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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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클 두산! 명승부 45선] ①

기사입력 2005.01.28 10:52 / 기사수정 2005.01.28 10:52

윤욱재 기자

98년 OB는 믿기지 않는 8연승의 기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는 쾌거를 달성했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베어스만이 펼칠 수 있는 기적의 신호탄이었다. 두산으로 팀이 바뀐 후 그들은 수많은 미러클쇼와 잊지 못할 명승부를 수차례 양산하며 2000년대 최강팀으로 떠올랐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그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명승부 45경기를 추려냈다. 지금부터 추억의 세계로 안내한다. (날짜순 정렬)




1999
 


1. 두산표 미러클의 시작!


현재 스코어는 2-5.


홈런라이벌 우즈와 이승엽이 각각 투런포를 터뜨린 가운데 경기 초반엔 삼성의 집중력과 두산 정수근의 실책이 겹쳐 3점차로 앞서고 있었다.


5회말 두산은 김민호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김실의 기습번트가 성공하며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다음타자 우즈가 삼진아웃되면서 2사 1,3루. 여기서 등장한 김동주는 좌측에 평범한 플라이를 날리자 이대로 끝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때 ‘초보 좌익수’ 김기태가 어이없게 2루타로 만들어주면서 스코어는 4-5가 되었고 박빙의 1점차 승부가 되었다.


두산은 이 기세를 몰아 6회말에도 진갑용과 이종민의 연속안타로 동점에서 역전까지 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위기를 감지한 삼성. 결국 ‘애니콜’ 임창용을 6회에 올리는 파격 조치를 단행한다. 임창용은 후속타자들을 모두 삼진처리하며 확실히 불을 껐고 7,8회에도 삼진 3개를 추가, 두산 타자들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임창용의 힘에 눌렸던 두산 타자들은 4이닝 째 투구를 거듭하며 힘이 빠지기 시작한 임창용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결국 9회말 정수근은 중월3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김실이 중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 임창용을 압박해갔다. 이어진 찬스에서 김동주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리며 기막힌 역전극을 마무리하면서 기분 좋은 3연승을 내달렸다.


8회부터 등판한 김경원이 2이닝을 깔끔하게 처리, 승리의 초석을 마련했고 본인도 시즌 첫 승을 올리며 마무리로 재신임한 김인식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물론 이게 마지막 보답이 될 줄 아무도 몰랐다. 결국 시즌 중 한화로 트레이드 된다.)



2. 어린이날도 끝내줬다!


소총부대 LG와 대포부대 두산의 라이벌전 첫 날.


1회초 집중 4안타로 4점을 낸 LG였지만 두산은 곧바로 우즈의 타점과 김동주의 투런(6호)으로 간단하게 3점을 추격했다. 3회말 이번엔 우즈가 솔로홈런(7호)을 터뜨렸고 뒤이어 후속타자들의 집중타와 실책이 겹쳐 단숨에 역전에 성공, 7-4로 앞서갔다.


무실점으로 버티던 이혜천이 결국 체력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7-7 동점을 내줬으나 이미 대포감각이 한창 물오른 우즈가 다시 잠실구장을 넘기면서(2점홈런,8호) 9-7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LG는 펠릭스의 희생플라이와 8회 진필중의 폭투로 2점을 모아 9-9 동점을 이뤄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LG는 당시 다승 1위(6승)이자 불펜에이스였던 차명석을 일찌감치 등판시켰고 무실점으로 지켜내자 9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첫 타자 장원진을 땅볼로 잡아내 연장전 분위기가 흘렀지만 다음타자 안경현이 끝내기홈런(1호)을 때리면서 승부는 두산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차명석은 시즌 첫 패의 쓴맛을 보았고 동점을 내줬던 진필중은 쑥스럽게 4승을 챙겼다.  


