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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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들의 잇단 사퇴, 감독만 책임져야 하나

기사입력 2011.06.14 03:09 / 기사수정 2011.06.14 03:09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아 감독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12일 잠실 SK전서 두산이 0-6으로 완패한 이후 두산 김경문 전 감독은 위와 같은 코멘트를 날렸다. 원래 김 전 감독은 성격이나 야구에서나 시원시원하면서도 선 굵은 모습을 지향해왔다. 설령 최신 경향과 자신의 야구관이 종종 충돌하더라도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야구 팬들에게 결과를 떠나서 많은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런 그도 항상 조심하던 게 언론과의 관계였다. 자신있게 의사를 피력할 때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조심하는 모습이 더 많았던 그의 입에서 '책임'이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무언가 낌새가 이상했다. 결국 김 전 감독은 13일 오후 자진사퇴를 하고 말았다.

▲ 성적 앞의 파리목숨

김경문 감독이 누구인가. 대한민국에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사령탑이자 6차례나 두산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명장이다. 김 전 감독이 이식한 발 빠른 야구와 뚝심 야구는 한국 야구를 이끄는 일종의 트렌드가 돼 야구 팬들과 다른 야구 지도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걸 감안하면 지난 8년간의 두산 감독 생활은 '과'보다는 '공'이 더 많았다.

그런 그도 올 시즌 이해할 수 없는 두산의 투타 밸런스 붕괴와 최근 몇시즌 동안 꾸준히 흘러나온 일부 선수의 개인사, 외국인선수 선발의 실패 등 악재가 겹치며 팀을 끌고 갈 동력이 작아졌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자 결국 두산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급기야 감독 사퇴에 이르렀다.

작년 12월 30일 사퇴 선언을 한 선동열 감독은 당일 곧바로 류중일 1군 수비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돼 사실상 경질을 당했다. 선동열 삼성 운영위원 역시 '과'보다 '공'이 많은 사령탑이었다. 지나친 마운드 위주의 경기 운영과 불펜 투수의 혹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나 현재의 불펜 필승조와 추격조를 확실히 구분해서 쓰는 마운드 운용을 현대야구에 맞게 완성한 지도자가 바로 선동열 운영 위원이다.
그러나 삼성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안겨준 장본인이자 2008시즌까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간접적으로 도운 사령탑에게 2010년 근본적 전력 열세를 딛고 오른 한국시리즈 부진과 팀 컬러 쇄신이라는 애매한 이유만으로 지휘봉을 놓게 했다.

▲ 어쩔 수 없는 구조? 근본적인 반성 있어야

사실 특정 팀이 거짓말 같은 부진으로 연패 모드를 타거나 하위권에 빠진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감독 경질이다. 실제 감독 경질로 인해 선수들의 경기력이 되살아났던 전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제 아무리 감독을 바꾸더라도 구단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있지 않은 한 감독 교체의 효과는 미미한 게 사실이다.

LG의 경우 2006년 이순철 감독을 시작으로 김재박 감독까지 모두 성적 부진으로 야인으로 돌아섰지만, 올 시즌 들어서야 드디어 당시 키워진 선수들을 주축으로 SK, KIA에 필적한 전력을 내고 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순간적인 위기 대처를 위한 감독 교체는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감독이 바뀐 팀들의 경우 프런트에서 총체적인 진단을 통해 제 살을 갉아먹는 아픔이 있더라도 고쳐내야 할 점을 발견해서 고쳐야 한다. 감독은 시즌 들어 팀 운용에 신경을 쓰는 나머지 외부적인 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테면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두산의 2옵션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 실패는 1차적으로 스카우트 팀 내부에서 냉정한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 선수 개인사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도 프런트가 좀 더 평상시에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기울인다면 감독에게 걸리는 부하는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감독에게만 짐을 지우기 전에 모두가 반성을 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원래 감독은 '잘리기 위해 고용되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파리 목숨이다. 태생이 그렇다. 실제로 모든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결과는 감독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고 결과가 좋았을 때 감독에게 힘이 실리게 돼 감독만의 색채를 낼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연패와 순위 추락의 원인을 감독에게 묻는다고 해서 그게 100% 감독 책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선수와 코치, 프런트가 3위 일체하는 마음가짐으로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 뿌리 뽑아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장의 잇단 사퇴는 그래서 결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사진=김경문 전 두산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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