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30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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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뛰고 진심으로 응원했지만.. 거짓·황당 해명으로 상처만 안긴 흥국생명

기사입력 2023.01.06 06:00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인천, 윤승재 기자) “선수단 기용에 개입한 것은 아니다. 선수단 운영에 대해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신용준 흥국생명 배구단 신임단장은 최근 감독-단장의 동반 경질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신임단장은 전임 감독과 단장의 갈등의 내용에 대해선 “선수단 운영에 대해 의견이 안 맞았던 것 같다”라면서도 “부임되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확실하게 모른다”는 입장도 함께 취했으나, 선수단 기용 ‘개입’에 대해선 “그 부분은 좀 아닌 것 같다”라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구단을 대표해 나온 신 신임단장의 해명은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거짓임이 밝혀졌다. 김연경과 김해란 두 고참선수의 소신발언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두 선수는 “사실 (전 단장의 선수단 기용 개입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마음을 다친 선수도 있었고, 경기에서 진 적도 있었다”라는 작심발언으로 ‘윗선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개입’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손사레를 쳤던 신 단장의 호언장담과는 다른 내용의 폭로였다. 

거짓 해명도 있었지만, 황당 답변도 있었다. 전임 단장과 감독의 갈등 내용에 대해 신 단장은 “로테이션 문제에서 의견이 안 맞았다. 팬들이 김연경과 옐레나의 포지션을 따로 두는 것을 원했다”라며 팬들의 목소리가 갈등의 원인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팬들의 목소리’를 측정하는 기준에 대해 묻자 “유튜브나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하더라”라고 답했다. 더 나아가 감독보다 팬들의 의견이 우승 기준에 더 가깝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까지 이야기했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구단은 수많은 배구인에게 큰 상처를 줬다. 거짓 해명으로 선수단에게 상처를 안긴 것도 모자라, 프로 감독을 유튜버보다 못한 지도자로 낙인찍고 이러한 감독을 따르는 선수들과 코치진을 바보로 만들었다. 김연경을 데리고도 18경기 동안 ‘4패’나 해서 ‘2위’밖에 하지 못한 감독이라는 오명을 씌웠고, 이러한 배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이상한 사람을 만들었다. 

정작 선수들은 혼란 속에서도 실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끝까지 몸을 던져 승리를 쟁취했고, 팬들도 변함없이 경기장을 찾아 “흥국생명”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감독의 경질로 보이콧 우려가 있었던 김연경도 장염 증세에도 끝까지 코트를 지키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실망한 팬들도 경기 전 취소표로 감정을 표출했으나, 그럼에도 3,400명이나 되는 인원이 경기장을 찾아 변함없는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실망과 허탈의 연속이었다. 구단의 거짓 해명과 황당 답변에 선수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항상 자신에 차있던 김연경마저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나”라며 허탈한 감정을 내보였고, 오히려 “팬들이 우리를 싫어할까 걱정이다”라며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선수단이 얻은 상실감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구단은 무엇을 해명하고 싶었던 걸까. 명확한 답변 없이 횡설수설만 반복하다 구단과 선수, 팬 모두에게 큰 상처만 남기고 끝이 났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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