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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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신' 나달, '최종 보스' 조코비치 설욕만 남았다

기사입력 2011.06.07 08:58 / 기사수정 2011.06.07 08:5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롤랑가로스는 라파엘 나달(25, 스페인, 세계랭킹 1위)을 외면하지 않았다. 붉은 빛의 흙 코트에서 현역 최강자는 역시 나달이었다. 나달은 '숙명의 라이벌'인 로저 페더러(30, 스위스, 세계랭킹 3위)를 3-1(7-5, 7-6<3>, 5-7, 6-1)로 꺾고 프랑스 오픈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프랑스 오픈 우승은 나달에게 매우 특별했다. 나달은 올 시즌 4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3개의 메이저대회(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를 휩쓸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룩하고 '1인자'에 등극했다.

그러나 '무결점' 노박 조코비치(24, 세르비아, 세계랭킹 2위)의 기세에 눌려 2인자로 추락했다. 조코비치는 이번 프랑스 오픈 준결승전까지 41연승을 올리면서 7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실제로 준결승전까지 탄탄대로를 달렸던 선수는 나달이 아닌 조코비치였다. 나달은 1회전에서 존 아이스너(미국)의 투지에 발목이 잡힐 뻔했다. 나달의 우승 터닝 포인트는 아이스너에 3-2로 승리한 1회전이었다.

반면, 조코비치는 준결승전까지 순조롭게 진출했다. 올 시즌 3번 만나 모두 승리한 페더러와의 승부에서도 조코비치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테니스 공은 둥글었고 질 것 같지 않던 조코비치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연승 행진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나도 언젠가는 분명히 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애써 담담함을 표시했던 조코비치의 패배는 현실이 됐다. 페더러가 조코비치를 잡은 것은 나달에게 큰 행운이었다.

나달은 올 시즌 조코비치와 4번 결승전 승부를 펼치면서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특히, 자신의 안방과도 같은 클레이코트에서 당한 2연패(마드리드 오픈, 인터내셔널 이탈리아 오픈)는 충격적이었다. 나달의 최고 목표는 프랑스 오픈 개인 통산 6번째 우승과 조코비치에 대한 설욕이었다.



나달은 이 두 가지 목표 중, 한 가지만 달성했다.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 페더러에 승리를 거둔 점은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조코비치에 대한 설욕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결승진출에 실패했지만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백핸드의 정확성과 탁월한 경기 운영은 조코비치를 '최강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반면,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시종일관 고전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지난해까지 롤랑가로스에서는 '신의 영역'에 있었지만 올해에는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온 듯 한 모습이었다.

나달은 "올해는 힘든 승부를 많이 치르고 우승을 해서 그런지 느낌이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물론, 나달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조코비치는 물론, 준결승전에서 만난 앤디 머레이(24, 영국, 세계랭킹 4위)의 기량도 발전해 있었다. 또한, '저무는 해'로 여겨졌던 페더러로 이번 대회를 통해 '부활'을 알렸다.

이들 중, 나달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 선수는 여전히 조코비치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가장 많이 진화한 선수는 바로 조코비치다. 나달이 1인자의 위치로 올라서는 동안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진일보하고 있었다.

만약 결승전에서 페더러가 나달을 잡았다면 조코치비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달은 페더러를 극적으로 누르고 랭킹 1위 자리를 견고하게 지켜냈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나달의 투쟁은 앞으로 더욱 험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대회도 남아있지만 하드코트의 승부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달은 '흙신'으로 불릴 만큼 클레이코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반면, 현재 하드코트의 최강자는 단연 조코비치다.

천연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 대회도 두 선수를 기다리고 있다. 나달과 페더러의 2강 구도로 흘러가던 남자 테니스에 조코비치라는 새로운 '최종 보스'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승부를 지켜보는 재미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진 =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 (C)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공식 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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