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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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 닫은 문, 다시 열어 안부를 묻다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③]

기사입력 2023.03.09 11:50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우리에게 문이란 어떤 존재일까. 바깥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든든히 지켜주는 존재이기도 하고, 한 공간에 있어도 문 하나로 철저히 분리되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문과 재난을 소재로 상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는 작품을 그려냈다.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서 살고 있는 여고생 스즈메는 폐허를 찾아다니는 남자 소타를 등교길에 우연히 만난다. 소타를 쫓아 폐허에 간 스즈메는 의문의 낡은 문을 열게 되고,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다. 과거의 자신을 쫓아 문 너머로 넘어가고자 하지만 실패하고, 그 문이 재난을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즈메가 열어버린 문은 소타와 함께 봉인했지만, 문을 닫는 도중 부상을 입은 소타를 치료하기 위해 스즈메의 집으로 간 두 사람은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을 만난다.

다이진은 소타를 스즈메의 의자에 가둬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스즈메는 이 사태에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소타의 가업인 재난의 문을 닫기 위해 일본 각지로 탐험을 떠난다.

영화 속에서 재난은 단순한 악인, 미지의 힘 같은 존재가 아니라 일본의 거대한 상처이자 트라우마인 지진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재해와 다른 점은 '막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를 막기 위해서는 문이 위치한 폐허의 사람이 살던 시절을 떠올리고, 행복했던 순간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왜 제목이 '문단속'이어야 했을까 생각해본다. 영화에서 문을 여는 행위는 재난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직결되며 이는 상처를 목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극 초반, 문을 연 스즈메는 문 너머로 '저세상'을 볼 수는 있지만 그 세계로 가지는 못한다. 이것은 스즈메가 자신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마주 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며 많은 사람들과 만나 도움을 받고 여러 재난의 문을 닫으며 성장한 스즈메는 마침내 진짜 자신의 상처이자 트라우마인 과거의 자신과 마주할 수 있게 되고, 그를 애도하고 위로하는 방법까지 깨닫게 된다.

재난이 지진으로 그려진 것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많이 아프지만, 때로는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해야 한다. 문을 여는 건 결코 잘못이 아니다. 문을 다시 열고 들어서야만 '다녀왔다'고 인사를 보낼 수 있으니까. 열었던 문을 다시 닫는 것은, 치유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마음의 '문단속'을 하자고 말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8일 개최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문은 일상의 상징이며 재해는 일상과 단절시킨다"라고 문을 소재로 꼽은 이유를 전했다. 



또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서 "오래도록 잊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동일본 대지진을 아는 이에게는 아름다운 애도의 시간을, 모르는 이에게도 세상을 구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꼭 지진을 겪은 현지인이 아닐지라도 크고 작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스즈메가 거대한 재난과 맞서 이기는 모습은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재난과 싸운다는 소재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수많은 물건 중에 다리를 하나 잃은 의자가 돼 여기저기 콩콩 뛰어다니는 남자 주인공 소타나 'SNS 인싸'가 될 만큼 귀여운 고양이 다이진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또한 스즈메와 소타, 다른 등장인물들이 떠나는 로드 트립은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들게 한다. 

특히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의 풍경들은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여행에 대한 갈증,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경외까지 느끼게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스즈메는 아역출신 배우 하라 나노카가 17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성우 변신에 성공했다. 

또한,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OST는 여전히 래드윔프스(RADWIMPS)가 함께 했고,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에서 활약한 작곡가 진노우치 카즈마가 함께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12세 이상 관람가, 122분 상영.

사진=쇼박스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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