정확히 1년 전. 3대0으로 앞서다 조인성에게 동점 스리런을 맞고 박종호에게 끝내기 사구로 충격의 패배를 당했던 아픈 기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3. 떴다! 홍성흔 천금 동점타


앞서 다뤘던 어린이날 경기에서 홍성흔은 주전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갓 데뷔한 신인에 불과했지만 2안타 2타점을 기록, 타격부진에 시달리던 진갑용을 압박했고 어느덧 풀타임 주전으로 승진했다.


롯데와의 시즌 9차전. 더블헤더로 펼쳐진 이날 첫 경기는 롯데가 4타수 3안타로 맹활약한 박현승의 활약으로 손쉽게 낚아갔고 제 2경기에서도 역전에 성공, 2-3으로 앞서가며 더블헤더 싹쓸이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는 이 불길한 예감. 결국 9회말 심정수가 좌익선상 2루타를 터뜨리며 동점 찬스를 만들자 대타 홍성흔이 강상수의 직구를 통타, 2루타를 만들면서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고 정수근의 좌익수 앞 끝내기 안타로 두산은 4-3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사실 홍성흔은 파울플라이로 아웃되는 상황이었지만 포수 강성우가 놓치면서 결국 2루타로 만회해 전화위복이 되었다. 한마디로 죽었다 살아난 셈.

9회초 등판해 역전을 허용했던 진필중은 머리를 긁적이며 시즌 7승을 가져갔고 더블헤더 1차전에서 세이브를 챙겼던 강상수는 2차전에선 불쇼를 선사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4. 처음부터 끝까지, 전 이닝 득점 신기원




어떨 때 보면 야구는 한 점 내기가 참 어렵고 한 회에 안타 하나 만들어내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3할만 쳐도 강타자라 불리고 두 자릿수만 넘어도 다득점 경기가 되는 게 야구다. 그런데 한 회도 빼먹지 않고 점수를 낸 팀이 있었으니 바로 두산이었다.


두산은 LG와의 시즌 8차전에서 1회 2점, 2회 1점, 3회 2점, 4회 2점, 5회 2점, 6회 1점, 7회 2점, 8회 4점을 만들어내는 괴력으로 LG를 16-8로 완파했다. 16점 중 홈런은 김동주의 2점포(9호)가 전부였으니 이날 두산 타자들의 집중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만하다. LG도 8점을 냈으니 양 팀 마운드는 초토화된 상태였다.

두산은 다음날 경기에서도 1회 4점을 내면서 9연속이닝 득점을 기록, 역대 타이기록을 세웠고 26연속이닝 안타 기록도 세웠다. 이 모든 기록들은 타고투저의 바람이 유난히 거셌던 99시즌이 만들어 낸 부산물이었다.



5. 박정태의 대기록을 중단시킨 이혜천


99시즌 최대 이변은 롯데의 선전이었다. 98시즌 꼴찌로 추락했던 롯데는 주형광, 문동환, 박석진 등이 버틴 강력한 마운드와 완벽한 중심타선(박정태-호세-마해영) 덕분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역시 그 중에서도 롯데의 중심은 박정태였다. 이승엽의 홈런 신기록도 기억에 남을 장면이지만 박정태의 연속경기안타행진도 볼거리였다. 이미 이정훈의 기록을 넘어 31연속경기안타 기록을 세운 박정태는 기록을 32로 늘리기 위해 의욕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롯데 타자 전체가 무명에 가까운 두산의 한 왼손투수에게 철저히 밀리면서 박정태도 무안타 패닉에 휩쓸리게 되었다. 바로 이혜천이었다. 8회까지 단 3개의 안타를 내준 이혜천은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삼진도 7개나 챙겼다.


스코어는 6-0으로 이미 두산 쪽으로 추가 기울어진 상태. 마산의 롯데 팬들은 9회말 투아웃 마지막타석에 들어선 박정태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며 연속안타행진을 기원했고 박정태도 마지막 힘을 다해 3루 쪽 강습타구를 쳐냈다. 그러나 이적생 홍원기가 멋지게 다이빙으로 공을 낚아 채 1루에 던져 아웃시키면서 이 날 경기와 박정태의 안타행진 모두 끝나버렸다.


