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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은퇴투어에 진심이었던 삼성, 팬들의 떼창으로 화룡점정 [윤승재의 파크스토리]

기사입력 2022.09.10 10:00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윤승재 기자) 선물부터 경기장 시설, 분위기까지. 8일과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온전히 ‘이대호’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뒤엔 은퇴투어 행사를 준비한 구단 프런트의 숨은 노력과 팬들의 응원이 있었다. 대구까지 찾아온 수천명의 롯데 팬, 따뜻한 환대로 전설의 마지막을 함께한 삼성팬들의 응원이 한 데 어우러져 뜻깊은 이틀이 완성됐다.

◆ 포수 이대호와 가족 일러스트, 은퇴투어 선물에 담긴 의미는?

다른 구단도 그랬듯이 삼성 역시 이대호를 위한 은퇴투어 선물을 마련했다. 하지만 고민이 많았다. 이승엽의 은퇴투어 때는 받아만 봤지, 직접 은퇴투어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울러 창원이나 문학처럼 데뷔 첫 경기나 첫 안타, 첫 홈런 등 이대호의 의미 있는 기록도 대구에서는 유독 없었다. 의미와 테마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문득 지난해 화제가 됐던 이대호의 라팍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2021년 5월 8일. 이대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라팍의 안방에 앉았던 그날이 떠올랐다. 프로 데뷔 첫 포수 마스크. 20년 이상 프로에 몸담았던 이대호는 경남고 졸업 이후 약 20년 만에 포수 마스크를 쓰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이 독특한 경험을 이대호는 이곳 대구에서 처음으로 경험했다. 



이대호의 은퇴투어 행사를 기획한 삼성 마케팅팀은 이 에피소드에 주목했다. ‘영웅의 발자취’를 테마로 선물을 구상하던 마케팅팀은 이 색다른 경험이 꾸준했던 영웅의 발자취를 더욱 빛낼 수 있다고 생각해 이를 주제로 선물 구상에 돌입했다. 이윽고 구단은 포수 장비를 갖춘 당시 이대호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해 실물 피규어로 선물을 정했다.

선물 구상도 험난했지만 공수도 쉽지 않았다. 그 당시 그 모습 그대로를 표현할 3D모델링 피규어 제작업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찾은 뒤에는 포수장비 풀세트를 제작 업체로 보내 사진으로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디테일을 살리는데 노력했다. 다만 피규어와 유리박스 제작 업체가 다른 데다 직접 보고 컨펌을 해야 했기에 서울과 대구를 수차례 오가야 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이대호에게 전달될 소중한 선물이 완성됐다. 

한편, 구단은 피규어 외에 가족사진 일러스트 액자도 함께 준비했다. 이 역시 의미가 있었다. 전달과정이 특별했다. 피규어보다 먼저 전달된 이 액자는 이대호가 아닌 이대호의 아내에게 전달됐다. 선수에 앞서 가족이 먼저 은퇴투어 선물을 받은 것. 꽃다발과 기념사진 역시 이대호가 아닌 가족이 주인공이었다. 

이에 구단은 “이대호 선수가 밟아온 위대한 역사는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미에서 가족사진 일러스트를 준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관계자는 “선물의 의미에 맞게, 역사를 함께한 가족에게 직접 선물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이대호 선수의 아내에게 먼저 선물을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피규어와 함께 의미 넘치는 훈훈한 선물이 완성됐다.



◆ 전광판부터 떼창 유도까지, 이대호를 라팍의 주인공으로

첫날 경기에서 열린 은퇴투어 행사는 빠르게 끝났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것이지, 투어의 본질은 2연전이 끝날 때까지 이어져야 했다. 삼성 구단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경기 중 전광판 이미지부터 띠전광판, 그리고 심지어 팬들의 떼창 유도까지 행사보다 더 많은 것을 신경 썼다. 무엇보다 이를 은퇴투어 행사가 열린 8일뿐만 아니라, 9일 두 번째 경기까지 신경 썼다는 점이 특별했다. 

9일 경기 8회초, 이대호의 마지막 타석 때가 그랬다.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구단은 대형 전광판과 띠전광판에 이대호의 마지막 타석을 의미하는 이미지를 띄웠다. 21년 커리어의 마지막 대구 타석. 구단은 이대호가 마지막을 허투루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았고, 이미지와 함께 이대호를 응원하는 삼성 응원단장의 짤막한 멘트까지 마련해 의미를 살렸다. 

그리고 응원단장의 지도 하에 삼성 홈팬들이 모두 일어섰다. 보통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수비 상황이면 별도의 응원 없이 앉아서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대호의 타석만큼은 의미가 달랐다. 파란색 물결로 일어난 삼성팬들은 반대쪽 롯데팬들과 함께 등장구호 “대~호~”를 외친 뒤, 이대호의 상징인 “오~ 롯데 이대호~”까지 함께 부르며 이대호의 마지막을 응원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가 삼성의 승리로 끝이 나는 순간, 마지막 아웃카운트와 함께 흘러나온 음악은 삼성의 공식 승리 음악이 아닌 이대호의 응원가였다. 이 역시 구단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시나리오. 삼성 응원단장이 이대호에게 감사하다는 짤막한 멘트로 팬들의 응원을 유도한 뒤 경기장 전체 앰프를 통해 이대호의 응원가를 틀면서 팬들과 함께 이대호 응원가를 불렀다. 응원가가 끝나자 그제서야 승리 음악을 틀며 승리를 자축했다. 

선물 준비부터 행사 기획, 마지막 떼창 유도까지. 2연전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라팍은 이대호가 주인공이었다. 이를 기획하고 진행한 삼성 마케팀팅의 박성민 프로는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구상했던 것들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라면서 “전설의 마지막에 걸맞은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이대호 선수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고, 이대호를 보기 위해 라팍에 찾아오신 팬분들에게도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경기 후 삼성팬들의 응원가 떼창을 들은 이대호는 모자를 벗고 인사하며 화답했다. 첫날(8일) 경기 13,125명, 둘째날(9일) 경기 12,634명, 총 2만5천여명의 팬들의 응원 속에 뜻깊은 마지막 대구 나들이를 경험한 이대호였다. 은퇴투어 행사 당시 이대호는 “이렇게 많이 찾아주시고, (뜻깊은 행사를) 많이 준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사랑 받으면서 떠날 수 있어 감사하고, 더 멋지게 떠나겠다”라며 마지막 대구 경기에 나선 소감을 전했다. 

그렇게 2만5천여명의 응원을 받고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8일 첫 경기에서 1안타, 9일 두 번째 경기에서 2안타를 때려내며 대구에서의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진=대구 윤승재 기자,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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