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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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감독 "지겨울 때까지 고강도…한국 여자축구 완전히 바꿔야"(종합)

기사입력 2023.07.30 20:32 / 기사수정 2023.07.30 20:39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모로코전 패배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6강행 불씨가 꺼진 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이 한국 여자축구 전체를 돌아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FIFA 랭킹 17위)은 30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72위)와의 대회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0-1로 졌다. 25일 콜롬비아(25위)와 1차전에서 0-2로 패한 우리나라는 두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연패를 당해 16강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여자 실업축구 WK리그를 비롯한 우리나라 여자축구 전체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온 벨 감독이 가장 먼저 드러낸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벨 감독은 "축구를 하며 좋을 때, 나쁠 때가 있지만 이번은 내가 경험한 최악의 상황 중 하나다. 선수들이 4년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아서 그렇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득점할 기회가 있었다. 모로코가 수비를 잘했지만 한 골 정도는 득점할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팀의 역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벨 감독은 심리적인 압박감 탓에 선수들이 고전했다고 돌아봤다.

골키퍼 김정미(인천 현대제철)에 대해서는 "첫 골을 막지 못했지만, 그 이후에는 괜찮았던 것 같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지금 너무 실망하는 등 감정적으로 압도되는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는 않다"며 '할 말'을 이어갔다.

벨 감독은 "지겨울 때까지 계속 이야기하겠다. 한국 팀은 너무 느렸고, 그간 훈련이 '고강도'가 아니었다"며 목소리를 높이더니 한국 여자축구 생태계 전반의 문제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을 보면 알겠지만 (한국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뽑았다"면서도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조금 더 큰 그림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WK리그가 선수들이 경쟁심을 키워주는 환경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벨 감독은 "WK리그 대부분 선수가 '우리가 이기면 좋다, 그런데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게 축구다. 이번 월드컵이 현실이다. 최고의 팀, 최고의 감독, 최고의 선수가 온다"며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눈을 떠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벨 감독은 자신이 오래 몸담았던 독일을 언급하며 '완전한 구조조정'을 주장했다.

벨 감독은 "독일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는 건 성공을 하다가도 고전하면 완전히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며 "독일 남자 대표팀이 그렇게 탈바꿈에 성공했다. 그 팀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데, 아예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여자축구)와 상황이 비슷하다. 시스템이 같으면 결과도 같을 수밖에 없다"며 "감독으로서 (이번 대회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성공하지 못하는 건 하고 있는 작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체제, 인력, 선수들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한 벨 감독은 유소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짚었다.

벨 감독은 "유소녀 선수들이 서로 경쟁하고, 그중에서 최고 선수들끼리 경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을 통틀어도 유소녀 전문 선수가 1천명가량에 불과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재능있는 선수가 있다"며 '육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유망주들의 '큰 무대' 경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벨 감독은 "어린 선수를 선발한 건 월드컵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며 "16, 17세 선수들이 이런 환경에 더 노출됐으면 한다. 23, 24세부터 시작하면 30세가 돼야 큰 무대를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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