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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男피겨의 미래, '96년생 동갑내기'가 열어간다 - 상

기사입력 2011.02.23 09:20 / 기사수정 2011.02.23 09:2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현재 한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7명 중, 5명은 97년생 동갑내기들이다. 지난해부터 세대교체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한국 피겨에 주역으로 등장한 이들은 김해진(14, 과천중), 박소연(14, 강일중), 이호정(14, 서문여중), 박연준(14, 연화중), 그리고 조경아(14, 과천중) 등이다.

이들은 국내대회 정상을 차지하면서 한국 피겨의 앞날을 밝게 비쳐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 피겨의 가능성은 여자 싱글에 국한돼 있지 않다.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여자 선수들과 비교해 여전히 선수층은 얇지만 남자 싱글에서도 미래의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유망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97년생 스케이터들이 여자 싱글의 중심에 서있다면 남자 싱글은 '96년생 동갑내기'가 있다. 현재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이동원(15, 과천중)과 이준형(15, 도장중)은 김민석(18, 수리고)과 함께 한국 남자 싱글 정상을 다투고 있다.

또한, 상비군에 올라있는 김환진(15, 방산중)과 김진서(15, 오륜중)도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동원과 이준형은 지난달 중순에 열린 '제65회 전국남녀종합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시니어부에서 김민석과 경쟁을 펼쳤다.

김진서와 김환진은 남자 싱글 주니어부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트리플 5종 점프를 모두 구사할 수 있고 트리플 악셀에도 도전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유망주'에서 '남자 싱글의 간판'으로 성장한 이동원

올 시즌부터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으로 출전한 이동원은 주니어 그랑프리 2차시리즈인 루마니아 브라쇼브대회에서 4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 실수를 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요소를 깨끗하게 처리해 165.12의 점수를 받았다.

이 대회에서 선전한 이동원은 오는 28일부터 강원도 강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2010-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도 시니어부 정상에 오른 이동원은 현재 주니어 세계선수권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무릎이 아픈 상태라 이 대회에서 시도하기로 결심했던 트리플 악셀을 포기하게 됐다.



"당초에는 주니어 선수권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에 아파서 연습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하고 결국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어요"

이동원은 국내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남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다. 국내에서 대회가 치러지는 점에 대해 이동원은 "우리나라에서 대회가 열리지만 부담감은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당차게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미래의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쟁쟁한 유망주들이 대거 출전한다. 올 시즌 처음으로 주니어 무대를 경험한 이동원은 값진 경험을 하고 자신의 최고 점수에 근접하는 것이 목표다.

"10위권 안에 진입했으면 좋겠지만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제 연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기술구성은 종합선수권대회와 비슷하게 갈 예정이에요. 루마니아 대회에서 경기력이 좋았는데 165점대의 점수를 받았어요. 이번에도 그 때처럼 완벽한 연기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주니어 국제대회를 경험한 이동원은 자신이 지금까지 출전한 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의 무대인 주니어선수권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준형, "남자 선수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동원과 함께 국내대회에서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스케이터가 있다. 부드러운 스케이팅이 일품인 이준형은 올 초부터 새로운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국가대표 남자 싱글 선수 인원이 2명에서 3명으로 조정됐기 때문이다.

이준형은 태극마크를 달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달 초 강릉에서 열린 제92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싱글 중등부 A조에 출전해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켰다. 김민석과 이동원과 함께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할 수 있게 된 이준형은 한 단계 도약했다.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작년부터 연습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연습해 왔는데 이번 종합선수권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완성했어요. 종합대회 때는 성공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았지만 동계체전에서 구사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준형은 현재 곽민정(17, 수리고)과 박소연 등을 지도하고 있는 지현정 코치 밑에서 훈련하고 있다. 스케이터로서 이준형을 이끌어준 이는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이준형의 어머니인 오지연 코치는 한 때, 아들의 전담 코치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지원하고 있다.

10대 초반에 기술이 대부분 완성되는 여자 선수들과 비교해 남자 선수들의 성장은 천천히 이루어진다. 20세를 넘어야 비로소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남자 스케이터들의 특징이다. 기본기부터 탄탄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고 스케이팅 에지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준형은 기술을 받쳐줄 수 있는 튼튼한 내실을 다지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형도 트리플 악셀 연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리플 악셀 연습을 하면 몸이 많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힘이 많이 소요되는 점프인 만큼,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남자 싱글 선수들 중, 김민석이 실전 경기에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고 있다. 이준형은 악셀 점프에 장점이 있는 김민석과 함께 훈련을 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한번은 (김)민석이 형이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는데 결과가 좋았어요. 옆에서 민석이 형이 직접 점프를 뛰는 것을 실제로 보니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동원과 이준형은 "최근 잘 타는 동료가 늘어나서 좋고 국제대회에 함께 나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많은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나거나 비슷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국내 남자 선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함께 훈련할 수 있는 남자 동료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준형은 "대부분 여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할 때가 많고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 와야 남자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96년 유망주들이 함께 성장하는 점은 한국 남자 피겨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릉에서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를 참관할 예정인 이준형은 "나보다 잘 타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그들의 연기를 직접 보고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 하편에서는 두 달 만에 트리플 5종 점프를 완성하면서 국내 주니어 정상에 오른 김진서와 전 국가대표이자 친누나인 김현정(19, 이화여대)의 뒤를 잇고 있는 김환진이 소개됩니다.

[사진 = 이동원, 이준형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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