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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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하다, 겹겹이 쌓아 올린 박훈정 유니버스 ['귀공자' 개봉②]

기사입력 2023.06.22 09:50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박훈정 감독이 영화 '귀공자'를 통해 자신의 유니버스를 더욱 공고히 했다.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는 한국과 필리핀 혼혈인 이른바 코피노다. 내기 복싱으로 버는 하루 일당에 목을 매는 마르코는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한국어로 소통도 원활하게 가능하지만 굳이 필요할 때가 아니면 쓰지 않는 이유는 한국인인 아버지를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마르코는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아버지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마르코의 이런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기라도 했는지, 바로 마르코의 아버지 역시 그를 찾고 있으며 한국행을 권유한다.

아니, 권유라고 하기에는 다소 강압적이다. 아버지가 보냈다는 한국의 변호사는 바로 어머니의 수술비를 지불하고, 오래 자리를 비워야 하는 마르코 대신 간병인까지 붙여준다. 냉랭한 변호사의 태도가 어딘가 찜찜할 때 의문의 추격자 귀공자(김선호)가 마르코의 앞에 등장한다.




작품은 추격과 추격을 거듭한다. 의문의 추격자 귀공자뿐만 아니라 제벌 2세 한이사(김강우), 생명의 은인 윤주(고아라)까지 마르코를 뒤쫓는다. 길고 긴 추격 끝에 도달하는 지점은 무엇일까 함께 쫓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깔끔한 미친놈"을 좋아한다는 박훈정 감독은 전작 '마녀'에 이어 '귀공자'라는 단어를 가져왔다. '마녀'와 '귀공자' 간 연관성은 없지만, '마녀'의 최우식이나 '마녀2'의 이종석을 연상시키는 캐릭터성은 박훈정 영화의 마스코트가 됐다.

김선호는 깔끔한 외양을 유지하면서도 백발 백중의 실력을 가진 추격자 귀공자로 완벽 변신했다. 여유로우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광기 있는 미소는 영화의 흥미도를 높인다. 




또한 '마녀' 시리즈에서 김다미와 신시아, 빛나는 두 신예를 발굴한 박훈정은 '귀공자'에서도 눈이 가는 신인을 발굴했다. 무려 1980:1의 경쟁률을 뚫은 마르코 역의 강태주는 복싱 선수 역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 체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스케줄로 연습을 진행했고, 그 결과 복싱선수의 몸은 물론 체력을 완성, 강도 높은 추격씬을 소화해 냈다.

외적인 부분만 아니라 연기력도 안정적이다. 강인한 복싱 선수의 또렷한 눈빛부터 의문의 추격을 당하는 피추격자의 불안한 눈빛,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알았을 때의 좌절하는 눈빛 모두 합격점이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영어와 필리핀어 모두 탁월하게 소화하며 캐릭터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를 모은다.

박훈정 감독 영화 특유의 색채와 광활한 로케이션 역시 눈에 띈다. 다리와 차로 인물들이 추격을 펼치고, 한 이사가 배신자를 사냥할 때 펼쳐지는 편백나무 숲은 정적을 지키며 사건의 방관자가 되기도, 스산하게 사건을 덮어버리는 동조자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박훈정은 '귀공자'에 자신의 색깔을 한 땀 한 땀 채워 넣으며 '마녀 유니버스'를 넘어 '박훈정 유니버스'를 완성했다. '귀공자'는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타임 118분. 

사진=스튜디오 앤뉴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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