30% 증가를 기록했다.

이 단장은 "비시즌 조용히, 묵묵히, 열심히 할 일을 하겠다. 지속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삼성의 푸른 왕조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바쁘게 움직인다. 16일 첫 출근을 시작으로 오는 22일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방문한다. 11월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마무리캠프로 향한다. 11월 중순 드라이브라인이 일본으로 온다. 삼성은 그곳에 유망주 투수 10명을 파견한다. 이 단장도 동행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1991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원클럽맨으로 뛰었다. 2009년까지 프로 통산 19시즌 동안 1657경기에 출전해 1175안타, 52홈런, 448타점, 588득점 등을 기록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했고 스위치 히터로도 활약했다.

은퇴 후엔 곧바로 코치의 길에 들어섰다. 야구계 안팎에서 '공부하며 노력하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았고 2015년부터는 SBS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야를 넓혔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하며 각종 국제대회에도 참가했다. 특히 지난 8일 폐막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 수비코치를 맡아 금메달의 영광을 누렸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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