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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함께 뛴 '이대호 최다 직관자', 전설과 동행이 행복하다 [은퇴투어]

기사입력 2022.08.13 12:54 / 기사수정 2022.08.13 12:54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은퇴식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작은 역할이라도 이대호 선수와 함께하고 싶다."

조지훈 롯데 자이언츠 응원단장은 지난 7월 잠실 올스타전에서 휴식 대신 일을 택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대호의 모습을 팬들과 함께 관중석에서 지켜 보고 싶었다. 이대호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예고한 가운데 레전드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조 단장은 "나는 올스타 휴식기가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어 사실 짧은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올스타전 때 이대호 선수의 은퇴 투어가 시작되는데 꼭 가보고 싶더라. 10개 구단 팬들이 이대호 선수의 응원가를 떼창하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교차했다. 사실 지금도 이대호 선수의 은퇴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2006년부터 롯데, 그리고 이대호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대호가 일본(2012~2015), 미국(2016) 진출로 자리를 비웠던 5년을 제외해도 올해까지 무려 12시즌 동안 이대호의 활약을 응원 단상에서 바라봤다.

치어리더와 달리 응원단장은 홈 경기 때 비번도 없다. 롯데가 다른 구단보다 원정 응원 파견이 잦아 롯데 야구단 전체를 통틀어도 조 단장보다 이대호 경기를 현장에서 많이 '직관'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올 시즌의 경우 롯데가 일찌감치 홈 경기는 물론 원정까지 응원단 파견을 결정하면서 원정팀 응원단상이 없는 대전을 제외하고 144경기 중 136경기를 지켜보게 됐다.

롯데 관계자 역시 "조 단장만큼 많은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대호 최다 직관자'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고 인정했다. 

조 단장도 이대호와 적지 않은 추억을 쌓았다.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지만 경기장에서 종종 마주칠 때마다 이대호가 건넨 격려의 말들이 큰 힘이 됐다.

조 단장은 "2006년에 롯데로 처음 왔을 때 팬들께 응원을 못한다고 많이 혼났었다"고 웃은 뒤 "당시 출근길에 야구장 앞에서 우연히 이대호 선수를 만났는데 반대로 응원을 잘한다고 위로해 주더라. 선수에게 격려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라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대호 선수는 그때 이미 팀 내 핵심이고 최고의 스타였는데도 응원단을 챙겨줘서 고마웠다"고 떠올렸다.

다만 경상도 남자 특유의 '츤데레' 기질 때문에 오해를 한 적도 있었다. 이대호의 응원가는 조 단장의 역작 중 하나로 꼽히지만 정작 당사자의 최초 반응이 떨떠름했다. 



이대호의 응원가는 가수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에서 따왔다. "오~ 롯데 이대호"로 시작하는 이 응원가는 롯데팬뿐 아니라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쉽게 따라 부르는 프로야구 대표 응원가다. 

조 단장은 "이대호 선수가 어느 날 본인 응원가가 별로인 것 같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지나갔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도 응원가는 마음에 드는데 표현을 그렇게 했더라. 장난이었는데 나혼자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거였다. 알고 지낼수록 마음이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을 지켜보는 올 시즌 심정은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한다. 다만 매 타석 홈런을 뻥뻥 쳐주기를 바랐던 예전과는 다르게 올해는 "무조건 다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앞선다.

가장 걱정되는 건 이대호의 은퇴식 당일이다. 조 단장은 올스타전에서 이대호가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고 목이 메어 혼났던 기억이 있다. 혹시 응원단상에서 눈물을 보일까 봐 벌써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

대신 '선수' 이대호의 각 구장 마지막 방문을 동행할 수 있어 기쁘다. 당장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이대호의 은퇴 투어 두 번째 행사가 진행된다. 앞으로 NC(창원 8월 23일), SSG(인천 8월 28일), 키움(고척 8월 31일), 삼성(대구 9월 8일), kt(수원 9월 18일), 한화(대전 9월 20일), LG(잠실 9월 22일)로 이어지는 모은 은퇴 투어 순간을 함께한다.

조 단장은 "올스타전 때 계속 뭔가 짠하더라. 다음 올스타전에서 내가 응원단상에 있더라도 이대호 선수를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울컥했다"며 "이대호 선수 은퇴식에서는 절대 안 울려고 한다. 와이프도 내게 신신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퇴식 당일에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응원단상뿐 아니라 다른 역할도 할 수 있다면 너무 영광일 것 같다"며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관중석에서 '선수' 이대호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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