10승에 도전했던 주형광은 7이닝 5실점으로 3패를 기록했고 이혜천은 4승을 올렸다. 



6. 강혁 데뷔 첫 안타가 결승 2루타


99시즌 두산이 손쉽게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OB 시절 뼈저리게 느꼈던 왼손의 부족을 메웠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이어지던 투타에 걸친 왼손 공백을 메워 준 선수들은 해태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최훈재와 롯데에서 데려온 차명주, 또 강속구로 무장한 이혜천 등이었다. 여기에 강혁이 시즌 개막부터 가세할 움직임이었으나 타구단들의 반대로 후반기부터 출전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강혁은 해태와의 19차전에서 7회말 대타로 등장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프로 신고식을 치렀다. 아직 프로 무대가 낯선 듯 풀카운트 접전 끝에 삼진을 당했지만 갑작스런 강혁의 등장에 놀랐던 팬들은 어렵게 프로 무대에 선 강혁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9회에 다시 한번 타석에 선 강혁은 우익수 플라이 아웃을 당해 2타수 무안타로 첫 경기를 마감했다.


이틀 뒤, 두산은 LG와의 잠실원정 경기에서 박빙의 4-4 스코어를 이어갔고 어느덧 경기는 9회에 치달았다. 9회초에 깜짝 등판한 LG의 풀타임 루키 스타터 김상태는 첫 두 타자를 삼진으로 묶으며 무실점으로 넘어가는 듯 싶었다. 그러나 김동주가 내야안타로 1루까지 걸어 나가며 불씨를 살리자 두산은 대타로 강혁을 내세웠다.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강혁은 경쾌한 스윙으로 우중간을 꿰뚫었고 김동주는 홈으로 들어와 5-4로 역전에 성공했다.


데뷔 첫 안타, 타점, 2루타, 결승타가 한꺼번에 이뤄진 셈이었다. 9회말 수호신 진필중이 퍼펙트로 마무리(33S, 47SP, 한국기록 타이) 하면서 또 하나의 명승부를 완성시켰다.



7. 강혁 끝내기 히트, 드림리그 우승 축배


정규시즌 마지막 게임. 그러나 아직 정규시즌 1위(드림리그)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 한마디로 이 경기는 정규시즌 우승 결정전이었다.


3-3 동점 상황. 이제부턴 마무리 싸움이었다. 두산은 수호신 진필중을 올렸고 8회초를 삼자범퇴로 묶자 불안해진 롯데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주형광을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두었다. 8회말 주형광은 심정수를 사구로 출루시켰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꽁꽁 묶으면서 실점 없이 마무리 지었다.


9회초 진필중의 퍼펙트 마무리로 이제 9회말로 넘어 온 상태. 선두타자 김민호가 좌전 안타로 1루에 나가자 다음타자 정수근이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고 두산은 장원진 대신 대타로 나선 안경현이 고의4구로 1루를 채우면서 1사 1,2루가 되었다.


선발타순대로라면 우즈가 나와야 할 차례였지만 이미 7회에 대주자 전형도와 교체되면서 강혁으로 교체된 상황이었다. 강혁은 지난번 결승타를 터뜨린 경험이 있었지만 좌투수 주형광과의 대결은 사실 부담이 컸다. 철저하게 밀어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 강혁. 마침 주형광이 바깥쪽으로 변화구를 구사하자 여지없이 밀어쳐 굿바이 히트를 만들었다.


김민호가 온 힘을 다한 전력질주로 홈을 밟는 순간, 준비된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고 선수들과 팬들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자축했다.



새로워졌습니다! 두산베어스


두산은 95년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이었고 양대리그 첫 해에 통합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선 한화의 일격으로 우승의 꿈은 접어야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은 신진세력들이 대부분이었기에 99년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다음시즌인 2000년 한국시리즈 진출의 밑거름이 되었고 그 다음해(2001년) 우승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로고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사진 / 필자의 스포츠신문 스크랩
스캔 / 윤욱재
스코어표 / 윤욱재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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