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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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야구→한화' 한경빈 "이승엽 선배가 알려준 그 폼으로" [조은혜의 슬로모션②]

기사입력 2022.07.12 14:17 / 기사수정 2022.07.12 17:54


(엑스포츠뉴스 서산, 조은혜 기자) "야구를 한 지 18년 됐는데, 이제 프로 온 지 두 달 차네요."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서 뛰고 있던 한경빈에게 한화 이글스의 입단 제의가 온 건 JTBC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찍고 있을 때였다.

"부모님한테 '나 대전 가야 돼' 그러니까 이번에는 촬영이 대전이냐면서, 대전을 왜 가냐고 하시더라고요. 사인하러 간다니까 네가 팬 사인회 할 일이 뭐가 있냐고요. 그래서 대전에 야구팀이 뭐가 있냐고, 한화 계약하러 간다고 말씀드렸어요. 난리가 났죠. 고생했다고 해주면서도 이제 문 연 거니까, 이제 시작이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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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네 집에서 자야 되는 일이 생겼다."
"갑자기 왜? 야구 구경 와? 표 끊어줘?"

상인천중을 나온 한경빈은 당시 키가 작았던 탓에 1년을 유급했다. '동기' 정은원과의 인연이 시작된 게 이때부터다. 대전에서 한화와의 정식 계약을 앞두고, 하루 먼저 대전에 도착해 정은원과 회포를 푼 한경빈은 다음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계약을 하고 물품을 대전에서 다 받았는데, 제 이름이 딱 있는 거예요. 엄청 좋았죠. 처음 받아보는 프로 유니폼이니까. 뭐라고 설명을 못 하겠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토록 바랐던 그 장면을 자신의 인생에 새긴 후, 한경빈은 곧바로 서산으로 넘어가 선수단에 합류했다. 5월 29일 퓨처스리그 첫 출전에 나섰고, 12일 현재 18경기 47타수 12안타 8타점 타율 0.255를 기록하고 있다. 최원호 퓨처스 감독은 한경빈의 준수한 수비와 콘택트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학교 때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정은원과의 '프로에서의' 키스톤도 더 이상 꿀 수 없는 꿈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목표와 가장 먼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한경빈은 등록선수, 그리고 국가대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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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했다."

최강 몬스터즈와 동의대의 경기, 한화 입단을 확정한 한경빈은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3루타를 치고 이렇게 얘기했다. 그간 안타가 하나밖에 없어 초조했던 마음을 조금은 털어내는 말이었다. 

"그날 전까지 폼이 달랐어요. 독립야구단에서 치던 폼으로 치니까 안 맞더라고요. 근데 그날 이승엽 선배님, 정성훈 선배님이 너무 숙여서 치니까 한 번 서보는 게 어떻겠냐 하셔서 서서 쳤는데, 잘 맞더라고요. 그때가 서산에서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지금도 그때 알려주신 그 폼으로 치고 있어요."

조금은 늦게 터진 안타, 그래도 이날 한경빈은 돌고 돌아 끝내 홈을 밟고 이 경기의 MVP가 됐다. 야구가 한 사람의 인생이라면, 한경빈은 그저 남들보다 조금 긴 승부를 한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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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야구할 맛 나요?"
"그럼요, 재밌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거 빼고? 끝나면 진짜 힘들어요."
"진심을 다해 하나 봐요."
"저는 진짜 진심이에요. 저는 마지막 기회니까, 그리고 처음이니까."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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