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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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외국인 투수, 사실상 '하향 평준화'

기사입력 2010.06.08 09:20 / 기사수정 2010.06.08 09:35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진성 기자] 사실상 하향 평준화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8개 구단은 외국인 투수의 스카우트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지난 시즌 KIA가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똘똘한' 외국인 선발투수의 활약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시즌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투수는 무려 14명이나 되는데, 시즌이 두 달여 지난 현재 지난 시즌 KIA 아퀼리노 로페즈, 릭 구톰슨, SK 게리 글로버 같이 타자들에게 확실하게 위압감을 주는 구위를 지닌 외국인 투수는 거의 없다. 

마지막 자존심

올 시즌 외국인 투수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선수는 단연 SK의 카도쿠라 켄이다. 외국인 투수 중 단연 군계일학 급 활약이다. 8승 3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하며 다승 2위, 평균자책점 3위에 올라있다. 두산 켈빈 히메네스는 6.65점의 막강한 타선 지원을 받고 있어 평균자책점이 5.11임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승수를 쌓고 있다. LG 오카모토 신야도 유일한 외국인 마무리 투수로서 4승 1패 9세이브 1.8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 라이언 사도스키, 두산 레스 왈론드, 삼성 브랜든 나이트, 넥센 아드리안 번사이드도 최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타자를 압도할 정도의 구위를 지니고 있지 않다. 이들은 볼 배합의 변화와 2군 행, 불펜 행을 통해 투구 밸런스를 잡아 상승세를 타고 있을 뿐, 상대팀의 정밀분석이 있다면 또 다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그 외 대부분의 외국인 투수들은 고전하고 있다. 특히 KIA 아퀼리노 로페즈와 SK 게리 글로버는 이미 지난 시즌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투수들이었지만 올 시즌 들어 약속이나 한 듯이 2% 부족한 모습이다. 결코, 나쁜 투구 내용은 아니었지만 팀 타선과 엇박자가 나기도 하고 잘 던지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지난 시즌의 에이스급 위용은 아니다.


미묘한 변수, 그러나 극복해야 할 문제

어차피 국내에 입단하는 외국인 투수들은 다수가 마이너리거다. 빅리그 경험이 있어도 주전급은 아니었다. 당연히 제구나 구속 둘 중 하나는 꼭 문제점이 있다. 게다가 빠른 주자들의 괴롭힘이 덜해 퀵모션도 안정적이지 않다. 바로 여기서 외국인 투수들과 국내 선수들의 차이점이 발생한다.

국내는 8개 구단이 시즌 19차전을 치른다. 그만큼 특정 타자와 특정 투수의 맞붙는 빈도가 높다. 모두가 서로 ‘표적 수사’한다. 그래서 장점의 극대화만큼 단점을 최소화하는 선수가 살아남는다. 이때 투수 층이 비교적 얇은 국내 사정상 타자가 분석해야 할 투수보다 투수가 분석해야 할 타자가 훨씬 더 많다. 이 과정에서 각 팀의 주요 선발인 외국인 투수들은 자연스럽게 '완벽 해부'된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들은 이게 익숙하지 않다. 마이너리그는 많은 경기를 치르지만 동일 팀과의 경기는 국내처럼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마이너리그의 특성상 각 팀은 수많은 타자와 투수가 수시로 오간다. 당연히 약점보다는 강점으로 승부 한다. 약점이 노출돼도 강점을 극대화하면 많은 상대와 한 시즌에 자주 부딪히지 않는 만큼 성적을 내는 데 무리가 없다. 물론 도미니칸 리그나 멕시칸 리그도 국내처럼 동일 팀과 자주 격돌을 하지만 한국처럼 세밀한 분석을 하기 보다는 힘대 힘 승부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투수가 어떠한 시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피칭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한국 야구를 연구해 투구 패턴의 변화와 '습관 노출'의 최소화, 퀵모션의 단축 등으로 다음 등판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투수가 있다. 이런 투수들은 구위가 아닌 '전략'으로 버텨나가고 있는 유형이다.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위에서 언급된 투수 중 SK 카도쿠라 정도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그렇다. 따라서 타자 입장에서는 공략하기 쉽지는 않지만, 해 볼만 하다는 인상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다수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피칭을 한 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다음 등판에서 완전히 심리적으로 흔들려 자멸한다. 지금은 퇴출이 된 전 LG 에드가 곤잘레스도 사실 미국에서 꽤 좋은 투수였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쳤고, 타선 지원의 엇박자로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서 난조에 빠진 한화 호세 카페얀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삼성 프란시스코 크루세타도 최근 밸런스를 회복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피칭 메뉴의 부족으로 타자와의 승부에 있어서 차선책을 내세우고 있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구단 입장에서는 타자를 구위로 압도하는 완투 형 선발투수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좋은 경력을 가지고 있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국내 무대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투수들의 위력이 하향 평준화됐다. 구단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철저한 변화와 분석으로 살아남는 외국인 투수가 성공한다. 어쨌든 외국인 투수들은 국내의 달라진 환경에 최대한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8개 구단 외국인 투수들의 남은 시즌을 지켜보자.

[사진= 로페즈-글로버 (C) 엑스포츠뉴스DB]

 



김진성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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